이변의 주인공
(AP=연합뉴스) 슬로베니아의 신생정당 '긍정적인 슬로베니아(LZJ)'의 조란 얀코비치 류블라냐 시장이 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득표율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 위기의 파고가 각국 정부를 줄줄이 전복시키는 쓰나미가 되고 있다.

재정 긴축에 따른 삶의 질 저하, 실물경제 둔화, 실업난 등이 정부에 대한 불만을 고조시킨 까닭이다.

유로존 회원국인 슬로베니아 집권 여당도 쓰나미 희생 대열에 합류했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총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연정을 이끈 사회민주당(SD)이 참패했다. 총의석 90석 중 10석을 얻는 데 그쳤다.

보루트 파호르 총리가 이끈 연정이 불안한 과반으로 정국을 운영해오다 집권 3년 만에 중도 하차하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유로존 재정 위기가 중심국 프랑스까지 번지며 주변국인 슬로베니아도 잠재적 위험국으로 지목된 요인이 컸다.

<그래픽> 슬로베니아 총선 결과
(서울=연합뉴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인 슬로베니아에서 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수도 류블랴나 시장이 이끄는 신생 정당이 1위를 차지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 등이 재정 악화와 신뢰할 만한 정책 부재 등을 이유로 슬로베니아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했다. 이에 따라 슬로베니아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난달 한때 위험선인 7%로 올라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유로존 가입 당시인 지난 2007년 23.4%에서 올해는 45.5%(유럽연합 전망치)로 상승할 전망이다. 올해 재정 적자도 GDP 대비 5.5%로 확대될 전망이다.

수출주도형 경제는 올 들어 성장 정체에서 허덕이고 있다. 2009년 -8.1%, 2010년 1.4%, 2011년 제로 성장 등을 나타낸 파호르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최악이다.

`임기 내 4% 경제성장, GDP 대비 3% 미만 재정 적자 달성'을 공약한 조란 얀코비치 류블랴나 시장이 이끈 신생 정당이 제1당에 등극하는 이변을 연출한 것은 현 정부에 대한 고조된 불만의 반사이익을 챙긴 덕분이다.

앞서 지난달 총선을 치른 스페인도 집권 사회당은 제1야당에 크게 뒤지며 7년 반 만에 정권을 내줬다. 총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집권 여당의 참패가 예상됐었다. 경제 위기가 3년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실업률이 21.5%에 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슬로바키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정부 등도 총선에서 등돌린 민심의 가혹한 심판을 받았다.

총리 사임과 내년 2월 조기 총선을 전제로 과도 연립정부의 길로 들어선 그리스도 집권 여당이 정권을 잃었다. 차기 총선에서 사회당의 참패는 불가피하다.

아울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중도 퇴임한 이탈리아 정부도 정권 교체에 가까운 정치 일정을 겪었다.

오는 2012년, 2013년 각각 총선을 앞둔 프랑스와 독일 정부도 재정 위기 쓰나미 희생자 대열에 합류할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 가입을 눈앞에 둔 크로아티아에서 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도 중도우파 집권 크로아티아민주연합(HDZ)이 원내 제3당으로 전락했다.

HDZ는 크로아티아가 옛 유고연방에서 분리독립한 이래 21년 중 4년(2000~2003년)을 제외하고 정권을 유지해왔다.

경제성장 모델의 실종과 끊임없는 부패 스캔들이 `갈아보자'는 민심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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