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엔저재개 공포에 디플레이션 심화 우려까지 겹치며 전일 대비 17.78포인트(0.91%) 내린 1935.19로 마감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환율은 3.9원 오른 1076.5원으로 상승 마감하였으며, 원엔환율은 940원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마감시간 기준으로 원/100엔 환율이 940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08년 8월 14일(949.76원)이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기독일보 김종엽 기자] 일본 엔화가치 약세를 뜻하는 '엔저'가 다시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4일 원·엔 재정환율(달러화 대비 가치로 비교한 환율)이 100에당 948.57원을 기록해 6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원·엔 환율이 940원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8월 이후 6년2개월 만에 처음이다.

엔화가치가 하락세는 일본 중앙은행이 지난 달 31일 양적완화 확대 조치 이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가팔라졌다. 특히 엔·달러 환율이 주요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10엔을 상향 돌파하자 곧 115엔까지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엔화 가치가 곤두박질 쳤다. 4일 오후 3시 40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3.47엔이다.

이같은 움직임에 외환당국이 서울 외환시장 개장과 동시에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에 보조를 맞춰 원화 가치도 끌어내리면서 원·엔 환율 하락 속도를 조정하는 것으로 실제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큰폭으로 상승해 전 거래일 대비 10원 가까이 오른 1,082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같은 '엔저 심화' 우려는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17.78포인트(0.91%) 내린 1,935.19로 마감했다. 이틀째 약세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는 당분간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에 따른 엔저 심화 우려로 부담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일각에선 일본의 추가적인 양적완화가 국내 증세 약세를 지속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이날 유안타증권은 엔화 약세에 따른 주가 하락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안타증권은 "과거 원·엔 환율이 떨어질 때 수출 기업 주가가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코스피 지수는 반대의 흐름을 보여 왔다"며 "지수 구성비가 높은 전기전자 업종의 수출경쟁력이 높은데다 수출 업종 지수도 1~2개월안에 회복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원·엔 환율과 코스피 지수의 상관계수가 -0.55로 역의 상관관계를 가진다"며 "원·엔환율이 하락하면 코스피지수는 상승한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역의 상관관계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엔화 대비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 코스피 지수는 상승 흐름을 보여 왔다"며 "코스피 지수 시가총액의 24.6%를 차지하는 전기전자업종과 원·엔 환율이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이 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본의 양적완화로 인해 나타나는 '엔저' 기조와 더불어 '강달러'기조도 같이 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이은택 SK증권 투자전략 연구원은 "(엔저가 맞물리면서) 달러강세 시 발생하는 수출 호조가 돌아가지 않고 있다"며 "수출액은 상장기업 매출과 같은데 수출둔화는 매출에 직격탄"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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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증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