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살아갈 수 없는 어린 자녀, 곁을 지켜야 하는 아픈 가족, 노환으로 점차 쇠약해져 가는 부모까지.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일상 속 숭고한 헌신이지만, 때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버거운 의무와 노동으로 치부되어 돌보는 이의 영혼을 깊이 지치게 하기도 한다.
‘상처 입은 치유자’로 불리며 전 세계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은 영성가 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의 신간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바로 이 지친 돌봄의 여정 위에 서 있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소망을 건네는 책이다. 저자가 생의 마지막까지 천착했던 ‘돌봄’에 관한 소중한 통찰과 미출간 개인 서신들을 엮어, 시대를 초월하는 영적 지혜를 선사한다.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함께 우는’ 사랑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무엇이라도 빨리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나우웬은 돌봄의 고트어 어원이 ‘애통하다(kara)’라는 사실을 짚으며, 돌봄의 기본 의미가 섣부른 조언이나 치료가 아니라 ‘비통해하고, 슬퍼하며, 함께 우는 것’이라고 말한다.
“절망의 순간에 잠잠히 우리와 함께 침묵할 수 있는 친구, 슬픔의 시간에 우리와 함께 머물 수 있는 친구, 알지 못하고 치료하지 못하고 치유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견딜 수 있는 친구가 바로 돌보는 친구입니다.”
이 책은 돌봄이 일방적인 노동이 아니라, 돌보는 이와 돌봄을 받는 이가 서로의 가장 취약한 곳을 내어 보이고 깊이 연결되는 거룩한 사랑의 행위임을 일깨워 준다.
가장 취약한 곳에서 발견한 완전한 은혜
명성을 얻은 학자이자 사제였지만 늘 내면의 불안과 우울로 씨름했던 나우웬은, 생애 마지막 10년을 캐나다 ‘라르쉬 데이브레이크’ 공동체에서 지적장애인들을 씻기고 입히며 보냈다. 놀랍게도 그는 화려한 강단이 아닌, 가장 연약하고 돌봄이 필요한 이들의 곁에서 자신이 평생 찾아 헤매던 평안과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을 발견했다.
자신 역시 연약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취약함으로 타인의 취약함을 껴안을 때, 비로소 성육신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깊이 경험하게 된다는 그의 고백은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지친 일상을 지탱해 줄 42일의 영적 여정
이 책은 돌봄의 여정에 지친 독자들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6주(42일)간의 묵상집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매일 주어지는 나우웬의 통찰 깊은 글과 성경 구절, 내면을 묻는 질문과 짧은 기도문을 따라가다 보면, 능력이 쇠퇴하고 불완전해지는 삶의 과정조차 하나님의 은혜로 들어가는 문임을 깨닫게 된다. 나아가 돌보는 이와 돌봄받는 이 모두가 아무런 조건 없이 ‘영원에서 영원까지’ 이어지는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는 든든한 정체성을 회복하게 돕는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이나 이웃을 묵묵히 돌보고 있는 이들, 돌봄 노동 종사자들, 그리고 캄캄한 앞날의 불확실성 속에서 빛을 찾고 있는 모든 상처 입은 이들에게 다정한 쉼터가 되어줄 것이다. 거창하고 완벽한 기적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작은 빛을 기뻐하며 다음 한 걸음을 내디딜 용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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