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 목사(숭실대학교 초빙특임교수·통일연수원장)   ©평통기연

[기독일보=평화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인도 출신 예수회 신부 앤서니 드 멜로가 쓴 우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남자가 연인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연인이 "누구냐?" 물었다. 남자가 "나야, 나!"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여자는 "돌아가라, 이 집은 너와 나를 들여 놓는 집이 아니다" 하면서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 남자는 그 곳을 떠나 광야로 가서 몇 달 동안 연인의 말을 곰곰 생각했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와 문을 두드렸다. 연인이 다시 "누구냐?"고 물었다. 남자가 이번에는 "너야, 너!"라고 말했다. 그러자 금방 문이 열렸다.

"우분투(ubuntu)" 요즘 알려지고 있는 단어, 아프리카의 정신이다. 남아공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호소로 큰 울림을 주었던 용어이다. 가장 가까이 와 닿는 설명은 "I am Because you are, You are Because I am"이다. 아프리카의 깊은 영성, 머리 숙여 진다.

우리는 이렇게 '나'이면서도 동시에 '너'다. 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고 내가 없으면 당신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라는 존재 속에 포함된 '너'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갈등과 분열의 폭을 증폭시킨다. 우리 사회 온갖 갈등 양상은 '다름'을 '다양성'으로 보다 '틀림'으로 인식함에 익숙한 삶이 었기에 '너와 나'의 골이 너무 깊었고 본래 한 몸이던 남북의 골이 이토록 깊음도 여기에 있다.

한국교회엔 아주 귀한 경험이 있었다. WCC세계교회협의회 제7차( 1991. 호주 캔버라) 제8차(1998. 짐바브웨 하라레) 제9차( 2006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레) 총회에서 남북 그리스도인들이 세계 교회 형제자매들의 축복속에 총회가 열리는 현장에서 함께 하나님 앞에 드려진 감격적인 "남북공동기도회" 예배 였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내게 있었다. 이미 고인이 되신 분들이다. Canberra 총회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서기장 고기준 목사님과 주계명 목사와 함께 그의 숙소에서 오랜 시간 동안 감격적인 만남, 대화를 나누면서 들었던 노종의 신앙 고백, Porto Alegre 총회시 강영섭 조그련 위원장과 대표단 일행을 내가 속한 총회의 배려로 총회 기간 중 이과수 폭포를 함께 관광한 후 평양 방문시 만날때마다 고마움과 친근감을 표시하며 통일염원을 말하던 따뜻한 시선, "우분투"를 경험한 것이다.

남북한 상생 우분투의 길은 무엇일까? 그리스도의 "비움"(빌2:5~11 케노시스), 그 분의 치유사역마다 선행되는 "축은지심"(스프랑크조나이), 그리고 오늘의 상황에서 북한을 향한 우리의 응답을 선한 사마리아 사람에 투영된 그리스도의 행동인 "골치 아파 하지 않고 마음아파 하며 펼치는 선행(박종화의 해석)"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우리는 상생, 더불어 함께 사는 모습이 너무 척박하다. 통일을 말하기 전에 깊고 넓은 평화 교육과 함께 우분투의 훈련, 학습 경험을 충실하게 쌓는 내공이 절실하다. 탈북 새터민, 다문화 가정, 이주 노동자... 세월호 유족을 품는 작은 일부터 열심히 사는 일이다. 나는 "가난한 (작고 연약한) 이들에 대한 편벽될 정도의 극진한 사랑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 사랑을 구현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성서에서 수없이 보고 깨달았다. 작은이들에 대한 사랑을 통해 북한 바로 알기, 용서와 화해, 사랑의 나눔, 하나 됨의 축복이 이어질 수 있음을 성경은 뚜렷이 증언하고 있다.

45개국, 45억 아시아인의 제17차 아시안게임 축제 한마당이 16일 동안 지금 인천에서 펼쳐지고 있다. "에케 케이리라 (올림픽 휴전)" 스포츠 정신의 구현 속에 남북한 상생의 연습하는 모습이라도 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대북전단 살포, 위협적인 공포의 막말, 모두 자제하고 거두어야 할 오늘의 안타까운 남북의 행태이다.

정말 간절히 기도한다. 5·24 해제 조치로 시작하여 개성공단 활성화,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상생의 인도적 대북 지원, 핵 없는 한반도, 6자 회담 재개, 남북정상회담, 유라시아 철도 건설....... 그리하여 진정 통일 은총이 펼쳐질 한반도의 새 하늘 새 땅의 역사를.

내가 사는 동네인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 올레길 입구에서 직장인 숭실대학교를 출퇴근 할 때, 나는 매일 통일로를 오간다. 지난 해 Silver Card를 받은 후 부터는 남북 상생의 기도가 더욱 간절해진다. 그래서인지 지난 6월에 출간된 정호승의 "새벽 편지" 내용의 한부분이 내 마음에 잘 박힌 못처럼 생생하다."당신이 없으면 내가 없습니다. 당신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습니다."

"내가 있기 때문에 당신이 있는게 아니라 당신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습니다."

글ㅣ조성기 목사(숭실대학교 초빙특임교수·통일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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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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