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의 한 빌라 고무통에서 발견된 변사자 2명 중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1구는 40대 내국인 남성인 것으로 국과수 지문 감식 결과 최종 밝혀졌다. 경찰에 긴급 체포된 피의자가 "길에서 만난 외국인"이라고 밝혔으나 경찰 수사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경기 포천경찰서는 1일 오전 11시20분께 사건 현장에서 10㎞ 정도 떨어진 포천 송우리의 한 섬유공장 외국인 기숙사 주방에서 이모(50·여)씨를 붙잡아 살인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이씨에게 숙소를 제공해준 스리랑카 국적의 노동자도 범인은닉 여부 등의 혐의로 임의동행해 조사 중이다.
경기경찰청 제2청 브리핑에 따르면 이씨는 경찰의 1차 진술에서 자신의 빌라 작은방 고무통에서 부패된 채 발견된 시신 2구가 "남편과 길에서 만난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그중 시신 1구는 길에서 만난 외국인으로 집안에서 심하게 다툰 뒤 스카프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고, 숨진 남편에 대해서는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 겁이 나서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고 범행 일부만 시인했다.
시기를 알 수 없는 시점에 집 베란다에 쓰러져 숨져 있는 남편을 발견하고, 집안 고무통에 넣었으며 그 뒤 집 안에서 자신이 살해한 또 다른 남성을 숨진 남편이 있는 고무통 안에 유기했다는 엽기적인 범행 행각인 것이다.
그러나 이씨 체포 당시 경찰의 2차 지문감식 결과 외국인이라고 밝힌 시신 1구는 남양주에 사는 이모(49)씨로 확인되면서 진술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둘 사이의 관계성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씨는 또 검거 당시 "남편과 직장 동료이고 다 내가 범행했다"고 밝혔다가 경찰 조사에는 "남편과 길에서 만난 외국인이고 남편은 왜 죽었는지 모른다"고 말을 바꿨다. 또 숨진 외국인 남성이 자신과 애인 관계인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남성이 숨진 정확한 시점, 살해 시기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앞서 시신 1구는 DNA와 두개골 감정 등을 통해 이씨의 남편 박모(51)씨로 밝혀냈지만 나머지 시신 1구는 부패가 심해 신원확인을 못했다.
■ 피의자 이씨, 시신 발견된 뒤 돌연 잠적 왜?
앞서 경찰은 '아이가 심하게 운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지난달 29일 오후 9시40분께 자신의 집인 포천 신북면 한 빌라 2층 집 작은방에서 높이 80㎝, 지름 84㎝의 고무통 안에서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한 시신 2구를 발견했다.
경찰은 즉시 집주인이자 사건 발생 직후 잠적한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해왔다.
이씨는 시신이 발견된 이날까지 포천의 한 제과공장으로 출근했다가 저녁 때 회사 직원의 차를 타고 집근처 면사무소에서 내린 것이 확인됐다. 이씨는 잠적 이유에 대해 "그냥 숨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씨를 상대로 범행동기와 수법 등에 대해 수사를 벌여 내일 정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고, 남편의 사망 이유와 이씨 범행의 공범이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한편 시신이 발견된 집안에서 며칠째 굶은 상태로 혼자 TV를 보며 울고 있는 이씨의 아들(8)도 발견됐다. 이 아이는 현재 병원 치료를 받은 뒤 아동보호시설로 옮겨져 보호 중이며 경찰은 아이의 정신적 충격을 고려해 사건 경위에 대해선 아직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