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교수   ©오상아 기자

한국교회의 성장은 한국사회의 발전과 함께 이뤄져 왔다. 특히 한국사회 산업화 과정과 함께 경제 성장과 급격한 도시화가 이뤄졌고, 그것은 한국교회에도 영향을 미쳐 교회의 특징을 결정지으며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신대 기독교사회윤리연구소(소장 강병오) 주최로 제8회 정기세미나가 열린 가운데, 이원규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가 "한국사회의 도시화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먼저 도시사회의 특징과 문제점에 대하여 알아보고, 이러한 상황이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후 도시사회에서의 한국교회 역할과 책임에 대해 논의했다.

이원규 교수는 도시화가 어떻게 교회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지 종교사회학적으로 살펴봤는데, 글락(Glock)과 스타크(Stark)의 박탈-보상 이론(deprivation-compensation theory)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이 이론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박탈감에 대하여 종교는 보상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으로, 박탈을 심하게 경험할 수록 더욱 종교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글락(Glock)과 스타크(Stark)는 종교가 보상해 줄 수 있는 박탈의 종류를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 윤리적, 신체적 박탈감 등 다섯 가지로 구분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물론 그동안 한국교회의 성장 요인은 복합적인 것"이라 지적하고, "도시화라는 변수로 교회성장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현상의 일부분일 뿐이지만, 명한 것은 한국의 경우 도시화와 교회성장 사이에는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전자가 후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이 교수는 특히 "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한국 사회에 나타난 변화와 문제점은 대체로 한국교회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먼저 "도시사회 자체의 거대화 혹은 대형화 경향은 교회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도시사회에서 모든 것이 클수록, 많을수록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교회의 성공척도 역시 크기와 양이 됐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교회 규모만 대형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한국교회는 조직과 기구, 행사와 집회까지도 대형화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으며, 대부분의 교회가 대형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도시의 교회들이 성장제일주의 혹은 양적 팽창주의에 빠져 교회의 영적 성숙의 문제를 소홀히 하고, 사랑 실천의 책임을 간과할 위험성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자칫 우리 사회의 문제적인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를 답습하는 과오를 범하기 쉽다는 것이다. 또 "성장 자체가 교회의 목표가 되는 목적전치(目的轉置) 현상이 생겨날 수 있으며, 이것은 전형적인 교회 세속화의 모습"이라 지적했다. 더불어 "도시의 대형교회에는 익명성을 원하는 교인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교인이 많아질수록 교회는 코이노니아로서의 본질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도시의 대부분 조직이 그러하듯이 한국교회도 관료화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지적했다. 조직의 거대화와 교회인구의 증가는 자연히 기구의 전문화와 관료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대형교회들은 예배, 선교, 교육, 봉사, 친교, 상담, 음악, 심방 등 활동과 프로그램 영역이 분업화 되어 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대형교회에서는 서로를 잘 알지 못해 목회자와 교인, 교인과 교인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것은 교회의 공동체성을 약화시키고, 교회를 원초집단(primary group)이 아니라 이차집단(secondary group)의 모임으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좀 더 심각한 문제는 "종교적으로 다원화된 도시사회에서 복음의 상품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사회는 여러 종교, 여러 분파, 여러 교회가 공존하면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다원주의 상황인데, 상황에서 특히 도시에서는 종교간, 교회 간 신도경쟁이 불가피해지며, 이전에는 권위 있게 부과될 수 있었던 종교적 전통을 이제는 시장에 내놓고 더 이상 '구매'(buy)하도록 강요받지 않는 고객에게 '판매'(be sold)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원규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수많은 교회들이 밀집해 있는 도시의 경우 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어 종교 문제에 있어 이제 사람들은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처럼 자신이 원하는 종교, 교파, 교회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됐다"고 지적하고, "도시의 소비자 시대에 걸맞게 기독교도 시장에서 판매하는 하나의 상품이 되고, 기독교인은 자신의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켜줄 상품을 찾아 이리저리 쇼핑하고 다니는 일이 흔해졌다"며 "이제 복음은 사람들의 기호에 맞추는 하나의 상품이 되는 것"이라 말했다.

때문에 도시에서 신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반 기업의 소위 마케팅 전략(marketing strategy)이 교회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마케팅 전략의 목적은 분명한데, 더 많은 신도를 확보해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이라며 "결국 도시 교회들은 교세확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업경영 방식의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기독교는 시장에 내놓고 청중을 끌어들여야 하는 하나의 상품 내지는 생산품으로 간주되기 시작했고, 숫자가 성공의 판단 기준이 되었으며, 이렇게 도시의 교회, 특히 대형화를 추구하는 교회들은 상업화, 기업화될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도시에서 흔히 발견되는 교회의 또 다른 양상을 제도화(institutionalization)로 설명했는데, 종교가 제도화되면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의 동기가 다양하게 혼합되어 종교의 역할 수행에 어려움이 있게 된다(복합동기의 딜레마) ▶종교적 상징들의 객관화는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들의 소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상징적 딜레마) ▶행정 질서가 관료화되면서 평신도의 불신이 생겨날 수 있다(행정 질서의 딜레마) ▶종교적 메시지에 대한 규정과 구체화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여러 개인에게는 상대화되어 받아들여질 수 있다(한계결정의 딜레마) ▶종교적 힘의 수행에 있어서 회심과 강제 사이에서 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권력의 딜레마)는 사실을 설명하며 "이와 같이 한국사회가 급격히 도시화되면서 그 영향은 사회와 교회 모두에게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원규 교수는 "도시화 과정에 따라 나타난 도덕성 붕괴, 공동체성 붕괴, 가치관의 혼란, 정체성 상실 등과 일탈행위, 범죄문제, 가족문제, 청소년문제, 환경문제, 빈곤문제, 정신건강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을 위해 한국교회가 그리고 교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물질적, 사회적, 정신적, 윤리적 박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치유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도시의 사회적 가치를 따라 대형화를 추구하고 성장을 유일한 성공 척도로 삼는 교회의 풍조는 극복되어야 하며, 사회조직처럼 관료화되고 제도화되면서 교회에서도 모든 관계가 비인격적인 형태로 바뀌고, 이에 따라 원초적인 공동체의 성격을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에 대하여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교회가 밀집되어 있는 도시에서 경쟁에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교인확보에 열을 올림으로 복음이 상품화되는 일은 극복되어야 하며, 교회부터 이 시대에 절실히 요청되고 있는 공동체성과 도덕성을 갖추고, 참된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 역량을 사회에, 그리고 사람들에게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미나에서는 이원규 교수의 발표 외에도 최현종 교수(서울신대 종교사회학)가 "서울 기독교 공동체의 도시적 형태들"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각각의 논찬은 김성원 교수(서울신대 교양학부)와 박삼경 교수(서울신대 기독교윤리학)가 맡아 수고했다. 행사 후에는 전체 토의가 이뤄졌으며, 행사 전에는 유석성 총장(서울신대 기독교윤리학)이 격려사를 전하기도 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이원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