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R 긴급집담회가 20일 오후 7시부터 백주년기념교회(담임목사 이재철) 사회봉사관 4층에서 3시간여 진행됐다.

'침몰사회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의 진행을 맡은 양희송 대표(청어람)는 "세월호와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가 진행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이 표출되고 있기는 하지만 크리스천으로서 문제의식을 담아낼 자리는 마땅히 없었다고 생각했다"며 이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청어람아카데미에는 청어람R 이라는 연구위원회가 있어 25명의 연구위원이 있다"며 "청중은 수동적으로 듣는 입장이라 오늘은 역할 바꿔봤으면 좋겠다 해서 '집담회'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은 사건 자체를 다양한 각도에서 나눠보는 '나는 세월호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국가는 무엇이며, 사회는 어떠해야 하는가?', '신앙이 말을 잃었을 때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세 주제로 진행됐다.

각 주제마다 3-5명의 대표 발언자가 나와 각각 5분간 대표 발언한 후 청중들의 자유 발언 형식으로 진행, 20대의 남녀 대학생부터 30-40대의 자영업자나 공무원, 50대 이상의 교수 등 다양한 연령대의 직업군에서 참석했다.

홍인기 교사가 '나는 세월호에서 무엇을 보았는가?'를 주제로 대표 발언하고 있다.   ©오상아 기자

이날 '나는 세월호에서 무엇을 보았는가?'의 대표 발언자로 나선 좋은교사운동 홍인기 교사는 사고가 발생한 열흘 후 진도에 내려가 접한 상황과 현재 본인이 근무하는 학교와 교사들의 분위기를 말했다.

그는 "사람이 극한 상황에 가면 어떻게 되느냐 느껴졌다"며 "(실종자 가족들이 머문)진도체육관 조도가 정말 밝다.가족분들이 거기서 10일을 지낸 것이다"고 했다.

이어 "'밤에는 불을 좀 낮춰주시면 어떠냐?' 건의도 드렸는데 뭔가 하나를 결정하면 건의가 들어오고 했다. 또 텐트나 칸막이 등이 필요하지 않느냐 건의도 했지만 되지는 않았다"며 "체육관 안에서 모든 평범함이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됐다"고 했다.

이어 "학교로 돌아와서는 교사들이 함께 애도수업 할 자료들 을 만들고 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슬픔을 표현하게 돕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저희 아내는 미술선생인데 관련 그림을 그리라고 할 때 아이들이 표현하는 것을 좀 두려워하는 모습이 있다고 한다"고 말하며 "교사로서 학생들이 감정을 표현하고 애도하게 하는 것이 저희 역할인데 그것마저 쉽지 않은 것이 학교현장에 존재해 어려웠던 순간이었다"고도 말했다.

김성수 목사(호모북커스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오상아 기자

같은 주제로 발언한 김성수 목사(호모북코스 대표)는 "저는 도서관을 꾸려가고 잇어서 책 한권을 소개했으면 좋겠다"며 재작년 나온 '이 폐허를 응시하라'는 책을 소개했다.

그는 "내용은 세계 곳곳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회가 혼돈스럽고 아비규환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재난시에 곳곳에서 평상시에 일어나지 않았던 공동체적 모습이 나오는 모습을 발견했다는 것이다"며 "저자는 왜 평상시에 없던 모습이 재난시에 나타나는데 평탄할때는 비공동체적이고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춰 살아가는가? 하는 질문을 한다"고 했다.

이어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성경 얘기를 하면서 '제가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라는 구절을 언급한다"며 "우리 사회도 동일하게 타인의 안전과 고통에 대해서 계속 질문을 던져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라는 냉소적인 질문이 얼마나 팽배해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16일 이후에 한국사회가 충분히 멈춰서서 제대로 보고 이 문제가 어디서 시작됐고 풀어가야 될 것인지 3년은 초상을 치른다고 생각하고 한국사회가 얘기를 나눴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성공회대 김찬호 교수님이 어떤 신문에서 비유하기를 심청전의 주제를 효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눈을 뜨는 것이다고 했다. 심청이의 희생을 통해서 아버지 심봉사가 눈을 뜨는 것을 주제로 한다고 했다"며 "이 사건을 통해서 한국사회도 눈을 감았던 부분에 눈을 떠야할 것이다"고 했다.

덧붙여 "한국사회가 얼마나 기대했던 것과 차이가 있는지 점검하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될 시점에 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도영 목사(더불어숲동산교회)가 발언하고 있다.   ©오상아 기자

또 이도영 목사(더불어숲동산교회)는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고 가장 강하게 느꼈던 것은 세월호 참사의 성격이 무엇일까 였다"며 "가장 먼저 마음에 와닿은 것은 십자가적 사건이다는 것이다"고 했다.

이 목사는 "십자가가 단순히 한 영혼을 구원하는 것을 넘어서 정사와 권세를 밝히 드러내는 역할을 했듯, 지금 이 땅을 지배하는 정사와 권세 무엇인지 드러내는 사건이었다"며 "이 사회를 지배하는 집단적 악과 정사와 권세, 구조적인 악의 실체가 총집결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진행하던 양희송 대표는 "사건이 4월 16일 일어났는데 탑승 476명, 생존 172명, 사망 286명, 실종 18명 이 정도 숫자이다"고 말하며 "이번 사고는 어떤 때보다 감정적인 동일시라든지 부모로서 가슴 아픈 사연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그래서 숫자가 아니라 사람들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단순하게 넘어가지 못하고 감정이입을 깊게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여러가지 방식으로 표출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광화문에서 매일 시위하고 계시는 분이 와 계시다"며 소개했다.

이에 윤은주 씨는 "하나님께서 허락해주신 절호의 예언적인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체제순응을 잘 하도록 길러지고 있었던 교육받은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책임이 자기에게 돌아갈까봐 나는 책임자가 아니라고 책임의 주체에 대해서 떠넘기기에 골몰한 담당자들, 총체적인 부패와 무능 속에 사망한 이들을 봤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하나님께 뭘 해달라고 기도해야 하는 사건이 아니라 경종을 울리셔서 우리의 현주소를 알려주시는 사건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화문에 나가서 일정 시간 동안 회개하고 있고 중보기도를 하고 있다"며 "한국교회에 대해서 비난을 많이 했는데 진심을 다해서 중보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때문에 기도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일주일 내내 제 자신에 대한 회개와 한국교회를 대신해서 제가 담당할 수 있는 부분만큼의 회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자성도는 "이 참사에 있어 교회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세월호가 18년이 됐는데 30년으로 늘려준게 이명박 장로 대통령이다. 교인들이 그를 장로라는 것 하나 보고 투표하는 것을 봤다"며 분노했다.

덧붙여 "이런 참사가 발생했는데 대구의 한 심리학자는 교회 목사님들에게 침묵하라 기도하라 가르치고 있다"며 "제가 분노하면 주변 권사님들은 왜 판단하느냐, 정죄하느냐 얘기한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차라리 심리학 교수님을 찾아간다"며 "그분들은 분노하면 분노한대로 탓하는대로 받아 들이는데 목사님들은 가르치려 한다. 이런 목사님에 대해서 실망이 너무 크다"고도 호소했다.

또 "해경이 왜 저랬냐 많은 분들이 생각하실텐데 공무원은 위에만 보고 일한다. 사람을 어떻게 검거해서 표창 받을까 하는 것만 생각한다"며 "옷을 벗는다는 각오로 일하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청어람R 긴급집담회가 '침몰사회,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주제로 20일 오후 7시부터 3시간여 진행됐다.   ©오상아 기자

이어 명동에 있는 보수적인 교회를 다닌다는 한 20대 여성은 "제가 섬기는 교회 목사님과 트러블이 많다"며 "이 사건에 관련된 기독교촛불집회 링크를 교회 게시판에 걸어놨더니 목사님이 '이건 이단이 하는거다. 기독교도 아니다'는 댓글을 다셨다"고 했다.

그는 "이게 너무 마음에 짐이 되고 상처가 됐다"며 "이렇게해서 기독교인이 세상에서 어떻게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까 싶다. 세상 사람들은 자기 주변을 둘러보고 목소리를 내는데... 가만 있는다고 될까요 하는 그런 생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또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한 여성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어서 외국인과 교류할 기회가 많은데 그 친구들이 한국에서 오래 살면서 한가지 놀라는게 유도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아는 사이니까 원칙 무시하고, 사람 관계를 통해서 없어지는 원칙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며 "세월호 사건 이후 정부만 탓할 것이 아니라 저에게도 책임이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작은 것 하나 하나 나 자신부터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은 김선욱(교수/숭실대 철학과), 김종희(뉴스앤죠이), 김성수(목사/호모북커스), 김지방(기자/국민일보), 이국운(교수/한동대 법학부), 이도영(목사/더불어숲동산교회), 이원석(작가), 최은(영화평론가), 홍인기(교사/좋은교사운동) 등이 대표 발언자로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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