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교는 이제 양적 성장과 동시에 '질적 확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는 단기선교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매년 10만 명 이상이 떠나는 한국교회 연중행사인 단기선교여행이 일회성 방문, 공격적 사역, 고비용 저효율 사역이 될 경우 선교현장은 물론 한국교회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교계 내부의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단기선교여행의 준비와 실행 과정의 문제뿐 아니라 후속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지적되면서, 이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한 포럼이 열렸다.

선교한국 파트너스 21세기 단기선교위원회는 8일 신반포교회에서 열린 '21세기형 단기선교여행포럼 2014'에서 '단기선교여행 이후의 교육, 사역, 장기사역동원'을 주제로 다뤘다. 포럼은 교육, 사역, 평가, 중장기 선교동원, 워크숍 등 5가지 세션에서 각각 발제 및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단기선교여행 이후 교육, 사역, 장기사역동원에 대한 포럼이 열렸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선교한국 파트너스 21세기 단기선교위원회 위원장이자 선한목자국제교회 한윤호 선교사, 한철호 선교사, 장창수 목사.   ©이지희 기자

이날 선교한국 파트너스 상임위원장 한철호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은 장기적 열매를 맺기 위한 기초를 놓는 일"이라며 "단기선교여행을 통해 지역교회는 선교적 교회로 전환되고, 선교의 열정을 가진 사람은 장기사역으로 연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오늘날 선교지에서 환영받고, 필요로 하는 선교사는 미용, 의료 등 직업적, 사역적 전문성을 가지거나, 성육신적 삶을 사는 선교사"라며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동원하고, 선교 헌신자들이 성육신적 삶을 사는 계기를 마련하려면 단기선교여행 이후 질 높은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선교여행 앞서 지역교회 목표 세워야

WEC 국제선교동원팀 국제사역 코디이자 분당우리교회 선교코디인 장창수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 이후의 후속 교육의 실제'에 대한 발제에서 "하나님의 선교를 가르치고, 선교 자원을 찾는 도구 중 사실 단기선교여행 만한 것이 없다"며 "단기선교여행이 타문화권이나 유사문화권에서 경험을 쌓으며 선교를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교회에서 단순 프로그램화되고 연중행사가 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 선교사는 지역교회가 단기선교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세 가지 목표를 '선교적 일상', '선교적 헌신', '선교적 교회'로 보고, 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후속교육을 소개했다. 그는 "단기선교여행을 할 때 현지 언어가 안돼 안타까워하면서도, 정작 언어가 되는 국내에 돌아와서는 아무런 사역을 하지 않는 것은 교회 안팎을 분리하는 이원론적 사고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선교학교 기본과정, 사역 관심자들의 열린 모임으로의 선교포럼, 선교 현장과의 사후 소통과 협력 등을 통해 참가자들이 선교적 일상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선교여행 후속 교육의 주요 목표를 "일상의 선교를 넘어 보다 깊이 실제 선교현장에 헌신하는 장단기 사역자들을 발굴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선교적 헌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선교학교 심화과정, 선교상담, 항시 사역으로의 전환 등을 제안했다. 그는 "선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염려가 많은 선교 헌신자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가이드를 제공하는 선교상담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특히 청년 헌신자들에게 선교상담은 유용하다"고 말했다.

지역교회의 전반적인 선교적 회심을 돕기 위해 장 선교사는 부서사역의 언어지원과 현지화를 통한 국제화 시도, 정례 기도회의 활성화, 미션페스티벌, 공개강좌, 부서별 원데이 세미나 등을 제안했다. 그는 "선교적 교회로의 전환을 이루려면 대형교회보다 교인의 참여율이 높은 중소형 교회가 더 이점이 있다"며 "각 교회는 동일한 목표치를 갖되, 각자의 현장에 맞게 이를 이뤄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장창수 목사가 참가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효과 지속화 위해 담임목회자 지원 필수

이날 과천교회 젊은이 사역을 총괄하고 있는 그나라선교센터 황예레미야 목사는 '단기선교여행 이후 왜 삶과 사역으로 연결되지 않는가?'라는 발제에서 사후 선교적 삶과 지속적 사역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전문적인 선교사역이 비전문가에 의해 비전문적으로 진행 ▲사전 교육은 있으나 사후 교육 부실 ▲선교활동을 지속해나갈 선교 시스템과 로드맵 미흡 ▲전문 선교기관과의 협력, 연대 부족 ▲세계선교에 실제적으로 참여할 방법을 모름 ▲선교와 복음에 대한 신학적 오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선교여행은 단기간 집중력 있게 수행되는 만큼 지도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며 "인솔자를 맡는 부교역자나 청년대학부 선배가 충분한 선교 전문성과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면 차라리 팀원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교회는 큰 안목을 갖고 선교전문가를 양성하고 인솔자 교육에 더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선교사는 후속 교육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성경을 새롭게 읽게 하여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현실을 재해석하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공적 책임과 거룩한 소명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해야 할 것"이라며 "또 이웃과 세계 현실을 구체적으로 가르쳐 모든 평신도가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 운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황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에서 얻은 도전과 헌신이 아무리 커도, 목회자의 목회적 투자를 통한 재생산 시스템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를 지속시키기 어렵다"며 "단기선교여행 준비, 진행에서부터 선교사와 선교팀은 담임목회자와 적극 소통하고, 담임목회자는 선교적 목회에 기반을 둔 로드맵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해외선교, 복음전도, 사회선교 등으로 선교를 애써 구분하여 서로 별개인 것처럼 인식하며 한 방향으로만 추종하는 선교 동원을 당장 멈춰야 한다"며 "단기선교여행 이후 삶의 자리에서 얼마든지 사역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목회적 돌봄과 진로상담, 지속적인 사후 교육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단기선교여행 이후 교육, 사역, 장기사역동원에 대한 포럼 참가자들.   ©이지희 기자

여행 이후 선교적 삶 살도록 어떻게 돕나

높은뜻정의교회 차요셉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 이후 선교적 삶을 살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제시'에 대한 발제에서 "선교를 결혼에 비유하면 단기선교여행은 마치 신혼여행과 같다"며 "하지만 신혼여행 이후 현실 속의 결혼생활로 들어가듯, 단기선교여행 이후 실제적인 선교적 삶으로 들어가면 인내하고 고민하며 풀어가야 할 상황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 선교 방식에서는 반드시 해외로 나가는 것을 생각하지만, 우리가 있는 곳에서 예수의 증인이 되고 선포할 수 있는 일도 감당해야 할 것"이라며 "단기선교여행에 참여한 이들이 제자로서 삶을 살 수 있도록 점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를 위해 그는 단기선교여행 경험을 기록해 자료로 남기고, 방문 지역의 사역과 선교사를 위해 지속해서 기도하고 지원하며, 선교사의 허락하에 현지 성도와의 교제하는 방법 등을 제안했다. 또 우리 주변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역에 동참해 그들의 친구가 되고, 외국인 재소자 면회, 외국인 예배모임 인도, 동참 등을 제안했다.

이 외에도 현지 장기선교사와 협력하여 비즈니스 영역에서 선교에 동참하거나, 기독교 콘텐츠 제작과 보급, 의료, 미용, 공연, 전시, 교육 등 전문 영역에서의 선교 동참, SNS를 통한 선교, 해외출장 및 여행 활용 등으로 선교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독신문 노충헌 기자는 이날 "단기선교여행이 너무 주목받지 않고, 장기선교의 보조자, 즉 조연의 위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선교보다 봉사라는 말을 쓰고, 인내를 가지고 단기선교여행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며 "단기선교여행을 보내는 교회의 필요가 아니라 선교지의 필요에 맞추고, 숫자를 자랑하는 태도를 지양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WEC 국제선교회 한국본부장 박경남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 이후 어떻게 중장기 선교사로 동원할 것인가'라는 발제에서 "단기선교여행팀, 교회 지도자의 적극적인 권유는 선교 동원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교회, 선교단체 지도자는 하나님의 관점으로 세상과 선교 헌신자를 바라보며 도전하고 격려하는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선교여행 이후 선교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경우와 선교 훈련을 받기 원하거나 장단기 선교사의 부르심을 확인한 경우 등 각 상황에 따른 사후 관리 방법을 제안했다. 박 선교사는 전자의 경우 교회 선교학교, 퍼스펙티브스, 중보기도자 세미나 등 같은 훈련 및 선교 네트워크를 소개하고, 선교기도회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자의 경우 선교단체와 연결되도록 돕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격려하며 선교단체 탐방, 선교단체 훈련이나 오리엔테이션 참여, 단기선교 이후 프로그램 운영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또 선교 헌신자를 실제 선교에 참여하게 하는데 밑거름이 되는 장기선교사와의 멘토링 관계 구축을 위해 ▲선교한국 파트너스 예비선교사 클럽 같은 기존 멘토링 연결에 지원 ▲평소 연결된 선교사에 도움 요청 ▲선교단체에 멘토링 선교사 소개 요청 ▲선교단체 주도의 멘토링 시스템 운영을 들었다.

박경남 선교사는 "부르심이 명확한 선교 헌신자의 경우 단기선교사로 지원해 1년 정도 섬겨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직장 업무의 연속성으로 단기선교가 어려우면 해외 지사 근무를 자원하는 방식을 통해 선교지 경험을 쌓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멤버케어와 선교지 현지팀과의 동역을 위해 선교단체에 허입과 파송을 받은 뒤 해외 근무지로 나갈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인터서브코리아 대표 박준범 선교사는 '단기선교여행 이후 창의적 선교모델의 제시'라는 발제에서 사후 창의적인 선교모델을 위한 주요 원칙에 대해 ▲선교지 교회에 힘을 부여하는 방식 ▲늘 현장의 선교 이슈를 담고 반영하는 봉사와 단기선교여행 ▲현지인을 세우고 현지인 교회 성장을 위해 현지가 주도하는 방식에 참여 ▲단기선교여행 참가자의 전문성 발휘를 꼽았다.

박준범 선교사는 창조적인 단기선교여행 모델로 교육, 의료, 복지, 정부 관련, 개발, 기술, 비즈니스 등 영역별 전문인 소그룹의 단기선교여행, 전문영역의 집중 훈련과 멘토링 선교, 현지교회 섬김, 선교지를 위한 지속적인 기도운동, 단기선교 심화여행 등을 제안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선교 에너지가 크지만, 이를 주님께 드리는 방향성과 목적성이 중요하다"며 "단기선교여행 참가자의 후속 관리도 중요하지만 이를 주관하는 지역교회 리더들의 선교학적 고민과 선교현장 이슈, 동향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학습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기선교여행에 빈번히 참여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자칫 '선교에 이미 참여하고 있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삶과 헌신의 태도가 고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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