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 목사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로 전 국민이 가슴아파 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 가정사역 전문가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가 "심리적 재난에 처한 이들을 돕는 십계"를 전했다.

송길원 목사는 "길어지는 트라우마(Trauma, 정신적 상처), 온통 사회는 눈물바다"라고 말하고, "여기 상처 입은 이들을 보듬고 쓰다듬어 다시 일어서게 하는 매뉴얼을 나누어 본다"고 했다. 그는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 침몰하는 대한민국, 다시 일어서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울게 하라.

억누른다고 잊혀 지지 않는다. 슬픔 총량의 법칙이 있다. 충분히 울어 눈물이 삶의 평형수(平衡水)가 되게 하라. 조선시대, 상가(喪家)에서는 돈으로 슬픔을 사기조차 했다. 곡비(哭婢)라고 불린 여인들에게 눈물 한 방울은 동전 한 닢이었다. 대신이라도 우는 울음에 치유가 머물렀다.

2. 착한 사람 프레임에 갇히게 해서 안 된다. 분노를 허락해라.

'나 때문에~' '내가 죄인이다'는 자책, 지금 해 줄 수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죄책이 평생을 옥죈다. 자신을 향한 것이든 타인과 환경을 향한 것이든 분노를 쏟아내게 하라. 욕조차 '감정의 비상탈출구'라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3. 혼자 있게 하지 마라. 후원 네트워크를 구축해라.

깜깜한 밤길을 걸을 때, 중요한 것은 다리도 날개도 아닌 곁에서 걷는 친구의 발소리다. 방치는 금물이다. 살펴라. 그리고 내 주변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 지옥 같은 하루하루를 이겨낼 동행인이 필요하다.

4. 설익고 어설픈 위로를 하느니 차라리 침묵하라.

'너는 잘 헤쳐 나갈 거야', '그 사람은 굵고 짧게 산거야' '지상에서 임무를 다 한거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정리될 거야' 따위의 말은 독침과 같다. 차라리 그 슬픔을 응시하고 곁에 있어만 줘라. 가장 좋은 말은 언제나 온 몸으로 전하는 말이다.

5. 서둘러 희망을 말하지 마라. 절대시간이 필요하다.

연구에 의하면 애도의 과정을 지나 새로운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는 2년도 모자란다. 과거의 3년 상(喪)은 그냥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것을 3일 만에 끝내는 현실이 너무 냉혹하고 가혹하다. 각자에게는 애도의 방식이 있고 절대시간이 있다. 서두르게 하지 마라.

6. 심리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신체적 돌봄이다.

식음을 전폐하다 보면 에너지가 고갈되며 몸은 망가지기 십상이다. 몸까지 쓰러지면 일어서기 어렵다. 이 때 가장 좋은 치료제는 입맛이다. 그 작은 불씨를 꺼뜨리지 마라. 그리고 안아주고 토닥여 주어라. 가족이나 가까운 이들의 손길은 백약보다 낫다.

7. 세월에만 맡기지 말고 매뉴얼을 따라 애도하게 하라.

세월이 약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도 절대 잊혀 지지 않는 일이 있다. 기억장애, 호흡곤란, 공황발작, 자살충동, 분노조절 장애, 대인 기피증.... 누구라도 올 수 있는 감정들이다. 전문 상담가를 만나고 애도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8. 망각하기 위한 어설픈 행동은 또 다른 족쇄가 된다.

정신적 공허감을 술로 달래거나 상실로 인한 고통을 잊기 위해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는 등의 일은 제 2의 자살행위가 된다. 서서히 자신을 죽여 가는 것이다. 수용하기 힘든 변화와 고통스런 현실, 신앙에 의탁해 보라. 이때가 인생의 본질을 성찰하고 기도의 힘을 빌려야 할 때다.

9. 자기에게만 향하던 시선을 다른 이에게 돌려보라.

바로 나의 곁에 그 누군가도 아파하고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그들에게 다가가 내 경험을 나누어라. 누군가를 돕는 손길에 나의 치유가 있다. 우산을 받쳐주는 정도가 아니라 함께 비를 맞아줄 사람이 '바로 나'임을 알게 된다. 아파 본 사람만이 진정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어서다.

10. 우리가 정말 사랑해야 할 것은 '사랑', 가족이 답이다.

나도 언젠가 그 아픔을 안길 수 있다. 늘 준비된 삶을 살아라.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인생의 마지막 작별인사가 아닌 일상의 행복언어로 바꾸어라. '오늘이 나의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하는 마음가짐으로 살면 하루하루가 알차다. '가족사랑', 미루지 말고 지금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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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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