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열린 컨퍼런스에서 발제에 귀기울이고 있는 릭 워렌 목사. ⓒ새들백교회.

미국 새들백교회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기 위한 최초의 복음주의-가톨릭 교계 연합 컨퍼런스가 열렸다. 28일(현지시간) 열린 이 컨퍼런스에는 3천3백여 명의 참석자들이 모여,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인 정신건강에 대한 교파를 막론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릭 워렌 목사와 케이 워렌 사모는 정신질환에 평생 시달리다 자살을 택한 막내 아들 매튜 워렌이 지난해 4월 자살한 이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과 가족들을 위한 사역을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컨퍼런스는 이러한 사역의 공식적인 첫걸음이라는 의미가 있다.

케이 워렌 사모는 "보다 광범위한 신앙 공동체들을 이렇게 한 데 모을 수 있었다는 것은 기쁘면서도 씁쓸한 일이다. 정신질환을 가진 이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보여줄 수 있는 이 자리를 매튜와 함께 나누기 원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워렌 사모는 "이 컨퍼런스는 매튜는 물론 정신질환으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모든 이들을 기리기 위한 자리이자, 같은 고통 속에 있는 이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전하기 위한 자리다"고 전했다.

릭 워렌 목사는 34년 동안의 목회 동안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많은 이들을 만나 왔다며, "나는 정신질환에 관한 권위자가 아니지만 나는 정신질환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안다"며, "나는 우리 가족들의 고통을 모두에게 드러내고 사람들에게 '나는 괜찮지 않고 여러분도 괜찮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괜찮으시니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워렌 목사의 바랐던 대로, '정신건강과 교회 모임(Gathering on Mental Health and the Church)'은 정신질환으로 힘겨운 자신과의 싸움에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희망을 줄 뿐 아니라, 교회 지도자들로 하여금 이들에게 보다 나은 목회적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하기 위해 개최됐다. 정신건강 분야 전문가들의 강연뿐 아니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의 발표 역시 눈길을 끌었다.

28일(현지시간) 새들백교회에서 복음주의-가톨릭 연합으로 열린 '정신건강과 교회' 컨퍼런스. ⓒ새들백교회.

발표자 중 한 명으로, 18세에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데이빗 맨더니(40)는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컨퍼런스는 분명히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과는 물론 교회의 도움을 통해서, 그리고 하나님께 의지함으로써 자신이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어려움을 보다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발표에서 전했다. 그는 "내가 정신질환을 통해 깨달은 것은 하나님께서 내 인생을 통해 하기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희망을 전하는 것이고, 이 희망은 모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워렌 목사는 맨더니에게 "당신의 뇌 화학물질도, 당신이 앓고 있는 병도 당신의 정체성이 될 수 없다. 당신은 정신질환과 싸우고 있는 그리스도의 제자이다. 당신의 정신질환이 당신이 누구냐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당신이 누구냐를 말해준다"고 전했다.

그는 "당신이 태어나기 수천 년 전부터 하나님께서는 당신이 오늘 이 자리에 있을 것임을 아셨다. 그는 당신을 이 자리로 이끌어오셔서 '너는 내게 소중하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내가 너를 창조했다. 나는 너의 인생을 위한 계획이 있다. 그 계획은 네가 겪은 고통을 뛰어넘는 것이다. 너는 가치있고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들려주기 원하셨다"고 말을 이었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맨더니 외에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6백여 명이 참석했다.

현재 미국에는 성인 4명 중 1명 꼴인 25% 가량이 크고 작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질환의 원인은 10%가 어린 시절에 형성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컨퍼런스에서는 이러한 정신질환 문제에 교회가 신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어떠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교회의 편견과 무관심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는 데 참석한 지도자들은 의견을 모았다. 가톨릭 지도자인 반 주교는 "서구 문화, 혹은 미국 문화는 정신질환이라는 꼬리표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 꼬리표 뒤에 있는 사람을 봐야 하고 그들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며 나아오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의학자인 스티브 피트맨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의 모든 교구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 "그들 사이의 유일한 차이는 어떤 교회는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대처하려고 하는가 하면, 나머지 교회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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