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한미 FTA로 2015년 양국통상 50% 확대"
(워싱턴=연합뉴스) 김병만 기자 = 이명박 대통령이 12일 오후(현지시간) 미 워싱턴 윌러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미 상공회의소 주최 한미 경제인 오찬에서 토마스 도너휴 미상공회의소 회장(왼쪽), 윌리엄 로즈 한미재계회의 위원장과 건배하고 있다.

13일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을 위한 최종 의회 절차를 마무리함에 따라 공은 우리나라에 넘어왔다.

미국의 FTA이행법안 처리는 그동안 야당이 주장해온 재재협상이 사실상 물 건너갔음을 의미하는데다 여야 정치권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국회일정에 적잖은 압박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비준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될 경우 발효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이 증가하고 대외신인도가 저하되는 등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된 한미FTA 비준안이 여야의 힘겨루기로 이달 말까지 처리되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1일 FTA 발효일정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전방위 설득작업에 나섰다.

◇美 이행법안 선처리..야당 주장 사실상 물건너가
미 상하 양원이 12일(현지시간) 통과시킨 한미 FTA이행법안은 지난 2007년 두 나라가 공식 서명한 FTA 합의문과 올해 2월 양국 통상장관이 교환한 추가협상 서한을 근간으로 한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비준안을 처리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이다. 협정문 자체에 더 이상 손을 댈 수 없다는 뜻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월 한미 FTA 비준안 처리의 선결조건으로 '10+2안'을 들고 나왔다.

이 안은 재재협상을 통해 쇠고기 관세철폐 유예, 중소상인 보호장치 확보, 개성공단 제품 인정을 위한 역외가공조항 도입, 의약품 분야 허가·특허 연계제도 폐지, 금융 세이프가드 실효성 강화 등 10개의 안을 관철시키자는 것이다.

또 통상절차법 제정, 무역조정지원제도 강화 등 2개의 국내 보완대책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 안을 중심으로 여당과 정부를 압박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비준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고 버텨왔다.

더욱이 여당 주요 인사들은 '재재협상 요구는 한미FTA를 폐기하자는 것'이라는 정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 '일부 수용 가능성'을 흘리면서 국민을 혼란케 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재재협상 주장은 끝난 얘기다. 비준안이 더이상 정치쟁점화되어서는 안된다"며 "FTA가 우리 국익에 기여하는지 따져보고, 피해예상 분야에 대해서는 기존의 보완대책을 내실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선 FTA처리 어떻게 볼 것인가
전문가들은 미 행정부와 의회가 속전속결로 FTA 이행법안을 처리한데 대해 '리더십'과 '경제살리기'를 이유로 꼽았다.

당초 미 행정부와 의회는 지난 8월 이행법안을 처리키로 가닥을 잡았다가 국가 채무한도 확대 등 변수가 발생하고 민주당이 무역조정지원제도(TAA)를 연계하는 바람에 두달이나 혼란을 겪어야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후 긴밀한 협의과정을 거쳐 정부가 지난 3일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뒤 채 열흘도 안돼 별 잡음없이 의회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미국 정치의 리더십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초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급강하하고 의회 내에서 의견차가 워낙 심해 FTA 법안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이 앞장서 설득하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의 리더십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국회가 자꾸 곁가지를 갖고 논란거리를 만들고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과 정부가 흔들리는 우리의 모습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시사하는 바 크다"고 꼬집었다.

리먼 사태이후 침체에 빠진 경제를 FTA를 통해 살려보겠다는 정부와 의회의 노력이 FTA 이행법안의 속전속결을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김형주 LG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제상황이 워낙 안좋아 신규 고용창출이 부진해 활로를 무역확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부와 의회 사이에 이뤄졌다"면서 "정치적 명분싸움보다 자국의 고용창출이라는 한단계 높은 목표를 위해 합의한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비준안 처리.."더이상 늦춰선 안돼"
미국이 한국과의 FTA 이행절차를 한발 앞서 마무리함으로써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나라로 넘어왔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의회 내 법안처리로 FTA발효를 위한 절차가 종료되는 미국과 달리 비준안이 통과되더라도 부수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후속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내년 1월1일 발효를 위해서는 국회 내 비준안 처리를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최석영 통상교섭본부 FTA교섭대표는 "이달 내에 비준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14개 부수법이 언제 통과될지 기약을 할 수 없다"면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동규 FTA 정책국장도 "부수법안이 처리된 뒤에는 시행령, 시행규칙 등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준비해야 FTA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도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준안 처리 지연 시 또다른 부작용을 염려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KIET) 연구위원은 "우선 국가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고 미국의 거센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주 연구위원은 "FTA 발효가 지연되면 미국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줄어든다.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 기회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전기자동차가 새로운 활로로 부각되는데 현행처럼 관세를 부담할 경우 한국산 배터리가 아무리 경쟁력을 갖췄다고 해도 중국산, 일본산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는 거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내 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축으로 대 국회 설득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 "FTA 발효가 글로벌 위기극복에 도움"
우리나라와 미국의 교역액은 작년 기준 902억달러에 달한다. 한때 세계 최대 교역국이었던 미국은 현재 우리나라의 5위 교역국으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총수출액이 498억달러(수출비중 10.7%)인 엄청난 시장이다.

수입은 404억달러(총수입액의 9.5%)로 94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로만 따지면 매년 수십억달러의 흑자를 내왔다.

한ㆍ미 FTA가 발효되면 컬러TV 등 한국산 8천628개 품목에 대한 관세가 사라진다. 대미 수출품목의 82%에 해당하며 수출액 기준으로는 85%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9천61개 품목(전체의 80.5%)의 관세를 철폐한다.

작년 12월에는 추가협상을 통해 모든 승용차를 대상으로 두 나라가 4년 뒤 모든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미국은 관세 2.5%를 4년 뒤 한꺼번에, 우리는 8%를 4%로 인하하고 4년 후 한꺼번에 없애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더블딥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FTA가 당초 기대했던 교역증대 효과는 거두기 어렵겠지만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형주 연구위원은 "FTA가 발효된다고 해서 당장 우리 경제가 크게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지금같은 위기에서 성장률 하락 속도를 완화할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정인교 교수는 "지금처럼 경기침체하에서 FTA의 가치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면서 "더 큰 시장에서 영업을 할 수 있고 투자와 경제활동의 제한이 사라지니까 기업들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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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국회비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