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Golf)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중세에 네덜란드와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경기하는 모습은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에 골프북 (The Golf Book)으로 알려진 16세기의 필사본 기도서 (Book of Hours )에 골프가 스포츠로서 또는 오락으로서 생생하게 묘사된 원색 삽화가 들어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이 기도서에는 성인들의 축일이 표시된 9월 달력의 아랫부분에 골프하는 장면의 삽화가 있어 이 기도서를 일명 "골프북"으로 부르고 있다.
이 골프게임 그림을 보면 농장입구의 건물 앞에서 젊은이 셋이서 오늘날의 골프와 유사한 게임을 하고 있다. 청색 옷을 입은 청년은 골프채로 볼을 홀 쪽으로 칠 기세이고 적색옷의 청년은 홀 앞에서 몸을 낮추어 무릎을 꿇은 체 볼을 홀에 넣고 있다.
회색옷의 청년은 골프채를 들고 자기 차례를 기다린다.
초록색 옷을 입은 좀 나이가 든 청년은 왼손을 들고 경기진행자 같은 자세로 무슨 말을 하고 있다. 또는 저 건물 문 앞에서 기다리는 또 한 사람을 가리키며 심부름을 온 사람 같기도 하다.
중세 교회나 수도원의 성직자들이 사용하던 고가의 양피지에 그린 필사본 기도서에는 사복음서와 시편의 주요 구절과 기도문이 아름다운 성서화 삽화와 함께 수록 되었으며 교회축일을 표시한 캘린더에는 계절별 노동과 레저를 그린 삽화가 들어 있어 전체적으로 아름답다.
이 골프북 기도서는 1530년경 당시 최고의 채색필사본 장인인 플랑드르의 시몬 베닝(Simon Bening)이 그의 공방이 있던 브뤼헤(Bruges)와 헨트(Gent)에서 주도적으로 제작하였다,
그러나 이 기도서의 최초 소유자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당시 유럽은 상업의 발달로 성직자뿐 아니라 부유층이 필사본 성서나 기도서를 주문하기도 하였다.
이 골프 북에는 골프게임 외에도 굴렁쇠놀이, 활쏘기, 보트타기 등 당시 인기 있던 레저를 주문자의 취향대로 캘린더 밑 부분에 삽화로 정교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신앙심이 돈독한 개인적 기도서로 보여 진다.
영국 국립도서관이 1861년에 구입하여 소장하고 있던 이 기도서를 최근 스페인의 중세 성경과 기도서 영인 전문업체인 Moleiro사에서 팩시밀리판으로 영인 출판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Moleiro사로 부터 중세 성서와 기도서의 삽화를 수집하면서 이 골프북 자료를 가지게 되었다.
이 기도서에는 성인축일과 교회주요 절기를 표시한 12장의 달력뿐만 아니라 그 달에 맞는 세시풍속과 노동을 그린 전면삽화 12장이 있다. 그 외에 성인의 초상을 제외한 성서의 인물과 사건, 그리고 교훈을 그린 성서화(biblical art)는 다른 기도서에 비해 적은 편이다.
성서화로는 감란산에서의 기도. 유다의 키스, 십자가에 달리심과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등이 있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에서 아리마대 요셉이 사닥다리에 올라서서 죽은 예수를 부축해 내리고 있다. 니고데모는 예수님 발에 박힌 못을 집게로 뽑고 있다.
니고데모 바로 뒤에는 푸른 옷을 입은 성모가 여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오열하고 있으며 그 옆에는 안타깝게 바라보는 사도요한이 있다.
아래 그림은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 바로 앞에 앉아서 예수의 머리를 다리에 올려놓고 애도하는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인물이 하나 늘었는데 예수의 발 앞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울고 있다.
십자가 아래에는 전설로 내려오는 아담의 해골이 보인다. 제2의 아담인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음으로서 아담이 범한 원죄를 용서받게 되었다는 심오한 교리를 보여준다.
그러므로 골고다언덕에 굴러다니던 아담의 해골을 보면 깊은 감동을 받는다.
■ 강정훈 교수는...
강정훈 교수는 1969년 제7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해 뉴욕 총영사관 영사(1985~1989)를 거쳐 조달청 외자국장, 조달청 차장(1994~1997) 등을 지내고 1997~1999년까지 조달청장으로 일했다.
행정학박사(연세대·서울대 행정대학원·성균관대학원)로 성균관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2004~2005), 2003년부터 현재까지는 신성대학교 초빙교수를 맡고 있다. 또 (사)세계기업경영개발원 회장(2003~2008)을 역임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1992년 성서화전시회를 개최했으며 1994년에는 기독교잡지 '새가정'에 1년 2개월간 성서화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다.
현재 자신의 블로그 '영천의 성서화 라이브러리(http://blog.naver.com/yanghwajin)'를 통해 다양한 성서화와 이어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35년간 중세의 성서화 자료와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의 저서를 모으고 있다. 그 중 한국학 및 한국 근대 초기 해외선교사 저서 및 자료 675점은 숭실대 학국기독교박물관에 2011년 기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