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올림픽에 참가한 이규혁이 10일(현지시간)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서 이를 악물고 역주하고 있다.   ©뉴시스

벌써 6번째 올림픽, 투혼이라 할만했다. 스스로 체력이 모자라는 것을 느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아쉽게도 메달과 인연이 없었지만 이를 악물고 끝까지 스케이트날을 힘차게 내딛었다.

이규혁(36·서울시청)은 10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아레나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0초65로 출전 선수 40명 중 18위를 기록했다. 비록 메달권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37세 이규혁의 도전은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충분했다.

4조에서 로만 크레치(카자흐스탄)와 레이스를 펼친 이규혁은 불안한 스타트를 딛고 스퍼트를 올렸다. 최선을 다해 빙판 위를 질주했다. 하지만 크레치(35초04)에 0.12초 뒤진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럼에도 그는 손을 들어 환호에 답하는 여유를 보였다.

선두권과 격차가 컸지만 2차 레이스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9초79로 100m 구간을 통과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체력이 떨어진 그는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 주니오에 밀렸고, 결국 35초48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그는 이미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승자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는 패자가 아닌 승자의 여유가 묻어났다. 턱걸이 기록으로 올림픽에 올랐지만 18위에 오른 것에도 감사해 했다. 그리고 지난 6번의 도전에 대해서는 "나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는 시간들"이었다고 회고했다.

금메달에 대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아쉽게 4위에 머무른 모태범이 말없이 믹스트존을 빠져나가자 대신 인터뷰에 응하며 맞형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이규혁은 "4위도 잘한 것이다. 100분의 1초 차이 아닌가. 기록 경기는 매일 컨디션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1000m가 남아있다. 1000m에서는 메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그는 "4등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모태범은 최선을 다했다. 그저 날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며 "응원을 조금 더 해주신다면 모태범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규혁의 아름다운 도전은 12일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 경기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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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혁 #소치올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