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부터 공식 문서·공공기관에서 ‘탈북민’ 대신 ‘북향민(北鄕民)’을 사용하도록 추진하면서 법적 명칭 변경에 따른 논란과 함께 일부 탈북민 단체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탈북민’을 ‘북향민’으로 바꾸는 작업은 지난해 12월 통일부가 업무보고에 ‘탈북민’ 호칭 변경을 신속히 결정해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통일부는 ‘북향민’이 ‘북쪽이 고향인 사람’이라는 의미로, ‘탈북’의 낙인 효과를 줄이고 정체성을 더 포용적으로 표현하려는 취지란 설명이나 정작 탈북민 사회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는 표현이라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에 정착한 3만6000여 탈북민 사회는 자신들의 명칭을 ‘북향민’으로 바꾸기로 한 통일부를 향해 탈북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우는 것은 물론, 북한 정권의 시선을 의식한 정치적 언어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탈북민 출신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도 “탈북민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출신 표기가 아니라 자유를 향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이라며 “이를 ‘북향민’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바꾸려는 것은 역사 지우기이자 당사자 부정”이라며 거들었다.
통일부가 새롭게 쓰기 시작한 ‘북향민’이란 용어는 말 대로 북한이 고향인 사람을 통칭하는 말이다. 최근 자유와 생존을 위해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사람들과 북한이 고향인 실향민들까지 이 용어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런데 북한이 고향인 사람들을 ‘실향민’으로 부르면서 탈북민을 ‘북향민’으로 개칭하는 건 역사적 관점에서도 부합하지 않아 보인다.
탈북민들의 거센 반발의 배경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있다. 정 장관이 “탈북민 전원이 기존 명칭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전국탈북민연합회는 사실을 호도하는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좀처럼 이해가 안 되는 건 정동영 장관이 통일부 수장으로 부임할 때마다 이런 이슈가 반복적으로 불거지는 점이다. 정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5년 통일부 장관 재직 시에도 ‘탈북민’이란 용어를 ‘새터민’으로 바꾸려다가 사회적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는 탈북민이란 용어를 바꾸려는 것이 마치 탈북민들의 요구사항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자신들에게 붙여진 이름에 별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용어를 바꿔 신분과 사회적 지위가 상승한다면 되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김씨 3대 독재정권이 싫어 목숨 걸고 탈출해서 자유를 찾아온 자신들의 정체성을 그대로 나타내는 ‘탈북민’이란 호칭이 오히려 떳떳하다는 거다. 통일부가 진정 탈북민을 위하는 마음이라면 호칭으로 이들을 구분하려 할 게 아니라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부터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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