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트 내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리고 있다. 2014.02.08.   ©뉴시스

지구촌 최대 겨울 스포츠 축제인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이 8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흑해 연안의 휴양도시 소치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리고 열이레간의 열전을 시작했다.

'뜨겁게, 차갑게, 그대의 것(Hot, Cool, Yours)'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2014소치동계올림픽은 역대 최다인 88개국에서 2천800여 명의 선수가 함께한다.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러시아는 2014년을 기념하기 위해 현지시간 7일 오후 8시14분(20시14분)을 개회식 시작 시간으로 정했다.

'러시아의 꿈'을 주제로 160분간 펼쳐진 개회식 행사는 러시아 최초의 '차르'(황제)인 표트르 대제 시절의 전성기를 떠올리면서 러시아의 부활을 알리는데 중점을 뒀다.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4만 관중은 카운트다운과 함께 경기장 한가운데에 요정처럼 등장한 '류보프'라는 이름의 소녀에 이끌려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 미래로 여행을 떠났다. 류보프는 러시아어로 '사랑'을 뜻한다.

개최국 러시아 국가가 연주되고 국기가 게양되자 각국 참가 선수들이 경기장 문이 아닌 지하로 연결된 중앙의 통로에서 나타났다. 관례에 따라 고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가 가장 먼저 하고 개최국 러시아 선수단이 마지막에 경기장으로 들어섰다.

7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트 내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개막식장으로 입장 하고 있다. 2014.02.08.   ©뉴시스

알파벳 순서에 따라 우리나라는 폴란드의 뒤를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맏형 이규혁(서울시청)을 기수로 앞세우고 60번째로 피시트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반기문 유엔총장 내외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며 환영했다.

입장 후 민속 의상부터 우주복을 입은 행렬로 러시아의 고전음악과 발레, 건축, 전통문화를 춤과 노래로 표현했다.

'러시안 알파벳'을 소개하는 순서에서는 러시아가 배출한 음악가 차이코프스키, 추상화가 칸딘스키, 단편 문학가 안톤 체호프, 러시아 태생인 화가 샤갈, 문호 푸쉬킨 등이 알파벳 순서에 맞춰 영상으로 등장했다.

  ©뉴시스

세계적인 안무가 대니얼 에즈라로프는 브로드웨이 유명 뮤지컬 '스파이더 맨-턴 오프 더 다크(Spier Man : Turn Off the Dark)'를 새롭게 해석해 무대에 올렸다. 그늘졌던 현대사를 벗어나 옛 강대국으로의 면모를 되찾으려는 러시아의 야망을 전 세계에 내보이겠다는 의도였다.

20세기로 넘어가서는 화려한 발레 공연과 대도시 모스크바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드미트리 체르니센코 소치올림픽 조직위원장의 환영사,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축사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림픽 개회 선언을 하자 경기장에서 오색찬란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발레 곡인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선율 속에 '평화의 비둘기' 공연이 이어졌다.

올림픽기가 게양되고 소프라노 안나 네트레브코가 올림픽찬가를 불렀다.

7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트 내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가 불타고 있다. 2014.02.08.   ©뉴시스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인 성화 점화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맡았다.

먼저 마리야 샤라포바(테니스)가 선수들이 입장한 통로로 성화봉을 들고 나타나 옐레나 이신바예바(장대높이뛰기)에게 건넸다.

이후 왕년의 스타인 알렉산더 카렐린(레슬링)과 알리나 카바예바(리듬체조)에게 차례로 옮겨졌다.

성화봉은 다시 러시아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영웅 이리나 로드니나를 거쳐 아이스하키 전설 블라디슬라프 트레티아크에 전달됐다.

1만4000명의 주자에 의해 옮겨진 성화는 지난해 9월 그리스에서 채취된 후 올림픽 사상 가장 긴 거리인 6만5000㎞를 돌아 개회식장으로 들어왔다. 성화는 특수 장비를 통해 북극해와 바이칼호 속은 물론 소유즈 우주선에 실려 우주를 다녀오는 등 봉송 기간 내내 화제를 모았었다.

【NASA=AP/뉴시스】미 항공우주국(NASA)이 제공한 사진으로,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우주 성화 봉송 퍼포먼스가 9일 국제우주정거장(ISS) 밖 우주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다. ISS에 체류하고 있는 러시아 우주인 세르게이 랴잔스키와 올렉 코토프가 지상 약 420㎞ 우주공간으로 나가 우주 유영을 하며 약 1시간 동안 소치 올림픽 성화 봉송 퍼포먼스를 했다. 안전을 고려해 성화봉에 불을 붙이지 않은 것은 물론 조명장치도 장착하지 않았다. 2013.11.10   ©뉴시스

각국 정상들과 귀빈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반기문 총장을 비롯해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참석했다. 북한에서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개회식에 보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 등은 불참했다.이는 러시아의 '반(反) 동성애법' 제정, 인권 문제 등에 대한 항의 표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개회식 중 오륜기를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기술 오류로 추정되는 실수가 나와 러시아의 체면을 구겼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행사 초반 5개의 눈꽃이 공중에서 오륜기로 변하는 과정을 연출하려고 했지만 5번째 눈꽃이 펴지지 않았다.

오륜기는 유럽·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아메라카 대륙을 상징하는데 유일하게 펴지지 않은 눈꽃은 아메리카 대륙을 의미하는 링이었다.

이번 대회에는 동계올림픽 역대 최다 규모인 88개국 3000여명의 선수가 출전해 7개 종목, 98개 세부종목에서 자웅을 겨룬다. 8일 오후부터는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는 남녀 스키 하프파이프, 여자 스키점프, 바이애슬론 혼성 계주, 루지 팀 계주, 피겨스케이팅 단체전 등 12개 세부 종목이 새로 추가돼 금메달은 4년 전 밴쿠버 대회의 86개에서 98개로 늘었다.

3회 연속 톱10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은 아이스하키를 제외한 6개 종목 선수 71명을 내보냈다. 이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의 48명을 넘어선 가장 많은 인원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선수 생활 마지막 무대인 이번 올림픽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간)부터 이틀 간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리는 여자 피겨스케이팅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금빛 연기를 펼친다.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 후보인 '빙속여제' 이상화(가운데)가 동료선수들과 함께 4일 오후(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는 이상화를 포함해 모두 12명의 기독인 선수가 출전하고 있다.   ©소치(러시아)=뉴시스

스피드 스케이팅은 2개 이상 금메달로 효자 종목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각오다. '빙속 여제' 이상화가 주 종목인 500m에서 챔피언 사수에 나서며 4년 전 밴쿠버올림픽 남자 500m를 제패한 모태범은 500m에 이어 1000m 타이틀까지 넘보고 있다.

쇼트트랙에서는 여자부 '차세대 에이스'인 심석희의 질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심석희는 1000m와 1500m, 3000m 계주 3관왕을 목표로 세웠다.

첫 메달은 8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에 출격하는 이승훈의 발끝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경쟁자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지만 제 기량만 발휘한다면 충분히 시상대에 오를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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