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카드사와 보험사에 텔레마케팅(TM) 인력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당부했지만 일선 영업 현장에서는 TM 직원들이 무급휴직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대형 카드사의 하청업체에 소속돼 TM 영업을 맡고 있는 손모(48·여)씨는 29일 "2월 3일까지는 연차를 사용하고, TM 영업이 중단되는 3월31일까지는 무급휴직을 사용해 쉴 것을 권유받았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개인정보 불법 유통·활용 차단조치'에 따라 전 금융사가 오는 3월 말까지 SMS나 전화·이메일을 통해 대출권유 등 모집행위를 할 수 없게 되자 당분간 TM 인력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카드사와 보험사 임원들을 소집, 간담회를 열고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TM 영업점은 하청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당부가 먹혀들지 않는 실정이다.

손씨는 "40대 주부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아웃소싱 업체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고등학생 자녀가 두명이라 수입이 없으면 생활하기 힘든데, 식당에라도 나가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손씨가 속한 TM업체 뿐 아니라 다른 금융사 TM 조직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중소형 보험사 TM 하청업체의 경우 아직 무급휴직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이후 실적이 전무하다시피하고, 당국의 조치로 3월말까지는 영업이 불가능하게 됐다.

금융사에 직접 소속된 TM 직원의 경우 대부분 최저임금에 불과한 기본급에 영업실적에 따른 수당을 더한 임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기본급 없이 성과급으로만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3월말까지는 어떤 수입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해당 업체의 TM 직원은 "영업을 위해 전화를 하면 자신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냐며 화를 내는 고객들이 많아 며칠째 실적을 올리지 못한 상황"이라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대다수 직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TM영업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은 보험사 3만여명, 카드사 8000명 등 모두 3만8000명 가량인 것으로 추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TM영업의 경우 대부분 하청업체에게 외주를 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지도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로 많은 TM 인력이 3월말까지는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책임을 금융사에 돌리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일단 (TM영업 등 비대면 채널의 영업을 중단하는 것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TM직원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에 대해서는 금융사의 임원 간담회를 통해 그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지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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