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암교회 조주희 목사는 "지역 리더들과도 만나고 지역의 일 하는 사람과도 만난다"며 "지역과의 관계를 친구 관계로 생각한다"고 했다.   ©오상아 기자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성암교회(담임 조주희 목사)가 2009년 완공한 비전센터에는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바오밥카페'와 어린이들을 위한 '다섯콩 도서관'이 있다. 

기존의 교회 건물에 아이들을 위한 교육공간이 부족해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 계기가 돼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싶어 시작한 일이 2년이 걸렸다. 

성암비전센터 건물의 2층에 바오밥 카페와 다섯콩 도서관이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바오밥 카페와 연결된다.   ©성암교회

그때 시작된 바오밥카페에는 현재 한 달에 2000여명의 지역 주민들이 다녀가고 다섯콩 도서관에는 등록한 회원수만 500명이 넘었다. 도서관의 책은 8000권을 좀 넘었다. 

독거노인들을 위해서는 반찬을 제공하는 일은 지금은 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한 자살예방사업으로 확대됐다. 조 목사는 "독거노인은 자살위험군에 속하는 분들이다"며 "구청의 정신보건건강센터에서 저희가 독거노인들한테 음식을 제공한다고 하니 그러면 '다른 서비스까지 더 합시다'해서 반찬을 가져다주는 도우미들이 자살 예방교육을 받았다. 자살의 징후를 알아차려서 병원과, 전문가들과 연결시켜 주고, 가벼운 것은 대화해서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 적은 돈으로 집 살 수 있어 신혼부부, 초등학생 자녀 많아

다섯콩 도서관 창문의 커텐를 젖히며 조 목사는 바로 앞 초등학교를 보여줬다. 그러면서 이 지역에 사는 대다수의 연령대는 신혼부부라고 했다. 이 지역은 많은 돈을 가지지 않고도 집을 살 수 있는 곳이라 신혼부부가 많고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 많다는 것이다.

다섯콩 도서관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오상아 기자

조 목사는 "지역사회를 위해 뭘 하자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너무 막연했어요. 공간을 좀 빌려줄 수도 있겠고 예식장으로 쓰게 할 수도 있겠지만...우리가 전문성이 부족하니 전문성을 가진,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해서 사회복지연구소와 만났다"고 전했다.

사회복지연구소는 2007년 복지관 관장급의 그리스도인들이 협력해 교회의 복지사업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었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시작돼 사회복지연구소와 교회가, 교회와 지역사회가, 교회 내부에서 소통이 이루어졌다. 또한 연구소는 교회 안팎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그 지역의 일반복지가 어떻게 공급이 되고 있는지 지역에 필요한 복지는 무엇인지, 교회의 예산과 인력, 사역의 효과성, 교인들의 관심과 연령별 분포 등을 조사했다.

교회가 하는 '복지'…바른 '교회론' 이해가 먼저

조 목사는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했다"고 강도했다. 그는 "교회는 사회복지전문기관이 아니고, 그렇다고 지역사회를 돕는 일을 전도의 도구적 역할이나 교회를 성장시키는 목적으로 사용하면 안 되니 '복지'에 대한 바른 교회론의 이해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예배가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스러운 일이듯이, 지역사회를 위한 일도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실무자들뿐만 아니라 당회원, 항존직, 성도 전체가 신학적인 부분에서부터 컨설팅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까지 교육을 받았다"며 "더디더라도 교회 모두의 이야기가 되도록 하려고 하는 마음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교회론적인 공부를 해서 마음 속 변화가 일어나니 모두가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그러니 수련회 갈 것 안가고 그 힘과 재정을 비전센터에 투입하고 교역자수를 한분 줄이고 전문가 한분을 모실 정도로 성도들이 이해해줬다"고 전했다. 또한 교인의 80%가 그 지역 주민이어서인지 교인들 본래도 지역사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가능했다고 했다.

조 목사는 "1년 2개월이 되는 시간이 참 바삐 흘러갔다"며 "교회 전체와 관련된 일이라 목회와 분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 비전센터, 지역사회 주민들 삶 개선 의지 줬으면… 

조 목사는 "우리 교회가 비전센터를 연 것은 카페가 주목적도 아니고 도서관이 주목적도 아니다"며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본인들 이야기도 하고 삶을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라고 전했다.

쌀쌀한 날씨에 언 몸을 따뜻한 차 한잔으로 녹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상아 기자

그래서 일 년에 두 번은 지역 카페에서 인문학 아카데미를 열고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영화 보는 프로그램, 같이 여행하는 프로그램, 독서 토론하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교회 안은 하나님 백성들, 교회 밖은 하나님 백성이 아닌 사람들 이런 식으로 완전히 분리하는 방식으로 이분법적으로 지역사회를 바라보거나, 지역사회는 교회에 무엇을 공급해주는 것으로만 생각했다"며 "사람이고 돈이고 들어오면 나가야 되는데 교회는 흡입하는 곳이 돼버렸다"며 아쉬워했다.

■ 소통 위한 길 '인문학 공부' · '지역 리더들과 만나기' · '너무 나서지 않기'

세상의 좋은 '친구'가 되고 싶은 조 목사가 이를 위해 힘쓰고 있는 첫번째는 인문학 공부다. 그는 "세상에 선교하는 교회인데 세상을 잘 모르면서 우리는 안다고 생각한다"며 "이 세계의 움직임과 흐름을 알려면 인문학적인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만남'이다. 그는 "지역 사람들과 자꾸 만나는 거죠. 지역 리더들과도 만나고 지역의 일 하는 사람과도 만난다"며 "지역과의 관계를 친구 관계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바오밥 카페 안으로 겨울 햇살이 들어와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오상아 기자

그래서 성암교회는 복음 외에 더 도울 것이 없는지 자꾸 찾는다. 올해도 맥추감사헌금은 지역사회에 내놓아 월세를 못내는 가정을 돕는데 사용하고 있다. 작년에는 난방비 값이 급등해 난방비를 제공했다.

조 목사는 "교회가 나서서 알아보기 어려워 동사무소와 구청과 협력한다"며 "지역의 가장 급한 일이 뭔가 교회가 그걸 동사무소나 구청에 여쭤봐서 도움을 준다. 그러니 구청장님과도 친하고 동장님과도 친하고 직원들이랑도 잘 알고 있어서 계속 교제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다른 교회들과 대화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지역에 목회자들의 연합체인 교구협의회, 교동협의회, 교경협의회가 있는데 제 생각에는 이들이 좀 더 지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은평에 있는 좋은학교네트웍에는 교구협의회나 교경협의회분들이 들어와서 같이 활동한다"고 전햇다.

'좋은학교네트웍'은 최근 사회문제로 불거진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지역의 학교와 관공서, 교회, 학부모, 전문가가 협력하는 프로젝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육훈련원에서 같은 관심을 가진 목회자들이 모이기 시작해 교회들이 먼저 나서서 네트웍을 만들어보자 해서 2년간 노력해온 결실이다.

마지막으로 조 목사는 "너무 나서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목사는 "친구도 누가 강하게 끌고 가면 마음을 나누기가 어렵다. 그러기보다는 함께하는 일을 도모하며 서로 마음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함께 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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