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종교 중립과 학생의 종교 자유 구분해야
학교의 종교 중립은 종교 유무 무차별 원칙
학생에게 종교 표현 삼가라고 요구할 근거 아냐

교사 단체인 대한민국교원조합(대한교조)이 “학생의 종교의 자유는 교문 앞에서 멈추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11월 1일 발표했다. 최근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의 성경 읽기 제지 논란과 관련된 것이다.

대한교조는 성명에서 “학생의 쉬는 시간 성경 읽기와 친구들과의 자발적인 공동 독서가 제지됐다는 보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대전시교육청은 해당 사안의 경위와 지도 근거를 신속히 확인하고, 학생의 종교의 자유가 부당하게 제한된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보도에 따르면, 이 학교 4학년 학생은 쉬는 시간에 성경을 읽다가 주변 친구들이 관심을 보이며 함께 보자 교사에게 제지당했다. 이후에도 혼자 읽는 것은 가능하지만 친구와 함께 보지는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며 “학부모는 교장·교감·담임교사와의 면담에서 쉬는 시간 학생 간 전도가 가능한지 질문했으나, 학교의 종교적 중립을 이유로 허용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설명이 사실이라면, 학교가 지켜야 할 종교적 중립과 학생이 보장받아야 할 종교의 자유를 혼동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 초등학생도 그 권리의 주체”라며 “교육기본법 제6조 제2항이 국공립학교에서 특정 종교를 위한 종교교육을 금지한다고 해서, 학생 개인이 쉬는 시간에 종교서적을 읽거나 자발적으로 친구와 신앙에 관해 이야기하는 행위까지 일괄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어 “학교가 특정 종교를 교육하거나 종교활동 참여를 강요하는 행위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성경을 함께 읽는 행위는 구분해야 한다”며 “학교의 종교적 중립은 종교가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 모두를 공정하게 대하라는 원칙이다. 학생에게 자신의 신앙을 감추거나 종교적 표현을 삼가라고 요구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대한교조는 “물론 다른 학생이 거부하는데도 종교적 권유를 반복하거나, 소음과 강요로 수업과 학교생활을 방해한다면 교사는 필요한 생활지도를 할 수 있다. 종교를 믿지 않을 자유와 종교적 권유를 거절할 자유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친구가 먼저 관심을 보이며 함께 책을 읽는 상황까지 단지 종교적 내용이라는 이유로 제한한다면, 그 제한의 구체적인 근거와 필요성을 설명해야 한다. 막연히 ‘누군가 불편해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 자발적인 독서와 대화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초등학생에게 교사의 말은 학교생활의 기준이 된다. ‘성경은 친구와 함께 보면 안 되는 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지도는 학생이 자신의 신앙을 부끄러워하거나 친구와의 대화를 피하도록 위축시킬 수 있다”며 “학교는 학생들이 서로 다른 신앙과 생각을 존중하며 함께 생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교조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 권한을 존중한다. 그 권한이 신뢰받기 위해서는 학생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구체적인 행위와 상황에 근거해 행사되어야 한다”며 “교육청은 모호한 ‘중립’의 해석을 개별 교사에게 맡겨 갈등을 반복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학생의 자유와 다른 학생의 권리를 함께 보장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교조는 아래와 같이 요구했다.

첫째, 대전시교육청은 성경 읽기와 공동 독서를 제지한 실제 경위, 학생 간 강요나 방해의 유무,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을 공정하게 조사하라. 학부모가 제기한 과거 찬송 제지 문제도 당시 상황과 사유를 확인하라.

둘째, 학교는 학생의 종교적 표현을 제한한 규정과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하라. 근거로 판례를 제시했다면 사건번호와 판결 내용, 이번 사안에 적용된다고 판단한 이유를 밝혀라.

셋째, 종교적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생의 자발적인 독서와 대화를 제한한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지도를 철회하고, 학생과 보호자에게 사과하며 재발 방지 조치를 마련하라.

넷째, 교육청은 학교의 종교적 중립 의무와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구분하는 생활지도 기준을 마련하라. 자발적인 신앙 표현과 상대방이 거부하는 종교적 강요를 구별하고, 모든 종교와 무종교 학생에게 공정하게 적용하라.

다섯째, 조사와 민원 처리 과정에서 학생의 신원과 사생활을 보호하고, 문제 제기를 이유로 학생이 불이익을 받거나 학교생활에서 위축되지 않도록 하라.

대한교조는 “학생은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내려놓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대전시교육청과 해당 학교는 이번 문제에 책임 있게 답하고, 학생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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