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북송 항소심 점검 세미나
탈북어민 강제북송 항소심 점검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박충권 의원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2심 판결을 분석하고 향후 사법적·입법적 과제를 논의하는 세미나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주최한 이날 ‘탈북어민 강제북송 항소심 점검 세미나’에는 법조계 및 북한인권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참석해 최근 서울고등법원 판결의 법리적 의미와 한계, 최고책임자 수사 필요성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지난 2019년 11월 귀순 어민 2명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1일 1심의 선고유예 판결을 파기했다. 2심 재판부는 일선 공무원 16명에 대한 의무 없는 일 강요 혐의를 인정해 정의용 전 실장·서훈 전 원장(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과 김연철 전 장관(징역 1년·집행유예 2년)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반면, 노영민 전 실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발제를 맡은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변호사)은 최근 항소심 판결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탈북어민이 헌법 제3조에 따른 대한민국 국민임을 재확인하고 피고인들의 잠재적 국민론, 귀순 진정성 심사재량론, 전쟁포로론, 통치행위론을 모두 배척했다”며 “중앙합동정보조사팀원, 경찰특공대원, 통일부 직원 등 일선 공무원 16명에게 법적 근거 없이 강제 호송과 송환을 맡긴 것을 의무 없는 일 강요로 보아 유죄로 바로잡은 것은 헌법이 요구하는 당연한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항소심 점검 세미나
김태훈 변호사©박충권 의원실

이어 김 변호사는 항소심 판결의 주요 쟁점과 한계를 지적하며 “항소심 재판부는 보좌기관에 불과한 국가안보실장에게 독자적인 송환 결정 및 집행 권한이 있다는 잘못된 전제를 세움으로써 대통령의 지시 책임과 결재 관계를 따질 길을 차단했다”라며 “합동정보조사 간사기관장으로서 강제송환에 본질적으로 기여한 국정원장의 직권남용과 불법 체포·감금 혐의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책임을 배척한 것도 심각한 법리적 모순”이라고 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무죄 판결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김 변호사는 “노 전 실장은 2019년 11월 3일 나포 및 귀순 의사 보고를 받았고 이튿날 청와대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북송 찬성 의견을 내고 추가 법률 검토를 지시했다”라며 “대법원 판례상 공모공동정범은 행정법상 최종 결재권자일 것을 요하지 않고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되면 충분함에도, 최종 결정권이 안보실장에게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노 전 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공동정범 및 방조범 법리를 명백히 오해한 판결”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판결의 양형과 향후 소추 방향에 대해 “피해자들을 고문과 자의적 구금 등 중대한 박해 위험에 노출시키고 공무원 16명을 도구화했음에도 최고위 공직자들에게 전원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형벌의 비례성에 맞지 않는다”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6쪽 분량의 의견서에서 밝힌 ‘최종 책임’ 언급을 단서로 삼아 실제 사전보고와 지시·승인 여부를 철저히 수사하고, 국제형사범죄법 제9조에 따른 고문·불법감금·강제실종 방조 혐의의 공소장 변경 및 추가 기소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라고 했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항소심 점검 세미나
(왼쪽부터) 이한별 대표, 이은택 사무총장, 이용희 대표 ©박충권 의원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진상 규명 확대와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이 제시됐다. 토론자로 나선 이용희 우크라이나북한군포로구출 국민운동 공동대표는 “죄가 있다면 법에 따라 조사하고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 법치국가의 원칙이며, 혐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보호의 기회 자체를 박탈할 수는 없다”라며 “현장 집행자들의 책임만 확인하고 결정의 전 과정을 미완의 의혹으로 남겨둔다면 국가권력의 책임을 온전히 규명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포함한 의사결정 최상층까지 조사하고 북송된 청년들의 고문 여부와 생사를 확인하기 위한 독립적인 특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은택 북한이탈주민중앙회 사무총장은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결정을 내릴 때에는 더욱 엄격한 절차적 정당성이 요구된다”라며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 지원에서 제외하는 문제와 본인의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송환할 수 있는가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며, 국가기관의 의사결정 과정과 책임 소재 기록을 보존하고 법적으로 공개 가능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관된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관계기관에 정책권고를 내렸고 정부 부처가 수용을 공표했으나, 여전히 관련 매뉴얼이 비공개로 남아 있어 제3자가 송환의 자의성을 검증할 수 없는 한계가 지속되고 있다”라며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으로의 강제송환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송환 전 독립기관의 진의 확인 및 사법심사·변호인 조력 절차를 법률에 규정해야 하며, 국제 강제실종방지협약 기준에 맞춰 북한 지역 내 공권력 침해까지 포괄하는 강제실종 방지·처벌 법률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라고 했다.

박충권 의원
박충권 의원 ©박충권 의원실

세미나를 주최한 박충권 의원은 개회사에서 “국민의 생사가 걸린 결정을 나포 닷새 만에 집행하고도 국회에서 문자가 포착되기 전까지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지 않았다”며 “1심보다 형이 무거워졌다지만 국민을 사지로 내몬 책임에 비하면 턱없이 가벼운 처벌이고, 특히 노 전 실장의 무죄는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입법과 제도 개선을 통해 국가가 다시는 국민을 사지로 내몰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항소심 점검 세미나
단체사진 모습. ©박충권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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