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 총회에서, ‘동성 관계를 신학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동의안이 최종 부결됐다. 기존 교리 충돌 논란과 함께 주교회의 표결 결과 과반수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무위로 돌아갔다.

이 안건은 최근 요크대학교에서 열린 영국성공회 총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였다. 이 안을 발의한 헬렌 킹 교수는 “헌신적이고 신실하며 친밀한 동성 관계가 그리스도인의 제자도와도 양립할 수 있음을 확인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성공회 기존 교리와 상충하는 문제에 논란을 불렸다.

킹 교수를 대신해 동의안을 설명한 로빈슨 교수는 “이 동의안이 특정 신학적 입장을 강요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신념을 배제하지 않는 원칙의 문제’”라며 “성경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식이 다양하고 풍성하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설명에도 결혼에 대해 ‘남성과 여성 간의 평생 결합’으로 정의한 성공회의 교리의 벽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반대 측은 ‘친밀한’(intimate) 동성 관계‘를 언급한 점 등을 들어 영국성공회의 ’결혼‘ 교리와 양립할 수 없는 문제와 성직자는 이 교리를 따르겠다고 서약한 사람들이란 점을 신학적 불용(不容)의 근거로 들었다.

영국성공회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교회 전역으로부터 성 정체성, 성적 지향, 관계, 결혼에 관한 질문을 경청하고 분별하기 위해 ‘사랑과 신앙 안에서의 삶(Living in Love and Faith, 이하 LLF)’ 과정을 시작했다. ‘동성 커플을 위한 조항’ 합의를 목표로 2023년 2월 총회에서는 정기 예배 중 동성 축복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 올 초 영국성공회는 이 과정을 7월에 공식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그 배경은 법적·신학적 자문 결과 교리적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때 독립적인 동성 축복 예배 도입을 검토했던 주교회의가 LLF 종려를 승인한 건 독립적인 동성 커플 축복 예배를 더는 교회 내에서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총회는 LLF 과정을 끝내는 대신 동성 관계와 결혼 문제를 계속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실무그룹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 실무기구 역시 교리 변경 없이 동성 커플을 위한 축복 예배를 도입하는 등의 결정을 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총회에 동성 관계를 신학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동의안과 수정안이 잇따라 상정된 것도 LLF 종료로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기 위해선 반드시 절차적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 때문이다. 이런 시도는 결혼을 ‘남성과 여성 간의 평생 결합’으로 규정한 교리에 막혀 물거품이 되고 말았지만, 교리 상충 문제 이전에 기독교회가 동성 간의 결합을 신학적으로 ‘헌신적이고 신실하며 친밀한 관계’로 설정했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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