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장기 억류 중인 대한민국 국민들의 석방과 무사 귀환을 논의하는 국제회의가 열렸다. 북한억류국민가족회,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은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새천년관에서 ‘북한 억류 한국 선교사 3인을 집으로!’라는 제목으로 국제회의를 공동 개최했다. 본 회의에는 북한 억류 경험자, 피해자 가족, 국내외 인권 전문가 및 정계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자국민 보호를 위한 국가의 책무와 국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북한에 10년 넘게 장기 억류 중인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는 1990년대 북한 대기근 당시부터 중국 접경지대에서 탈북민과 북한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식량과 의약품을 나눠준 인도주의 활동가들이었다. 한국기독교침례회 소속 김정욱 선교사는 2007년부터 중국 단둥에서 쉼터와 국수공장을 운영하다 2013년 10월 북한 보위부의 유인공작으로 평양에서 체포돼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억류 13년째를 맞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김국기 목사는 탈북민 구호 활동 중 2014년 10월 강제 연행돼 간첩 및 체제 전복 혐의로 무기형을 선고받았다. 가장 늦게 붙잡힌 최춘길 선교사 역시 국경 지대에서 빵과 비타민 등을 운반하는 사역을 하던 중 2014년 12월 북한 공작원에 의해 유인·체포되어 같은 누명을 쓰고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이날은 2014년부터 평양과학기술대학교 농장 책임자로 사역하다 2017년 5월 북한 당국에 체포됐던 한국계 미국인 김학송 선교사는 자신이 겪은 1년간의 구금 생활과 심문 과정을 상세히 증언했다.
김학송 선교사는 “2017년 5월, 왜 체포되는지 이유도 모른 채 북한 공안들에게 붙잡혀 보위부 조사실로 압송됐다”라며 “북한 보위부원들은 나를 캄캄한 독방에 가둔 뒤, 너는 북한 반체제 범죄자이자 미국 스파이라며 여기선 절대로 살아나갈 생각도 하지 말라고 협박했다”라고 했다.
이어 김학송 선교사는 “보위부원들은 이 사건에 대해 바로 자백하지 않으면 중국에 있는 네 집사람을 당장 잡아오겠다며 가족의 신변을 두고 거듭 겁박했다”라며 “이때의 너무나 힘들었던 두려움과 절망감을 말씀을 붙잡고 버텨냈다”라고 했다.
김학송 선교사는 “체포 직후 깊은 절망에 빠졌을 때, 하나님으로부터 예레미야 33장 2~3절(‘일을 행하시는 여호와, 그것을 만들며 성취하시는 여호와, 그의 이름을 여호와라 하는 이가 이와 같이 이르시도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 말씀을 받았다”라며 “이 말씀을 붙잡고 독방에서 살려달라는 기도가 아닌, 하나님이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증표를 달라고 호소하며 금식을 서원했다”라고 했다.
이어 김학송 선교사는 “조사관들이 밥을 먹지 않는 것은 국가에 대한 반항이며 더 엄하게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39일간 이어진 혹독한 조사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이 나를 버리셨는지 끊임없이 호소했다”라고 했다.
또한 김학송 선교사는 “조사관들이 함께 일했던 고아들의 이름을 하나도 빠짐없이 적으라고 윽박질렀다‘라며 ”아이들에게 해가 갈까 두려워 눈물을 흘리며 어쩔 수 없이 이름을 적어 내려가야 했던 순간이 가장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로 남았고 이로 인해 현재까지 악몽과 파킨슨병 등의 후유증을 앓고 있다“라고 했다.
김학송 선교사는 “하나님이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증표를 구했던 기도에 대한 응답이 구금 39일째 되던 날 찾아와 처음으로 목욕을 허가받았다”라며 “수척해진 모습을 거울로 마주한 직후 미 국무부 대변인 측과의 면담이 전격 주선되어 이제 하루만 있으면 석방되겠구나 기대했고, 그날 밤 미국으로 돌아가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환호를 받는 꿈을 꿨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듬해인 2018년 5월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이 평양을 직접 방문해 내 손을 잡고 비행기에 태워 미국으로 직접 데려왔다’라며 ”내가 대단해서 살아 돌아온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통일과 억류자 구출은 결국 인간의 정치적 수단이 아닌 하나님의 주도와 방법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가르쳐주신 계시적 사건이기에 한국 정부도 자국민을 구출하는 데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고 했다.
김정욱 선교사의 친형인 김정삼 북한억류가족회 공동대표는 “선교사들은 그저 북한의 굶주린 이웃을 돕고 사랑과 복음을 전했던 이들일 뿐이다”라며 ”가족들은 오랜 시간 동안 생사조차 모르는 극한의 고통과 기다림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왔다“라고 했다.
이어 김정삼 대표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족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긴 기다림의 순간 동안 아버님과 형님은 끝내 동생의 귀환을 보지 못하시고 돌아가셨다”라며 “함께 억류된 김국기 선교사의 사모 역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이번 행사조차 참석하지 못하고 가슴을 졸이며 남편의 귀환만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했다.
김정삼 대표는 “이 아픔을 더 이상 가족들만의 슬픔으로 남겨둘 수 없고 국제사회에 문제를 정확히 알려 해결하고자 북한억류국민가족회를 결성하게 됐다”라며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와 희망이 되는 만큼, 국제사회와 언론방송 모든 분야가 힘을 합쳐 국제인권원칙에 따라 석방을 촉구하고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소식이라도 전해주길 간절히 호소한다”라고 했다.
최춘길 선교사의 아들 최진영 씨는 “굶주린 이들에게 빵 한 조각과 비타민을 전해주려던 아버지의 사명은 차디찬 북한 감옥에서 12년 동안 갇히는 대가로 돌아왔다”라며 “아버지는 온전한 자유를 빼앗긴 채 그곳에 계시며, 자식으로서 단 하루도 아버지를 잊어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이어 최진영 씨는 “전 세계가 북한 인권과 한반도 평화를 말할 때마다 우리 가족들의 가슴은 오히려 차갑게 내려앉는다”라며 “인류 보편의 가치라고 말하는 인권이 우리 아버지와 억류자들에게는 실현되지 않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또한 최진영 씨는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와 4명의 국민은 단순한 뉴스 속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라며 “이러한 비극이 지속되는 한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자유는 온전할 수 없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진영 씨는 “국가의 제일 책무는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 것이다”라며 “국제사회에 말뿐인 우려를 넘어 이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구체적인 노력을 다해달라”고 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강력한 연대만이 굳게 닫힌 문을 열 수 있으므로 이 비극적인 일에 목소리를 더해달라”고 했다.
앞서 국내외 전문가와 정치권 인사들이 발언했다. 우병원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장은 “선교사3명의 억류가 국제인권에 반하고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이들을 양심수로 정했다”라며 “국제사회는 이것을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라고 했다.
가브리엘라 시트로니(Gabriella Citroni) 유엔 강제 및 비자발적 실종 실무그룹 의장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하며, 결국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은 기억에서 잊혀질 때이다”라며 “이 사안에 대해선 강제실종의 피해자 중 하나는 피해자 가족들이며, 우리가 계속 논의하는 것이 가족에게도 치유의 힘이 된다”라고 했다.
이어 가브리엘라 시트로니 의장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사회에 큰 충격이기에 사회도 피해자다”라며 “이 때문에 선교사 3명의 생존 여부와 생환 노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한 ”우리는 잊지 말고 함께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해야 하며, 국제인권매커니즘과 정부사회, 시민단체들이 공동 대응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탈북민 출신 박충권 국회의원은 “가족들은 기도 없이 하루하루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며, 선교사 3분은 사람을 돕기 위한 사명으로 북한 땅에 들어갔다가 그 어둠의 땅에 갇혀 12년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라며 “유엔은 이들의 억류를 국제 인권법에 정면 위배되는 것이라며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이 종교의 자유 확대와 복음의 전도를 막기 위해 침묵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박충권 의원은 “지난 10월 외신기자회 질문에 이재명 대통령이 선교사 3명의 억류 사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보좌관에게 묻는 장면이 잡혔다”라며 “10년이 넘도록 억류된 국민들의 이야기를 대통령이 외면했다는 것은 대한민국 여론의 표상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또한 “역대 진보 정부는 북한 정권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남북대화에 차질을 빚을까 봐 협상 테이블에 올려두지 못했고, 보수 정부는 대북 강경 대응에 따라 협상이 안 되니 이들의 석방을 포기해온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박충권 의원은 “우리 이웃 국가인 미국은 2018년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억류자를 북한에서 꺼내왔고 일본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가 다른 모습이 뼈아프다”라며 “대한민국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헌법에 적시했으므로 정치적 문제에 따라 취사선택할 문제가 아닌 필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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