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 1세. ⓒ교황청.   ©교황청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애와 낙태와 관련 발언이 이것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 변화를 의미한다는 언론 보도는 잘못된 것이라고 가톨릭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예수회신학대학교협회(Association of Jesuit Colleges and Universities) 회장인 마이클 시어런(Michael J. Sheeran) 신부는 20일(현지시각) 미국 기독교 전문지 크리스천포스트를 통해 "일부 언론 기사들은 교황이 마치 동성애와 낙태가 괜찮다고 말한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이는 교황의 의도를 놓친 것이다"고 밝혔다.

시어런 신부는 교황의 최근 인터뷰의 핵심은 "기독교인들에게 무엇보다도 죄인된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과 자비에 초점을 맞추도록 권면한 것"이라며, 이 같은 의도 안에서 교황의 발언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예수회 언론인 라 시빌타 카톨리카(La Civilta Cattolica)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사회적 사안들에 대해서 논하던 가운데 "교회가 동성애와 낙태가 아닌 다른 사안들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교황은 "우리는 동성애나 낙태, 피임 등과 관련한 문제들만을 고집할 수 없다. 이는 불가능하다"며 "이들 문제들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은 분명하며 나는 교회의 아들이다. 그러나 항상 이 사안들만을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시어런 신부는 이에 대해 "교황은 우리가 우선시해야 할 것을 우선시하기를 바란 것이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가 죄를 지을지라도 모두를 사랑하신다는 것이다"며, "동성애와 낙태 문제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마치 우리가 자기 자신의 죄는 간과하면서 다른 이들의 죄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부 언론들은 교황의 발언을 두고 가톨릭 교회가 동성애나 낙태 문제에 보다 포용적인 방향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보다 앞서 교황이 '가톨릭 교회가 성적 소수자들을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발언을 했을 당시에도 몇몇 언론들은 이를 동성애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 변화로 보도했으나, 가톨릭 전문가들은 교황의 발언을 확대해석하는 데 대한 경계를 요청한 바 있다.

미국 윤리와공공정책센터 내 가톨릭 연구위원인 스티븐 화이트(Stephen P. White) 박사 역시 크리스천포스트에 "교황은 이번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가 생각해볼 만한 중요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사람들이 그의 인터뷰를 잘 읽어보고 그가 말한 내용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화이트 박사는 "교황이 동성애나 낙태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사상이나 윤리적 규율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임을 강조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교황은 교회가 동성애와 낙태 등의 문제들에만 관심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나 언론에 의해 이 문제들만이 과도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언론은 교황의 발언을 자주 잘못 전달하고 있다. 이는 의도치 않은 것일 때도 있지만, 가끔은 의도적일 때도 있다"고 화이트 박사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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