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인도 4개 주와 1개 연방직할지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가 발표되면서 인도 정치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5월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힌두 민족주의 정당 인도국민당(BJP)이 핵심 지역에서 세력을 확대하면서 기독교계를 비롯한 종교적 소수자 공동체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4일 인도 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BJP는 서벵골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했고, 아삼주에서는 세 번째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연방직할지 푸두체리에서는 동맹 세력이 재집권했으며, 남부 타밀나두에서는 신생 정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케랄라에서는 야권 연합이 10년 만에 다시 정권을 탈환했다.
지역별 결과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BJP와 동맹 세력이 2024년 총선 이후 가장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실제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 정부 차원에서 BJP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기독교계는 반개종법과 해외 후원 규제, 소수자 대상 폭력 증가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인도의 기독교 인구는 약 280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3% 수준이다. 그러나 학교와 병원, 복지시설 운영 등 지역 사회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적지 않다. 인도 가톨릭연합 대변인이자 인권운동가인 존 다얄은 현지 기독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기독교계에 상반된 메시지를 동시에 던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케랄라에서 야권 연합이 재집권한 것은 교회 운영과 종교 자유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BJP 세력이 확대된 것은 기독교계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서벵골 첫 정권교체…선거 직후 폭력 사태 이어져
인구 약 1억 명 규모의 동부 서벵골주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BJP는 전체 293석 가운데 207석을 확보하며 창당 이후 처음으로 서벵골 정권을 차지했다. 반면 기존 집권당이었던 트리나물콩그레스(TMC)는 80석에 그쳤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는 종교적 색채가 강하게 드러났다. 모디 총리는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은 무르시다바드 지역 유세에서 “벵골인이 소수자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며 불법 이민 문제와 시민권법 개정을 주요 이슈로 내세웠다.
선거 직전 유권자 명부 정리 과정도 논란이 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약 900만 명의 이름을 삭제했는데, 야권과 무슬림 단체들은 무슬림 유권자가 집중적으로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선관위는 단순한 중복·사망자 정리 작업이었다고 반박했다.
서벵골 주민들 사이에서는 기존 정부에 대한 피로감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학계 관계자는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부패와 정치 폭력이 만연했고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립학교 교사 채용 비리와 여성 의사 성폭행·살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정부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이 커졌고, 결국 정권 교체 여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 결과 발표 직후 서벵골 곳곳에서는 충돌과 폭력 사태도 이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소 4명이 사망했고 4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정당 사무실이 파손됐고, 무슬림 상인들이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새로 취임한 수벤두 아디카리 서벵골 주총리는 “힌두교도들이 TMC에 분명한 답을 보냈다”고 말하며 힌두 유권자들의 결집을 강조했다.
아삼주 기독교계 “일상 속 압박 더욱 커져”
동북부 아삼주에서도 BJP는 강세를 이어갔다. BJP 단독으로 82석을 확보했고, 동맹 세력을 포함한 연립 여당은 총 102석을 차지했다.
히만타 비스와 사르마 주총리는 2021년 집권 이후 강경한 정책과 발언으로 꾸준히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수만 채 규모의 건축물이 철거됐는데, 인권 단체들은 이 과정에서 벵골계 무슬림 정착촌이 집중적으로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일부 정책은 기독교 공동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지 기독교 단체들은 반개종법과 치유 사역 제한법 등이 사실상 기독교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삼기독교포럼의 앨런 브룩스 대변인은 “기독교인들은 전국 뉴스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압박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토지 문제와 정체성, 생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BJP가 단순한 정치 세력을 넘어 지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렸다고 분석하며 “종교적 양극화와 복지 정책, 지역 정체성 결합 전략이 함께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케랄라·타밀나두선 다른 흐름…기독교계는 신중한 기대감
반면 남부 케랄라에서는 야권 연합인 UDF가 140석 가운데 102석을 차지하며 10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케랄라는 인구의 약 18%가 기독교인으로 인도 내에서도 기독교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가톨릭과 정교회, 개신교 교단이 학교와 병원 운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만큼, 이번 결과는 교회 운영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지 기독교 지도자들은 특히 해외 기부금 규제법(FCRA)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최근 BJP 중앙정부가 해외 후원 규제를 강화하려 하자 기독교계 학교와 병원들이 우려를 나타냈고, 이에 반대하는 정치 세력으로 표심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케랄라에서는 오순절 계열 정치인 V.S. 조이가 당선되며 주목을 받았다. 현지 교계에서는 이를 상징적인 승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타밀나두에서는 배우 출신 정치인 조셉 비자이가 이끄는 신생 정당 TVK가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세속주의와 사회 정의를 강조하며 BJP의 힌두 민족주의 노선에 공개적으로 반대해 왔다.
기독교계는 타밀나두 새 정부가 종교 자유와 세속주의 원칙을 실제 정책에서 어떻게 유지할지 주목하고 있다.
“인도 소수자 미래 가를 중요한 분기점”
CDI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인도 기독교계 안팎에서는 향후 소수자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벵골의 한 학자는 “대형 교회나 도시 중심 공동체보다 지방과 농촌 지역 기독교인들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삼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교회가 앞으로도 헌법적 가치 안에서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점점 더 제한적인 정치 환경 속에서도 지역 사회를 위한 사역과 봉사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존 다얄은 “케랄라 선거 결과는 인도 안에서도 여전히 다른 정치 모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그 흐름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인도 소수자 공동체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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