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역사 속에서 가장 오래된 논쟁 가운데 하나는 “인간의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인가, 아니면 인간의 노력도 필요한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오직 믿음, 오직 은혜”만을 강조한다. 반면 또 어떤 이들은 “행함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경 전체를 깊이 살펴보면, 구원은 인간의 공로로 얻는 것이 결코 아니지만, 동시에 인간의 순종과 노력이 전혀 필요 없는 것도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분명한 사실은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를 구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성경은 “너희가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에베소서 2:8)고 선언한다. 죄로 인해 타락한 인간은 스스로 하나님께 나아갈 능력이 없다. 마치 깊은 바다에 빠진 사람이 자기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스스로 물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것과 같다. 먼저 손을 내미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십자가는 인간의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과 희생의 결과이다.
그러나 여기서 오해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은혜가 인간의 책임을 무효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로마서에서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이신칭의를 가르치는 바울은 고린도전서 에서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함이로다”(고린도전서 9: 27)라고 고백하고 있다.
성경은 또 다른 곳에서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빌립보서 2:12)고 말씀한다. 구원은 선물로 시작되지만, 그것을 삶 속에서 완성해 가는 과정에는 인간의 순종과 인내가 요구된다. 씨앗은 하나님께서 주시지만, 그 씨앗을 가꾸고 열매 맺게 하는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노아를 생각해 보자. 하나님께서는 홍수를 피할 구원의 길로 방주를 준비하게 하셨다. 그러나 노아가 “하나님이 구원하실 것이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그는 수십 년 동안 방주를 지으며 순종했다. 홍해 앞에 선 이스라엘 백성도 마찬가지다. 하나님께서 바다를 가르셨지만, 백성들은 실제로 그 바다 사이를 걸어가야 했다. 은혜는 하나님의 몫이었고, 믿음의 행동은 인간의 몫이었다.
오늘날 일부 신앙인들 가운데는 은혜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영적 게으름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한번 구원받았으니 끝이다”, “믿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값싼 은혜론은 성경적 균형을 잃기 쉽다. 진정한 믿음은 반드시 삶의 변화를 동반한다. 사랑이 없는 믿음, 순종이 없는 믿음, 회개 없는 믿음은 껍데기뿐인 신앙이 될 위험이 있다.
반대로 인간의 노력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도 문제이다. 금식과 헌금, 봉사와 기도를 아무리 많이 해도 그것이 구원의 조건이 될 수는 없다. 인간의 선행은 하나님의 은혜를 대신할 수 없다. 노력은 구원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어야 한다. 우리는 구원받기 위해 선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받은 은혜에 감사하여 선행하는 것이다.
결국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응답이 만나는 지점에서 완성되어 간다. 햇빛과 씨앗이 아무리 좋아도 농부가 밭을 돌보지 않으면 열매를 거둘 수 없다. 반대로 농부가 아무리 애써도 햇빛과 비가 없으면 결실은 불가능하다. 하나님은 인간을 로봇처럼 강제로 구원하지 않으신다. 사랑은 자유로운 응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 시대의 신앙은 다시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하나님의 은혜 앞에 겸손히 무릎 꿇되, 동시에 거룩한 삶을 향한 치열한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기도하고, 말씀을 읽고, 죄와 싸우며, 사랑을 실천하는 삶 속에서 구원은 더욱 깊어지고 성숙해진다.
구원은 값없이 주어진 선물이지만, 결코 값싼 선물은 아니다. 십자가의 피 값으로 주어진 은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참된 신앙인은 은혜만 말하지도 않고, 노력만 자랑하지도 않는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끝까지 믿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다.
김병구 장로(바른구원관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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