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협의회의 교회관에서 핵심 사항은 ‘교회’라기 보다는 ‘세상’이다. 하나님의 관심은 세상에 있고 이 세상의 샬롬을 위하여 교회는 도구로 부름 받았을 뿐이다. 중요한 관심의 대상은 교회가 아니라 세상이다. 따라서 교회는 자체의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섬기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 교회 협의회에서 교회관과 연관하여 나온 책 제목은 『세계를 위한 교회』이며, 여기에서 “하나님의 관심의 대상은 세상이다” 라고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협의회는 이처럼 세계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자연히 세상에서 샬롬을 이루어 갈 주체인 평신도들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매우 높게 가진다. 물론 전통적인 교회에서도 평신도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평신도들의 주된 과제는 세상에서 복음전도를 하여 세상의 사람들을 교회로 인도하는데 주된 과제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협의회의 교회관에서는 평신도들의 역할이 훨씬 더 증대된다. 세상에서 샬롬을 이루어가야 할 사람들이 바로 평신도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협의회는 평신도들의 역할을 매우 중요시하며 평신도들의 위상을 한층 높이고 있다. 평신도의 역할에 대한 한 회의에서는 “평신도는 비성직자도 비전문가도 아닌 라오스 (laos)의 멤버들, 즉 하나님께서 자신의 선교를 수행함에 있어서 특별한 몫을 주기 위해 선택한 백성들이라는 개념을 못 박아 놓았다.” 또한 “평신도는 세상에서 종 (교역자)이 되도록 부름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선교는 공동체적 선교로서 교회의 주요 선교의 주가 되시는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공동체적 위임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평신도의 위상을 높힌 후 협의회는 평신도에게도 안수를 줄 수 있는 가능성까지도 제안하면서, “교회사업의 어떤 그룹이나 어떤 분야에서 일하도록 신학 전문인들에게만 안수식을 베풀 것이 아니라, 비신학인들에게도 안수하여 어느 특정 그룹이나 분야에서 교회를 대표하여 세속적 봉사를 할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한다. 세계에 대한 교회의 책임을 이처럼 강조하는 협의회에서는 기존 교회들의 세상에 대한 책임성이 약하다고 보면서, “.....현재의 교회들은 출력구조(go-structure)로 대치하는 대신에 입력구조 (come- structure)를 영구화할 위험에 빠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협의회의 교회관은 교회의 사회 변혁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 이러한 책임을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기존의 교회들이 교회 확장에만 관심을 두었을 뿐 세계를 변혁시키는 데는 관심이 없거나 무능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협의회는 세계를 하나님의 샬롬이 이룩되는 세계로 변혁하기 위하여 교회가 개혁의 길을 용감하게 외쳐야 하며, 샬롬의 징표가 되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때로 투쟁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교회 이해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 위에 실현해야 할 교회로서 당연히 추구해야 할 교회상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교회는 또한 “교회의 사회적 참여만을 강조하여 교회를 ‘개혁에 참여하는 세력’ 혹은 ‘사회비판의 단체’ 정도로 정의하면 교회의 사회적 행동이 이론과 실제에 있어서 마르크스주의나 급진적 사회개혁주의로 흡수될 위험과 기독교 신앙의 자기 동일성을 상실할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경고도 귀담아 들으면서 사회 변혁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세계의 변혁에 대하여 책임적인 교회관을 제시하는 것은 에큐메니칼 교회관의 주된 강점임에 틀림이 없고 전통적인 교회관이 보완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세상에 대하여 책임을 강조하는 교회들일수록 그 책임을 져야 할 교회 자체가 약화되어져가는 경향이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도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종교 사회학자 피터 버거는 (Peter Berger)는 사회학적 조사를 근거로 하여 인간 중심적으로 세상의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는 종교들은 전통적인 신앙을 소홀히 여기면서 자연히 종교 열정의 약화와 그로 인한 종교의 약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즉 진보적 신학을 표방하는 주류 개신교회들과 사회 변화 즉 모더니티에 순응하려고 애쓰던 종교 운동과 제도들은 한결 같이 쇠퇴 국면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참여를 강하게 외치는 진보적 주류 교단들은 점점 쇠퇴하면서 사회를 섬길 수 있는 역량을 점점 더 상실해 가는 반면, 복음화를 강조하는 보수적 교단들은 역동적으로 성장하면서 오히려 사회봉사를 잘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세계에 대하여 책임적인 교회관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사회를 책임질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는 것도 깊이 고려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훈련받은 병사가 전투를 잘하듯, 양육을 잘 받은 성도가 세상을 향한 책임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교회들이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기도 전에 교회 자체가 약화되는 것은 성도들이 복음으로 양육을 받아 장성하기도 전에 세상에 대한 책임만을 성급하게 강조하기 때문이 아닌지 깊이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승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