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열렸던 아시아선교협의회 선교 대회 모습.

18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서구에 의해 주도된 세계선교가 재평가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그 결과로 현대 선교계에 제국주의, 정복주의, 문화우월주의를 내세운 힘의 선교에 대한 자성이 일어나는 가운데 21세기의 선교방향을 모색하는 대회가 열린다.

아시아선교협의회(Asia Missions Association, 이아 AMA)는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해 한국 송도에 위치한 뉴욕주립대 캠퍼스에서 다음달 7~11일까지 '21세기 선교에서의 제자도'(Discipleship in Mission in 21st Century)라는 주제로 선교대회를 연다. 창립 이래 3년 마다 대회를 개최해 올해로 11회째를 맞이했으며 그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러시아 모스크바, 터키 에베소 등지에서 선교대회를 연 바 있다.

한국 선교신학계의 원로로 꼽히는 조동진 박사는 1960년에 이미 아시아 주도의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고 이 단체를 준비해 오다 1973년 고(故) 한경직 목사를 포함해 홍콩, 싱가폴, 인도네시아, 인도, 일본의 선교 지도자들이 모인 가운데 서울에서 이 단체를 창립했다. 현재 대표는 풀러신학교 선교학 교수인 박기호 박사가 맡고 있으며 본부도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위치해 있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21세기 선교에서의 제자도"이다. 이 주제에서 미리 엿볼 수 있는 대회의 내용은 사뭇 래디컬하다. 먼저는 21세기 선교에는 과거와 전혀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청이다. 기독교가 국교가 된 선진국에서 복음을 모르는 이교도의 나라를 향해 선교하는 시대는 끝이 났다는 뜻이다. 남보다 먼저 가서 그 나라에 내 교회, 내 선교단체를 세우고 복음을 전하는 선교 패러다임은 긴급한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박기호 박사는 이에 대해 "이집트의 바로 앞에서 하나님의 위대함을 드러냈던 요셉은 타국의 죄수 노예였다. 하나님을 전혀 알지 못했던 느부갓네살 왕으로부터 '너희 하나님은 참으로 모든 신들의 신이시요 모든 왕의 주재시로다'는 말을 들은 다니엘은 바벨론의 포로였다. 피지배 계급이었던 초대교회가 지배국인 로마에 복음을 전했다. 이렇게 복음은 약자에게서 강자에게로 전파돼 왔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그는 "이와 반대로 근현대에 이르러는 강자가 힘의 선교를 해 왔다. 선교라고 하면 정치력과 군사력을 갖고 남의 나라에 가서 교회를 세우는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유럽과 미국의 이 같은 선교 방식에 대해 자성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교회도 이런 부담에서 자유롭진 않다.

그렇기에 AMA는 이 대안으로 '제자도'를 꼽는다. 그리스도의 제자됨은 희생과 내어놓음, 섬김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것을 보다 구체화하면 새로운 선교 모델로서의 '협력 선교'다. 내 교파 선교사가 없으면 그곳에 우리 선교사를 파송하고, 내 교회가 지은 교회당이 없으면 교회부터 짓고 보는 경쟁적 선교가 아니라 현지 교회를 존중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협력하는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점령군의 모습이 아닌 철저히 낮아진 그리스도처럼 타인을 세우고 타인과 협력하는 선교 모델을 이번 대회 기간 중 도출해 내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아시아가 나서야 한다는 새로운 접근법도 이뤄진다.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대부분의 지역이 회교권, 공산권으로 분류되는 아시아다. 이곳에서는 선교사들이 제자도를 품고 서로 협력해야 하며 다양하고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서 박기호 박사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는 서구식 선교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서구처럼 정치적으로, 물질적으로, 그리고 교회 역사적으로 볼 때 선교할 처지가 못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박 박사는 "한국은 교회가 갓 생겨나기 시작하자마자, 평양신학교에서 7인의 목회자가 최초로 배출되자 곧바로 선교사를 파송했다. 당시 한국은 일본의 제국주의 아래 있던 정치적 약자, 경제적 약자였다. 그러나 그때에도 한국교회는 선교했다"면서 "아시아 교회들에 한국교회의 사례를 보여주며 당신들이야 말로 선교해야 하는 주체라는 점을 인식시켜 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는 50개국에서 300여명이 참석하는데 그 중 아시아 43개국에서 86명의 선교사와 86명의 평신도 지도자가 참석한다. 제자적 선교모델을 의논하고 현지에서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각 나라마다 선교사 2명과 평신도 2명이 참석하도록 했다. 강사는 독일 튀빙엔대학의 선교학 교수인 피터 바이어하우스 박사, 브라질 OM선교회의 데시오 데 카르발류 목사, 나이지리아 복음주의선교협회의 회장 르우벤 에제마두 목사, 말레이시아의 다니엘 호 목사, 로잔운동의 신임 CEO인 마이클 오 목사, 인도선교협의회의 수잔타 파트라 목사, 아시안선교학회 대표인 챤사모네 사이야삭 목사 등 쟁쟁한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한국인으로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 바울선교회 이동휘 목사, GP선교회 조용중 미국대표, KWMA 한정국 사무총장, SEED선교회 이원상 목사, 동경요한교회 김규동 목사가 있다.

박 박사는 "협력과 동반자적 사역을 통해 이땅의 교회에 주신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위해 일하자는 비전을 선포하려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거대한 제자적 선교 운동이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일을 함께 추진하고 있는 사무총장 엄경섭 목사는 "서구적 선교방법에는 한계가 왔다. 이제 세계교회에 영향을 줄 만한 새로운 선교방법이 나와야 한다"고 큰 기대를 내비췄다.

자세한 정보는 www.asiamissions.net/convention/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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