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집행을 담당할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마냥 지연되고 있어 법의 사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권 사각지대인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목적으로 제정된 ’북한인권법‘의 사문화는 보편적 인권 외면이자 북한 주민을 국민으로 명시한 헌법에 대한 도전이란 점에서 더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다.

지난 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북한인권법 제정 10주년 국민보고대회’에서 국민의 힘 김기현 의원은 북한인권재단 출범 지연과 북한 인권 관련 제도 운영 공백을 지적하며 북한인권법의 정상 이행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특히 ‘북한인권법’을 부정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겨냥했다.

정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답변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이 적절치 않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재단) 이사 추천에 대해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10년 전 영야 합의로 국회가 제정한 법에 도전하는 듯한 주무장관의 판단 자체로도 문제가 된다. 그가 이런 판단을 기준으로 이사 추천을 거부했다면 주무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

같은 날 국가인권위원회 안창호 위원장도 국가인권위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제도 이행을 촉구했다. 안 위원장은 법에 따라 설치되어야 할 ‘북한인권재단’이 여전히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정부와 국회가 관련 절차를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이재명 정부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공문을 국회에 한 차례도 보내지 않았다. 지난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 이후 통일부가 북한인권대사 이사 추천 공문을 국회에 송부한 건수는 총 14회로 지난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11월 18일이 마지막이다.

통일부 측은 북한인권재단 출범 지연의 책임을 지난해 비상계엄 이후 복잡한 정치적 상황에 돌리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대북 유화책에 몰두한 정부가 북한 주민 인권 문제에 대해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데 있다. 지난해 7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북한인권재단’의 명칭을 ‘남북협력재단’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북한 인권’ 이란 단어를 아예 지우려고 작심했다는 뜻이다.

‘북한인권재단’ 출범 지연과 관련해 최근 재단 이사 추천 미이행 소송이 2심에서 승소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확정 판결이 나오는 대로 간접강제 등 추가적 압박을 검토할 방침이라 하지만 법 보다 개인 판단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국가 통일정책을 주무르는 현실에서 판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순 없다. 법적 수단과 함께 적극적인 대국민 여론 환기로 보편적 인권 실종 사태를 막아야 할 것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