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연이어 환율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80원선을 위협하는 등 고환율 흐름이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단기 개입과 규제 조정에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현행 환율 안정 정책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480원선 재차 위협… 단기 개입 효과 제한적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번 주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1473.6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해 말 외환당국의 달러 매도 개입 직후 환율은 한때 143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상승 흐름으로 돌아섰다. 이후 환율은 재차 오르며 1480원선을 넘보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최근에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원화 약세를 의식한 듯한 구두개입성 발언도 나왔지만, 환율은 잠시 숨 고르기에 그친 뒤 다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주요국과 정부의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방향성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달러 매도·규제 완화·세제 지원까지 총동원

외환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환율 급등세에 대응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며 원화 약세 속도 조절에 나섰다. 환율이 급등하는 국면마다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달러를 시장에 공급했고, 연말에는 종가 관리 차원에서 대규모 달러 매도에 나서 환율 상승폭을 억제했다.

이와 함께 외환 수급 점검 강화, 24시간 외환시장 모니터링 체계 가동,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도 잇달아 발표했다.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을 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에 따른 감독 부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선물환포지션 규제를 조정하는 조치도 병행했다.

외국계 은행 국내법인에 대해서는 선물환포지션 비율 규제를 완화했고, 수출기업에는 원화 용도 외화대출 허용 범위를 확대했다. 다음 달부터는 해외주식 매각 시 양도세 감면, 개인 환헤지 세제 지원, 해외 자회사 배당금 환류에 대한 세제 혜택을 도입해 외화 수요를 완화하고 자금의 국내 환류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고환율 장기화 우려… 물가·가계·기업 부담 확대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실물경제 전반에 미치는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자재와 에너지, 곡물 등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물가에 상방 압력이 가해지고, 환율 상승은 일정 시차를 두고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로 전이된다.

기업들은 수입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을 수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 운송·물류업 등 외화 결제가 많은 업종일수록 부담이 커진다. 가계 역시 해외여행과 유학, 해외 송금, 수입 소비재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체감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다.

◈“서민 경제 직격탄”… 환율 부담 현실화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 구조상 환율 상승이 곧 수입물가 급등으로 이어져 서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학자들이 적정 환율 수준을 1300원대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현재 환율 수준은 기업의 원가 부담과 가계의 생활비 부담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효과 단정 이르다”… 단계적 대응 강조

정부는 환율 안정 대책의 효과를 현 단계에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일부 대책은 준비 단계이거나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단기간 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외환시장 안정 조치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작동하는 정책이라며, 당분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준비된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필요할 경우 금융기관의 외화 거래와 자본 이동을 직접 관리·조정하는 거시건전성 조치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전문가 “단기 처방 한계… 중장기 체질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개입과 규제 강화만으로는 환율을 근본적으로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환율 상승의 배경에는 성장 둔화와 산업 경쟁력 약화, 대외 신뢰도 저하 등 구조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경제를 다시 매력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출 구조 고도화와 신성장 산업 육성, 재정·금융 신뢰 회복 등 중장기 과제가 병행되지 않으면 환율 불안은 반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책연구기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환율은 원칙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하되, 급격한 쏠림이 발생할 경우에만 질서 있는 거래를 지원하는 범위에서 대응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경제 경쟁력과 대외 건전성 제고가 환율 안정의 근본 해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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