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미국에 본부를 둔 기독교 박해 감시 비영리 단체가 최근 2년간 전 세계에서 발생한 기독교인 대상 신앙 박해 실태를 집계한 최신 보고서를 공개했다고 1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전 세계에서 종교적 이유로 살해된 기독교인은 최소 1,972명에 달했으며, 납치 또는 폭행을 당한 사례는 약 3,000건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신앙을 이유로 한 폭력과 박해가 여전히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2026 글로벌 크리스천 릴리프 레드 리스트(Global Christian Relief Red List)’는 종교 자유 침해와 박해 사건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연구진에 의해 작성됐으며, 국제종교자유연구소(IIRF)가 운영하는 폭력 사건 데이터베이스(Violent Incidents Database)를 토대로 집계됐다. 해당 데이터베이스는 지난해 공식 출범해 전 세계 종교 자유 침해 사례를 사건 단위로 기록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100여 년간 감소 추세를 보였던 일부 지역과 달리, 최근 기독교인 박해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며 더욱 조직적이고 반복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은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무장 세력의 활동, 취약한 국가 보호 체계, 가해자에 대한 처벌 부재가 맞물리며 심각한 신앙 박해의 중심지로 지목됐다.
나이지리아, 전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기독교인 박해 국가로 지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기독교인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는 나이지리아로, 확인된 사망자만 590명에 달했다. 다만 조사단은 실제 피해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종교적 배경이 공식 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일부 지역은 외부 접근이 어렵거나 독립적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크리스천 릴리프 소속 현장 조사관들은 나이지리아 중부 지역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기독교 공동체를 겨냥한 조직적 공격이 반복되고 있으며 목회자와 교회 시설이 의도적으로 표적이 됐다고 보고했다. 생존자들은 자신들이 신앙을 이유로 공격받았다고 증언했으며, 이러한 공격이 단발성 범죄가 아니라 장기간 지속된 박해의 일환이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풀라니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가족과 공동체 구성원들을 잃은 나이지리아 목회자 야쿠부 무톤 목사의 증언도 함께 소개했다. 그는 무장 세력이 사제관을 습격해 여러 명을 살해했으며, 당시 가족들은 숨을 곳을 찾아 목숨을 부지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신앙을 이유로 한 폭력이 지역 사회 전체에 장기적인 상처를 남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아프리카·유럽·아시아로 확산되는 신앙 기반 폭력과 박해
나이지리아에 이어 콩고민주공화국과 에티오피아에서도 각각 447명과 177명의 기독교인이 종교적 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는 167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네 번째로 위험한 국가로 분류됐으며, 이들 국가 모두 이슬람국가와 연계된 무장 조직의 존재가 공통 요인으로 지목됐다.
모잠비크는 최근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무장 반란으로 인해 94명의 기독교인이 목숨을 잃었으며, 신앙을 이유로 강제 이주를 겪은 사례가 1만 3천 건 이상 확인돼 가장 많은 신앙 난민이 발생한 국가로 기록됐다. 르완다에서는 교회 폐쇄와 집회 제한 등으로 기독교 예배를 방해하는 사건이 약 7,700건 발생해 교회와 신앙 공동체에 대한 압박이 가장 심한 국가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미얀마와 니카라과, 우크라이나 등에서도 교회 파괴와 예배 방해 사례가 이어졌으며,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와의 전쟁 과정에서 다수의 교회 건물이 파손되거나 파괴된 것으로 보고됐다. 보고서는 이러한 사례들이 단순한 전쟁 피해를 넘어 종교 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러시아 등에서 강화되는 비폭력적 신앙 통제
보고서는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비폭력적 형태의 신앙 박해 역시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국가 주도의 종교 통제가 심화되며 기독교인에 대한 감시와 체포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이번 조사에서 709명의 기독교인이 체포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체포 사례를 기록했다.
조사단은 중국 공산당이 종교 등록 제도와 광범위한 감시 시스템을 통해 신앙 활동을 통제하고 있으며, 기독교 신앙을 국가 이념에 맞추도록 강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 이어 러시아, 이란, 베트남, 니카라과 등에서도 기독교인 체포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한편 멕시코는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및 폭행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국가로 기록됐다. 확인된 사건은 376건에 달했으며, 대부분 종교 이념보다는 범죄 조직의 지배 구조와 연관돼 있었다. 보고서는 마약 카르텔이 지역 사회 조직화와 청소년 보호 활동을 벌이는 목회자와 교회 지도자들을 위협 요소로 간주해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 대응과 종교 자유에 대한 경고
보고서는 최근 미국 정부의 태도 변화도 함께 언급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국 부통령 JD 밴스가 뮌헨 안보회의에서 서방 사회의 종교 자유 후퇴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발언을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당시 그는 유럽 국가들이 기독교인을 차별하고 공적 기도와 종교적 표현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 11월 나이지리아를 ‘특별우려국(Country of Particular Concern)’으로 재지정한 점과, 이후 이슬람국가 계열 무장 세력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 이뤄진 사실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이는 국제사회가 기독교인 박해 문제를 외교·안보 의제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글로벌 크리스천 릴리프의 브라이언 오름 대표는 이번 보고서가 전 세계 기독교 공동체가 직면한 현실을 알리고 종교 자유 증진을 위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의 신앙 박해가 반드시 폭력적인 형태로만 나타나지 않으며, 법과 제도를 통한 점진적인 자유 축소 역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박해를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것이 국제 사회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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