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복음주의연맹(WEA) 서울총회가 지난 27일 서울 사랑의교회에서 개회돼 31일까지 닷새간 이어진다.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 124개국에서 약 850명의 교회 지도자가 참석한 이번 총회는 ‘2033년까지 모두를 위한 복음’이라는 비전 아래 ‘전 세계 교회의 복음 일치’ ‘종교 박해’ ‘다음세대 양육’ 등을 주제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개회식과 패널토의 등으로 진행된 총회 첫날은 △국제적 번영 속에서 복음의 삶 살기(Living the Gospel in Global Growth) △도시와 문화 안에서 복음의 삶 살기(Living the Gospel in Culture and Cities) △복음적 삶을 위한 운동(Living the Gospel through Movements) 등을 주제로 열띤 토의가 이어졌다.

WEA 서울총회는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들의 올림픽이라 불릴 정도로 의미있는 기독교 국제행사임에도 정작 한국교회 내에서 숱한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총회 유치 과정에서 WEA 내 고위 인사들이 수차례 방한해 특정 대형교회와 비밀리에 접촉하는 등 매우 비정상적인 절차와 함께 여러 가지 구설수와 음모론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교회 안에서 정말 심각하게 본 건 단순한 절차적 문제점에 있지 않다. 그런 문제보다는 총회를 주도한 WEA 내부 인사들의 복음에서 벗어난 행태가 더욱 커 보였다. 복음의 확장을 꾀해야 할 이들의 비 복음적 언행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끝내는 WEA가 지향해온 복음주의 지향점마저 의심받게 된 것이다.

WEA 전 사무총장과 부사무총장 등을 비롯한 수뇌부가 이슬람·가톨릭과 자주 접촉하며 단순한 교류 차원으로 넘어 친분 관계를 이어온 것도 WEA 정체성에 대한 회의감을 불러왔다. 서울총회 조직위는 이런 사실을 극구 부인해 왔으나 시간이 갈수록 명확한 사실로 드러나면서 찬반 갈등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WEA가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를 대표하는 기구란 건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WEA의 정책과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일부 고위 인사들의 복음 일탈 행위가 오늘날 WEA를 헤어나오기 어려운 수렁에 빠지게 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복음주의 교회를 대표하는 세계 기구가 종교 다원주의·혼합주의와 뒤섞여 순수한 복음주의 정체성에 오염을 초래한 것만으로도 WEA 179년 역사에 커다란 오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총회를 개최한 사랑의교회를 향한 유치 자격 논란과 함께 교회가 속한 예장 합동 총회와 한기총 등 연합기관을 중심으로 WEA 서울총회 반대운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됐건 거다. 다만 아쉬운 건 한국교회 보수권에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해 총회 조직위가 무조건 부인하고 일축할 게 아니라 총회 전에 신학적 검증을 위한 찬반 토론회를 마련 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소홀히 한 점이다. 좀 더 열린 자세로 임했더라면 한국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환영받지는 못하더라도 지금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관심과 협력이 보태졌을 것이다.

WEA 보트루스 만수르 사무총장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개회식에서 “복음은 평화, 정의, 그리고 의로움을 위한 진정한 해답이며,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복음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서울총회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됨과 복음을 선포하는 일에 힘써 협력하자”는 말을 전했다. 그가 ‘복음’이란 단어를 유독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보아 한국교회 복음주의 진영의 WEA에 대한 비판 여론과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도가 담겨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28일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브래드 스미스 WEA 참여및협력위원장은 “WEA와 WCC(세계교회협의회)는 다르다”고 못 박았다. 이어 “WEA는 성경의 권위를 최우선으로 삼고 복음의 본질에 있어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는 WEA가 추구해온 신학의 기본 방향을 설명한 것일 테지만, 한편으론 WEA 서울총회를 반대해온 측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WEA가 WCC와 동류’라는 지적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WEA 서울총회 장소 인근에선 총회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계속 이어지는 등 연일 어수선한 모습이다. 이들은 WEA 주요 인사들에 친 가톨릭·친이슬람 의혹을 제기하며 서울총회가 한국교회 복음주의권에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최 측인 WCC·WEA반대운동연대는 성명에서 “WEA는 종교다원주의 WCC와 마리아 우상숭배 집단인 로마가톨릭과의 종교적 혼합을 즉각 중단하라. 신복음주의의 부패와 비성경적 요소를 깨닫고 즉시 통회하며 철저히 회개하라”고 촉구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WEA 서울총회가 마침내 개막돼 닷새간의 회무 일정에 들어가게 된 건 한국교회 복음주의 역사에 있어 커다란 의미와 상징성을 지닌다. 다만 한국교회 일각에서 제기하고 크게 우려했던 문제들이 해소되기 위해선 WEA 자체의 뼈저린 자성 노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WEA 총회가 아시아, 그것도 130년 복음 역사를 간직한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전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한국교회 영적 부흥과 성장의 토대인 순수 복음 정신과 그 뜨거운 열정을 직접 보고 배우는, 복음 확장의 매우 귀중한 전기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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