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수렌드라 바즈라차리야의 기고글인 ‘네팔의 정치적 지각변동: Z세대 봉기와 교회의 대응’(Nepal's political earthquake: A Gen Z uprising and the Church's response)을 18일(이하 현지시각) 게재했다.
수렌드라 바즈라차리야는 네팔 카트만두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작가이자 기독교 자료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그 누구도 네팔 정부가 단 이틀 만에 무너질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9월 8일, 정부의 만연한 부패와 논란이 된 소셜미디어 금지 조치에 반발한 Z세대 주도의 시위가 전국적인 혼란과 격변으로 급속히 번지면서 네팔은 초현실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평화로운 집회로 시작된 시위는 곧 급진 세력이 침투하며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그 결과 50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으며, 나라는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통금령과 군 순찰이 시행되면서 평화롭던 수도는 순식간에 낯선 모습으로 바뀌었다. 대법원, 국립은행, 토지등록 사무소, 헌법 기관 등 주요 정부 건물들이 습격을 받아 불타거나 파괴되었다. 분노한 시위대는 장관들의 집까지 불태웠고, 감옥이 습격당해 대규모 탈옥이 벌어지면서 사회 전반에 공포가 확산되었다.
네팔의 정치사는 오래전부터 불안정으로 점철되어 왔다. 1951년 이전의 라나 정권, 이후 의회민주주의로의 전환, 1961년 마헨드라 국왕의 판차야트 체제, 1990년 국민운동, 그리고 1만7천 명 이상의 희생자를 낳은 1996~2006년 마오이스트 반군의 내전과 2008년 군주제 폐지까지—네팔은 수많은 격변을 겪어왔다. 그러나 연방 민주공화국으로 전환한 이후에도 안정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후 네팔은 14차례나 정부가 교체되었으나 단 한 번도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연정 붕괴, 헌법 갈등, 구조적 부패가 국민 신뢰를 갉아먹었다.
이번 Z세대 봉기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누적된 무능한 정치, 청년 실업, 연고주의, 대규모 해외 노동 이주에 대한 불만이 쌓여온 결과였다. 정부가 소셜미디어를 금지하며 Z세대의 목소리를 억압하려 했을 때, 이는 곧 스스로의 몰락을 불러왔다.
Z세대에게 인터넷은 단순한 플랫폼이 아니라 정체성의 일부였다. 전 세계와 연결된 세상 속에서 성장한 그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도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하고, 목소리를 내며, 빠르게 조직될 수 있었다. 디지털 공간에서 입을 막히자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네팔 사회는 “Z세대”라는 용어조차 생소했지만, 젊은이들은 거대한 물결처럼 들고일어났고, 나라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충격에 휩싸였다.
이 봉기는 인근 국가들의 최근 사례와도 닮아 있다. 2022년 스리랑카에서는 경제 붕괴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 대통령궁이 점령되고 대통령이 해외로 도피했다. 방글라데시에서도 학생 주도의 반정부 시위가 총리를 인도로 떠나게 만들었다. 이러한 선례들은 네팔 청년들에게 혁명적 열망을 북돋운 것으로 보인다.
청년 실업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2024년 네팔의 청년 실업률은 20.82%였고, 일자리는 거의 늘지 않아 수천 명이 해외로 떠났다. 절망적 상황 속에서 약 1만5천 명의 네팔 청년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용병으로 참여했고, 일부는 돌아오지 못했으며, 돌아온 이들도 심각한 상처를 안고 귀환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비극을 방치했고, 정치 엘리트와 그 자녀들의 호화로운 생활이 사회적 분노를 증폭시켰다. 9월 8일 시위대의 한 팻말은 이러한 분노를 압축적으로 드러냈다. “정치인의 자녀는 구찌 가방을 들고, 우리의 자녀는 관에 실려 돌아온다.”
혼란 속에서 친왕정 세력과 힌두 민족주의 세력이 자신들의 정치체제를 주장하는 한편, 시위대는 새 헌법과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시민사회는 기존 헌법 내 해결을 촉구했다. 결국 일주일 뒤, 라마 찬드라 파우델 대통령은 청렴성과 반부패 이미지를 가진 전 대법원장 수실라 카르키를 과도 총리로 임명했다.
교회의 응답: 기도와 행동
이번 국가적 위기에 교회는 긴급히 기도운동을 시작했다. 네팔연합교회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신중하고, 깨어 있으며, 민감하고, 절제할 것”을 촉구하며 순교한 청년들의 가족을 위로하고, 나라의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부다 두나미스교회의 푸르 장부 목사는 “시위 이튿날부터 모든 교회가 특별 기도회를 시작했다”며 “지금은 단순한 일반적 기도가 아니라 선한 정치가 세워지도록 구체적인 기도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히말리 펠로우십의 푸르푸 보테 목사는 “이 위기는 교회가 국가를 위해 꾸준히 기도하지 못한 현실을 드러냈다”며 “지금은 무엇보다 무릎 꿇고 중보할 때이며 동시에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회 등록을 공적 종교 신탁으로 가능하게 만든 과정에 핵심 역할을 해온 프라카시 카르키는 교회가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적 토대를 다지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30개 이상의 교단과 수천 교회가 이미 등록을 마쳤다. 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큰 길”이라며 교회가 합법적으로 세금도 내고 사회 속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카르키는 의료와 교육 분야, 특히 기본적인 의약품조차 부족한 오지에서 교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섬길 것을 요청했다.
힌두 다수 사회의 개종 비난에도 불구하고 네팔 기독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공동체 중 하나로, 이제 거의 모든 지역에 교회가 세워졌다.
네팔은 지금 역사적 갈림길에 서 있다. 청년들의 정의와 투명성을 향한 외침은 전국적 성찰로 번졌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 순간, 교회는 무너진 사회 속에서 희망의 증언자가 되어야 한다. 특히 교회의 청년 세대가 또래와 나란히 서서 깨어진 꿈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할 때이다.
지금은 전 세계 교회가 함께 네팔을 위해 뜨겁게 기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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