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자 이철우 박사는 저서 『수치심 잃은 사회』(시크릿하우스)를 통해 한국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도덕적 해체 현상을 진단했다. 그는 “수치심은 공동체의 건강한 눈이며, 타인의 정직한 시선이자 우리 내면에 새겨진 도덕적 기준과 맞닿아 있다”고 밝히며, 수치심의 부재는 단순한 감정의 상실을 넘어 사회 윤리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수치심은 본능적으로 주어지는 감정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길러지는 윤리적 감각이다. 이는 열등감이나 실패감으로 오해될 수 있지만, 사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자기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관계적 정서다. 수치심은 책임을 느끼게 하고 존재에 대한 반성을 촉발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감정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책은 수치심이 사라진 구체적 사례들을 다룬다. 정치인의 반복되는 망언에도 사과가 따르지 않는 현실, 범죄와 비리 앞에서 변명과 회피만 남는 태도, 대중 앞에서 서슴없이 거짓을 말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모습, 그리고 사익을 위해 공적 책임을 저버리는 공직자들의 사례가 대표적으로 제시된다. 저자는 이를 공동체 윤리의 실종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으며, 사회 구조 전반이 무너지고 있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수치심의 부재가 사회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하며, 지금 한국 사회가 가장 시급히 회복해야 할 정서가 바로 수치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치심을 되살리는 것이 개인의 도덕적 성찰을 넘어 공동체 회복의 출발점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를 통해 한국 사회가 직면한 도덕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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