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성령(58)이 연극 ‘로제타 Rosetta’로 6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그는 “무대에서 해낼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끝내 잘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며 복귀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작품을 통해 큰 위안을 받았다. 관객들도 같은 마음을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로제타’는 한국 근대 의료와 교육을 개척한 미국인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의 헌신적인 삶을 무대 위에 담았다. 1890년대 조선에 들어온 그는 차별과 편견에 맞서 여성들의 의료와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다. 이 작품은 국립극단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이 공동 기획했으며, 지난달 23일부터 31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됐다.
김성령은 2019년 ‘미저리’ 이후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 그는 “언제 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새로운 도전이자 시도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8명의 배우가 차례로 로제타를 연기하는 앙상블 형식으로 진행되며, 미국 실험주의 극단 ‘리빙 시어터’ 소속 외국인 배우들도 함께 무대에 섰다.
김성령은 “한 인물을 여러 배우가 연기하다 보니 혼자 잘해서는 완성될 수 없는 작품이었다. 함께 호흡하고 에너지를 나누며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했다”며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인 표현보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번 도전은 쉽지 않았다. 그는 경험이 많은 배우들과 간극을 좁히기 위해 연습실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며 연습에 매진했다. “민폐가 되지 않으려면 빨리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어느 순간 하나가 되어 굴러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극 중 나무를 연기하며 동료로부터 “자의식을 버리라”는 조언을 받은 김성령은 이를 통해 연기에 대한 새로운 배움을 얻었다고 전했다. 또한 로제타의 삶을 돌아보며 “남편과 자식을 잃고도 다시 조선으로 돌아와 헌신한 모습은 경이롭다. 내가 그 나이라면 감히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라며 존경을 표했다.
배우로서의 삶도 자연스레 성찰하게 됐다. 그는 “연기를 할 때마다 너무 힘들다. 매번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결국 또 하게 된다”며 “작품에서 책임감을 다하고 싶다. 단순히 참여하는 게 아니라 중심을 잡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시간 반 동안 퇴장 없이 이어진 공연은 체력적으로도 큰 도전이었지만, 김성령은 끝내 이를 극복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하면서 위안을 많이 받았다. 관객들 역시 ‘나도 로제타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 공연을 마친 ‘로제타’는 5~6일 부산 영화의전당 무대에 오른 뒤, 27~28일에는 일본 돗토리현에서 열리는 베세토 페스티벌 공식 초청작으로 공연된다. 김성령은 “K-드라마, K-영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한국의 좋은 연극도 해외에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