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오 교수
안승오 영남신대 선교신학 교수

에큐메니칼 성경관에 영향을 준 요소들을 찾아보고 있다. 지난 글에서 밝힌 대로 그 배경에는 자유주의 신학, 해방신학 등이 놓여 있다. 이번 글에서는 또 다른 배경으로 Missio Dei (하나님의 선교) 신학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2차 세계대전 후 제국주의적 선교자세를 교정하고 선교의 바른 방향을 찾아보려는 노력 가운데 주창된 하나님의 선교 신학은 이기적이고 죄악에 치우치기 쉬운 인간이 아닌 하나님이 선교의 주인이심을 강조하면서 선교의 주체와 근원은 오직 하나님이시며, 선교하는 자는 그의 뜻을 따라 선교를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이것은 선교의 갱신을 위해 꼭 필요한 지적이었다. 하지만 후에 후켄다이크에 의해 하나님의 선교 신학이 발전되면서 이 개념은 점차로 전통적인 복음 전도 중심의 선교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후켄다이크는 전도 중심의 선교에 대하여 “...교회의 영향력을 다시금 획득하려는 사실을 성서적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 라고 주장하였다. 즉 전도 중심의 선교관은 교회만을 확대하려는 잘못된 선교관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생각에 의하면 하나님은 세계 속에 자신을 나타내는 하나님이며 세계와 분리되지 않는 하나님이다. 그 하나님은 세계 속에서 직접 활동하시는 하나님이시며 이 세계 속에서 샬롬을 이루어 가시는 분이시다. 따라서 선교는 세상을 교회로 인도하는 활동이기 보다는 세상 속에 들어가 하나님이 하시는 샬롬의 사역에 동참하는 사역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교회는 이 샬롬을 만들어 감으로써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며, 바로 이러한 사역을 위해 교회는 존재하는 것이다. 즉 이 땅위에 샬롬으로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를 강조하면서 후켄다이크는 하나님 나라의 ‘이미’와 ‘아직 아니’ 중 ‘이미’의 차원에 방점을 찍었고, 이것은 ‘이미’와 ‘아직 아니’ 의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아직 아니’에 강조점을 둔 하르텐슈타인의 의도와는 거리가 있는 관점이었다.

그런데 후켄다이크가 세계교회협의회의 총무로 할동하면서 세계교회협의회는 후켄다이크가 말한 하나님의 선교신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에큐메니칼 선교는 세상의 샬롬을 이루는 과업 중심의 선교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하나님의 선교신학은 하나님이 세계 속에서 직접 일하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 세상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관점 때문에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세상을 교회로 인도하는 과제보다는 세상의 샬롬을 위한 하나 됨, 대화, 공존 등을 중요한 선교의 과제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성경은 기본적으로 세상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성경은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으며 세상과 교회의 구별을 언급한다. 주님은 그의 대제사장적 기도에서 “내가 세상에 속하지 아니함 같이 그들도 세상에 속하지 아니하였사옵나이다.” (요 17: 16) 라는 기도를 함으로써 세상과 자신과 제자들이 구별됨을 말씀하셨다. 사도요한 역시 “또 아는 것은 우리는 하나님께 속하고 온 세상은 악한 자 안에 처한 것이며” (요일 5:19) 라는 말씀 속에서 주의 교회는 세상과 구별됨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구별에 대하여 김명용은 “성경은 하나님의 자녀는 ‘하나님께 속하고 온 세상은 악한 자 안에 처해 있음’(요일 5: 19)을 언급하고 있다. 빛의 자녀와 어둠의 자녀 사이의 구별은 성경 속에서 현저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에큐메니칼 신학은 하나님의 선교 개념의 영향을 받아 세상을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보면서 세상과 교회의 구별을 흐릿하게 만드는 경향이 강하다. 세상도 중요하고 교회도 중요하지만 성경은 기본적으로 세상이 하나님을 등지고 배반하였기 때문에 하나님께로 올 때 소망이 있음을 강조하지만 에큐메니칼 신학은 세상의 회개에는 큰 관심이 없고 세상의 평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짐으로써 전도가 거의 강조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에큐메니칼 진영의 선교에서 세상의 행복을 위한 평화, 공존, 샬롬 등에는 강조점을 두는 반면, 세상을 구원으로 이끄는 전도에는 관심을 많이 두지 않는 점 등이 하나님의 선교 신학의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영향을 에큐메니칼 성경관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각주 등은 아래의 책에 나와 있다.

현대선교신학
현대선교신학

안승오 교수(영남신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M.Div)에서 수학한 후, 미국 풀러신학대학원에서 선교학으로 신학석사(Th.M) 학위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총회 파송으로 필리핀에서 선교 사역을 했으며, 풀러신학대학원 객원교수, Journal of Asian Mission 편집위원, 한국로잔 연구교수회장, 영남신학대학교 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선교와 신학』 및 『복음과 선교』 편집위원, 지구촌선교연구원 원장, 영남신학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등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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