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교회를 대상으로 한 적대 행위가 급증하고 있어 교계가 긴장하고 있다. 교회를 향한 공격이 단순히 횟수만 증가하는 게 아니라 갈수록 파괴적인 폭력성을 띠고 있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복음 전도자이자 ‘Just Thinking’ 팟캐스트 공동 진행자인 버질 L. 워커어는 최근 크리스천포스트(CP)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내 교회들이 직면한 충격적인 폭력 상황을 진단했다. 미국 복음주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가족연구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l)가 집계한 통계를 근거로 지난 2018년부터 2024년 사이 미국 내 교회를 대상으로 벌어진 1,384건의 적대적 행위에 대해 기술했는데 폭력이 단순한 기물 파손 정도가 아니라 방화, 화염병 투척, 폭탄 위협, 총격 사건 등 인명을 살상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어 심각하다.

충격적인 건 이 통계가 불과 5년 전보다 8배나 증가한 수치라는 점이다. 교회를 적대시해 공격하는 이른바 혐오세력이 집단·조직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는 기고문에서 교회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다양한 성격의 폭력 행위가 급증하는 현상에 대해 ‘언제 발생할지’의 문제였지 ‘발생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고 짚었다.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미국에서 대중문화가 하나님을 저버리고, 거룩한 제도를 허물어 세속에 빠지면서 끝내는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한 ‘영적 전쟁’이 개시됐다는 거다.

그는 최근 미국 내 교회를 대상으로 벌어진 폭력과 테러 사례로 최근 시애틀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을 들었다. 한 기독교인 남성이 생을 마감한 청년을 추모하는 모임에 참석하러 교회에 가다가 교회 인근에서 괴한들의 무차별 총격으로 숨진 사건이다.

미국 보수 교계는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벌어진 총격 테러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교회가 동성애 등 젠더주의에 반대하며 기독교 복음 정신으로 가정을 지키자는 목적의 기도회를 개최하면서 급진 젠더주의자들의 집중 표적이 돼 왔다는 게 이유다.

이 교회는 결혼과 성별에 있어 성경의 진리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는 등 동성애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로 인해 일부 정치인과 급진적인 단체들의 거센 비난과 저항에 직면해 하게 됐다고 한다. 결정적인 건 시애틀 시장이 이 교회에서 열리는 기도회 참석자를 ‘극우 극단주의’로 낙인찍으면서 급진주의자들의 주 타깃이 된 점이다.

버질 L. 워커어는 이 총격 테러를 성경의 진리를 고수하는 보수 기독교를 정치인과 급진주의자들이 극단주의로 낙인찍어 자기들의 공격을 정당화는 수단으로 삼은 대표적인 사례로 분석했다. 교회를 대상으로 행해지는 폭력이 위협으로 그치지 않고 생명을 살상하는 단계로 이어지고 있음에도 이를 정당화하고 스스로 도덕적으로 옳다고 믿고 싶은 거다.

문제는 이런 범죄가 시애틀 뿐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점이다. 워싱턴 주에서는 교회에 대한 노골적인 분노를 표출하던 여자가 루터교회에 불을 질러 320만 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혔다. 또 네브래스카 주에선 낙태 금지 법안 통과에 불만을 품은 급진주의자들이 두 교회에 총격 테러를 예고해 교회와 지역사회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이런 혐오 범죄의 근본 원인은 성경의 진리를 따르는 보수 성향의 기독교인을 정치계 언론 등이 ‘극우’ 또는 ‘극단주의’로 몰아가는데 있다. 우리 사회도 지난해 12.3 계엄 이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을 ‘극우’라는 이름의 정치적 프레임에 가두어 공격 좌표로 삼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얼마 전 목회데이터연구소 등이 공동 진행한 ‘기독교인의 정치의식 지형 조사’ 결과에서 “14%의 극우 그룹이 전체 한국교회 이미지를 과잉 대표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독교 안에서까지 보수 기독교인을 폭력 성향의 ‘극우’로 편 가르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회 안에서까지 ‘극우’라는 용어로 편 가르기를 하자 정치권과 공권력, 언론 등에서 반색하는 분위기다. 누군가를 정치권과 언론이 ‘극우 프레임’을 씌우면 검찰과 경찰이 표적삼아 수사하는 게 이를 말해준다.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에 앞장 선 일부 목회자의 교회에 경찰이 무단으로 들어와 압수수색을 벌인 것도 그 연장선에 있을 것이다.

어느 사회든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는 폭력이 정당화될 순 없다. 하지만 헌법이 보장한 신앙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저항마저 ‘극우’ 난동으로 좌표 찍어 공격하는 건 교회를 세상의 흐름에 타협하고 굴종시키려는 사단의 은밀한 계략이 숨어 있다.

동성애 확산으로 도덕이 해체되고 반기독교 정책이 제도화되는 상황에서 목회자가 시대의 죄를 지적하는 것은 선지자적 사명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우 프레임’에 교회가 갇히게 되면 동성혼, 차별금지법, 낙태 등 성경적 가치를 위협하는 이슈들 앞에서도 침묵하게 될 것이다.

버질 L. 워커어는 미국 내 보수 교회들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적대 행위에 대해 “‘영적 전쟁’이 교회 문 앞까지 왔다”라고 했다. 그런데 미국 보수교회가 처한 위급한 상황을 말해주는 이 표현이 오늘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죄에 대해 지적하고 저항하는 걸 ‘극우’로 몰아 침묵을 강요당하는 상황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이미 ‘영적 전쟁’ 한 가운데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