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최근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하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실제로는 후속 협상이 실질적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 구성 방식을 비롯해 미국 측과의 이익 분배 비율 등에서 의견 차이가 드러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정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지난 6월 30일(현지 시각) 무역협정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7월 1일부터 상호관세율 인하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기존에 품목별로 25%가 부과되던 자동차에 대해서는 15%로 인하됐으며, 반도체와 의약품 등 향후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았던 전략 품목들에 대해서도 최혜국 대우를 받게 됐다.
이 같은 관세 인하의 대가로 한국은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으로는 조선업 분야에 1,500억 달러,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향후 4년간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투자합의의 세부 내용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미국 측과 우리 정부가 밝히는 투자 방식과 성격에서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하는 방식에 따라 3,5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며, 이 가운데 90%의 이익은 미국에 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우리 정부는 1,500억 달러는 국내 기업인 HD현대와 한화오션 등의 미국 진출에 쓰이며, 미국이 사용처를 정하는 자금은 2,000억 달러에 국한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에 대해 "논박할 생각은 없지만, 누가 얼마를 어디에 투자할지가 특정되지 않아 미국 측의 정확한 구상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이익의 90%를 가져간다는 주장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재투자 개념일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내에서 발생한 이익이 과실송금 없이 계속 현지에 재투자되는 형태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투자펀드의 구성 방식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업의 직접투자와 정부의 보증, 대출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나, 구체적인 비율과 실행 방식은 미정이다. 정부는 대체로 우리 기업의 직접투자 규모는 크지 않고, 정부 보증과 대출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는 "3,500억 달러라는 큰 숫자가 부각됐지만 실제 구성과 집행 방식은 구체적 협상을 봐야 판단할 수 있다"며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한 협상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 분야 투자 역시 단순한 보증과 대출만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려우며, 미국 현지의 법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인교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선박 관련 미국의 규정과 제도가 보완돼야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며 "우리 정부가 미국과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협상에서는 비관세 장벽이나 방위비 분담금 등 미국이 이전부터 요구해온 민감한 사안은 본격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는 한미 정상회담 등 후속 일정에서 이들 사안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은 남아 있다. 실제로 미국은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정밀지도 반출 제한, 플랫폼법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김 실장도 "플랫폼법 문제는 협상 단계에서 논의가 있었지만 최종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 개방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당장 쌀이나 쇠고기 등 민감 품목에 대한 추가 개방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한국의 완전한 개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관련해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백철우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을 감안할 때, 향후 미국 측의 추가 압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 수사일 뿐이며, 한미 FTA를 통해 한국 농산물 시장은 이미 99.7%가 개방된 상태로 거의 완전 개방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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