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공동상임대표(왼쪽에서 3번째)가 재판을 방청한 시민단체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전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공동상임대표(왼쪽에서 3번째)가 재판을 방청한 시민단체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법원을 빠져나가던 모습. ©뉴시스

한 교회 장로가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북한 대남공작원과 접선해 정보를 제공,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박상규 목사) 측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며 그 장로의 법정구속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판사 양진수) 지난달 23일 전북민중행동 상임대표이자 5.18 국가유공자인 하연호 장로(김제영암교회)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앞서 1심에서 하 장로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하 장로는 지난 2013∼2019년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대남공작원과 베트남 하노이, 중국 북경·장사·장자제(張家界)에서 회합하고 국내 주요 정세를 전달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과 법원은 이 과정에서 하 장로가 대남공작원으로부터 공작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지선과 주고받은 이메일의 내용과 공작금 수수 정황 등을 종합하면, 이 행위가 국가의 존립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양측이 이메일 주소 변경 사실을 보안수칙에 따라 공유하고, 삭제 사실을 서로 알린 정황, 이중 보안 체계를 통해 문서를 주고받은 점 등을 볼 때 은밀한 정보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피고인은 상대방이 북한 공작원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이중 보안 절차를 사용한 점은 해당 문서가 비밀 지령일 가능성을 높인다”며 “이메일 내용과 전달 경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행위는 반국가단체에 이익을 주려는 목적이 있었거나, 적어도 그러한 행위가 국가의 안보나 헌법 질서를 해칠 수 있음을 인식하고도 이를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하 장로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 전부 무죄를 주장하면서 지난달 24일 상고했다. 대법원에서 이 사건의 유무죄가 최종적으로 가려질 전망이다.

한편, 기장 총회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외치며 하연호 장로 법정구속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 장로가 출석하는 김제영암교회는 기장 교단 소속 교회다.

기장 교회와사회위원회(위원장 박재형 목사)와 평화통일위원회(위원장 우규성 목사)는 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기장은 김제영암교회 하연호 장로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사건에 대해 깊은 충격과 분노를 표한다”며 “국가보안법은 한반도 냉전체제를 고착화하고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지속적으로 억압해 온 대표적 악법”이라고 했다.

이어 “이 법은 정치적 이견이나 평화적 통일운동을 국가의 위협으로 간주하며, 신앙인의 실천마저 처벌하는 반민주적 법제로 기능하고 있다”며 “기장은 1999년 제84회 총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결의한 이래, 오직 생명과 정의의 편에 서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연호 장로는 ‘평화통일’과 ‘민족화해’를 향한 신앙적 소명을 갖고, 오랜 세월 소통과 연대의 길을 걸어온 분이다. 법원은 그의 행위를 범죄로 규정했지만, 우리는 이를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폭력으로 규정한다”고 했다.

아울러 “억압과 고난 속에서도 예수의 길을 따르는 삶은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실천적 신앙이다. 하연호 장로의 법정구속은 개인에 대한 억압을 넘어, 신앙 공동체 전체에 대한 위협이다. 우리는 이 사태를 결코 묵과할 수 없으며, 하연호 장로의 석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국가보안법의 즉각적 폐지를 촉구한다”고 했다.

또한 “국가보안법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되는 구시대적 악법으로,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을 처벌하는 반평화, 반인권적인 법”이라며 ▲하연호 장로의 즉각 석방 ▲국가보안법 즉시 폐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의 활동을 인정하고 보호하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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