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영웅 故 백선엽 장군(1920~2020)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승리의 시작〉이 지난 6월 19일 개봉했다. 〈승리의 시작〉은 백선엽 장군과의 인터뷰 영상을 비롯해 그를 기억하고 연구해 온 인물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2003년 백 장군과의 인터뷰 촬영을 시작으로 희귀 기록, 증언, 재연 장면 등을 더해 완성되기까지 총 22년이 걸렸다.
영화는 백선엽 장군의 주요 일화를 소개한다. 대표적인 것으로, 1950년 8월 다부동 전투 당시 제1사단장이었던 백 장군은 후퇴하던 국군 장병들에게 “내가 앞장설 테니 나를 따르라.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도 좋다”고 외쳤다. 또한 그는 무릎을 꿇고 “전투에서 승리를 허락하신다면 하나님을 믿겠다”고 서원하며 기도하기도 했다. 이는 그의 신앙적 면모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꼽힌다.
본지는 19일 〈승리의 시작〉 상영 이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열린 필름포럼에서 연출을 맡은 권순도 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권 감독은 “당시 미군 장성들 사이에는 한국군 지휘관에 대한 불신이 컸지만, 다부동 전투에서 백 장군이 보여준 리더십은 그 인식을 바꿔놨다”고 밝혔다. 이어 “백 장군의 정직한 보고와 판단은 미군으로부터 효과적인 지원을 끌어낸 핵심 요인이었다”고 평가했다.
권순도 감독은 백선엽 장군의 인간적인 면모도 강조했다. 권 감독은 “백 장군은 미군 장성으로부터 ‘부하를 하대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 후, 그는 즉시 이를 실천에 옮겼다”며 “백 장군이 함께 행군하던 부하가 힘겨워하자, 그의 짐을 대신 들어주는 등 부하를 아끼던 그의 리더십에 대한 증언이 이어졌다”고 했다. 영화에 등장한 백 장군과 직접적 인연이 있던 증언자 4명 모두 백 장군의 리더십 특징으로 ‘겸손과 온유’를 꼽았다고 권 감독은 덧붙였다.
영화에는 백선엽 장군이 “이 나라를 어떻게 지켜냈는지 젊은 세대들이 알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또한 한국전쟁에서 평양 수복 당시 주민들을 상대로 저지른 북한군의 만행을 회상하며 “공산당의 잔인함과 속임수에 치가 떨린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편 영화는 백선엽 장군을 둘러싼 ‘친일파’ 논란도 정면으로 다룬다. 권 감독은 “백선엽 장군이 간도특설대 소위로 임명된 1943년 당시에는, 만주 지역에 활동 중인 독립군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20년 봉오동·청산리 전투 이후 벌어진 자유시참변으로 인해 독립군 세력은 크게 약화됐고, 사실상 조직이 무너졌다”며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1943년에 백 장군이 간도특설대에 복무했다는 사실만으로, 그가 독립군 토벌에 앞장섰다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권 감독은 “요즘 왜곡된 역사적 서술이 너무 많다 보니, 이대로 가면 국민들이 왜 나라를 지켜야 하는지도 망각할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올바른 역사관이야말로 나라를 지키는 무기이며, 우리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나의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백선엽 장군은 국내보다 미국 등 해외에서 더 높이 평가받고 있다”며 “향후 백 장군과 같은 순국선열을 다룬 극영화도 제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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