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가 붙어 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가 붙어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 출범 첫 해 결정된 2025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2%대에 그쳤지만,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의 반발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편의점과 외식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인건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데 또 올랐다”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2.9% 오른 수치로, 월 환산 기준(209시간)으로는 215만6,880원에 해당한다. 역대 정부 출범 첫 해 인상률 가운데에서는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김대중 정부 시절(2.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각종 고정비 상승에 시달리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이 같은 ‘저인상률’조차도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경기도에서 편의점 2곳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3%에 가까운 인상률이 어떻게 낮은 거냐”며 “동결을 주장한 업주들의 의견은 무시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올해도 알바생을 한 명 줄였는데, 내년에는 더 줄여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점주 심모 씨는 “최저임금이 이미 너무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지금은 인상률이 몇 퍼센트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경기는 여전히 불황인데, 정책 방향이 사업주에게 도움이 되는 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휴수당과 4대 보험 등 간접비용을 포함하면 실질 인건비는 시급 1만4천 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이 수준의 인건비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외식업계 역시 정부의 이번 결정에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국외식산업협회 김대권 상근부회장은 “식자재 가격, 배달 수수료, 전기세까지 모두 오른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오르면 장사를 그만두라는 말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외식 물가는 정부가 억제하면서 비용만 오르면 업주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현실을 모른 채 결정된 최저임금”이라고 성토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으로, 고용 감소는 물론 ‘쪼개기’와 ‘꺾기’ 같은 편법 운영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쪼개기’는 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발생하는 주휴수당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2~3시간 단위로 나누는 방식이고, ‘꺾기’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시간보다 실제 근무시간을 임의로 줄이는 수법을 뜻한다.

이 같은 방식은 저임금 노동자 간 갈등을 야기하고, 고용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편의점과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무인점포 확대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테크 기술 발전과 인건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무인점포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그만큼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인건비가 오를수록 무인기기 도입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특정 시간대에 주문이 몰리는 구조상, 짧은 시간 알바생을 여러 명 고용하는 일이 더 많아질 텐데 결국 고용주는 인력 관리 부담이 늘고, 노동자는 근무 강도가 높아져 불만만 쌓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명동에서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이모 씨(45)는 “직원들 월급 주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며 “앞으로는 알바 없이 가족끼리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요구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현재 OECD 21개 국가는 지역, 업종, 연령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동일 기준을 유지 중이다.

편의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체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임금을 똑같이 책정하는 건 비현실적”이라며 “최소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주휴수당을 제외하거나 업종 특성을 반영한 차등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의 부담이 단지 최저임금 때문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도한 가맹 수수료, 배달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 상승하는 임대료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정부가 일시적인 소비쿠폰 같은 단기 처방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업계가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장기적인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며 “결국 경영난의 책임이 알바생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려면 근본적 해법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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