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어디서(where): 천년왕국은 어디에 세워지는가?
천년왕국의 시간적 위치에 대한 견해는 천년왕국의 전과 후로 나눠질 수 있지만, 공간적 위치에 대한 견해는 지상과 천상의 두 갈래로 나눠질 수 있다. 천년왕국의 공간적 위치는 사탄을 감금하면서 “천 년 동안”이 시작되는 시기에 그리스도의 거처에 따라 결정되는 사항이다. 천년왕국의 주이신 그리스도는 부활 후 승천하여 아직 천상에 계신다. 창조론적 관점에서 사탄은 이미 감금되었고, 천년왕국은 그리스도가 계시는 천상에서 그때 시작되었다고 본다.
기존의 천년왕국 4학설을 보면, 공간적 위치에 대해 후천년설(무천년설 포함)은 천상에서 성립하는 것으로 보고, 전천년설(역사적 전천년설, 세대주의 전천년설)은 지상에서 성립하는 것으로 본다. 여기서 ( )안의 구분은 재림의 때와 천년왕국의 시공간적 위치에 대한 견해는 같이하나, 재림의 조건과 백성의 구성에 관련된 해석에서 차이를 보임으로써 2학설이 4학설로 나눠진 것을 나타낸다.
창조론적 관점에서 천년왕국은 천상에서 이미 시작되었다는 후천년설을 도출하게 되지만, 그것은 기존의 후천년설(무천년설 포함)과 재림의 조건과 백성의 구성에 관련된 해석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창조론적 천년왕국론이 기존 4학설과의 차이를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탄은 이미 무저갱에 감금되었고, 동시에 천년왈국은 그리스도가 계신 천상에서 시작되었다. 지상의 시간으로는 “천 년 동안”이 두 번이나 지났지만, 그리스도의 지상 재림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② 천년왕국의 백성들은 대개 땅에서 목 베임을 당하고 죽었다가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계시는 하늘에서 첫째 부활한 자들이다. 이와 관련한 “근거 구절”의 헬라어 원문을 직역하면 “그리고 그들이 살았다”(και εζησαν). “그리고 그들이 그리스도와 더불어 천 년 동안 왕노릇한다”라는 두 개의 문장이 접속사 “그리고(και)”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 “살아서(εζησαν)”는 “부활해서”라는 의미이며, “천 년 동안 왕 노릇” 하는 곳은 그리스도가 부활 후 승천하여 계신 천상으로 해석되는 것이 문맥의 흐름상 올바르다고 본다. 그들이 “살아서 그리스도와 더불어 왕 노릇” 하는 곳은 천상이다.
③ 지상에서는 그리스도의 대위임령에 따라 교회와 신자들이 모든 민족에게 복음 전파하는 임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그에 따라 사탄의 권세를 양도받은 짐승의 무리가 교회들을 핍박하고 신자들이 순교하는 일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④ 계 20:1-3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에 의해 사탄이 무저갱에 갇히는 장면은 이 땅에서 일어난 일을 보여주는 환상이지만, 장면이 전환되어 첫째 부활이 일어난 곳과 그들이 그리스도와 더불어 왕 노릇하는 곳은 분명히 그리스도가 재림하시기 전에 계시는 천상이다(20:4-6).
⑤ 따라서 요한계시록의 “천 년 동안”은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천상에서 최후의 심판을 준비하시는 구속사적 통치 기간이며, 지상에서는 교회의 복음 전파와 짐승의 무리에 의한 핍박으로 순교적 환난이 병행되는 이중적 질서가 형성되어 있다. 이 “천 년 동안”을 문자적 시간으로 보기보다는 우리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징적 시간으로 보면서 하나님의 섭리 아래 완결될 종말론적 문제라고 이해하는 것이 문맥적으로 합리적인 해석이다.
(4) 무엇을(what): 천년왕국은 무엇을 하는가?
그리스도는 “천 년 동안” 하늘에서 그와 더불어 백성들이 왕 노릇 하는 천년왕국을 세우셨다. 왕 노릇하는 백성들은 하나님과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목 베임을 당했다가 첫째 부활한 순교자들이며 의인들이다. 그리스도는 그동안 땅에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파하는 교회와 신자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천사를 보내 사탄을 결박하고, 무저갱에 감금하게 하셨다. 사탄은 감금되기 전에 그의 “능력과 보좌와 큰 권세”를 짐승에게 주었으므로(계 13:2) 교회는 짐승으로부터 계속 박해를 받고, 진실한 신자들은 목 베임을 당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복이 있고, 거룩하므로 천년왕국에서 첫째 부활하여 왕 노릇 할 것이다(계 20:6).
① 하나님은 계 6:9절에서 목 베임을 당했던 자들의 피를 신원하여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그 약속은 최후의 심판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천년왕국에서 심판하는 권세를 받은 자들이 심판장 그리스도와 더불어 그 일을 준비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이 할 일은 생명책을 작성하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일이 끝나면, 그리스도가 그들을 이끌고 최후의 심판을 위해 지상 재림하면서 천상의 천년왕국은 끝난다.
② 신자들을 목 베임하고 핍박했던 짐승의 무리는 그동안 모두 죽었다가 그리스도가 재림하실 때에 둘째 부활하여 최후의 생명책 심판에서 둘째 사망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③ 그리스도의 재림은 교회의 대위임령 수행 임무의 성공 여부와는 별 상관이 없다. 그리스도의 재림과 교회의 대위임령 수행 결과의 성공 여부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이다. 그리스도는 오히려 “인자가 올 때에 세상에서 믿음을 보겠느냐”(눅 18:8)고 염려하셨다.
(5) 어떻게(how): 천년왕국은 어떻게 세워졌는가?
천년왕국이 어떻게 세워진 것인지, 그 실체를 알려면, 요한계시록이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받은 요한이 일곱 교회에 그리스도의 계시를 써 보낸 편지라는 사실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한다.
① 교회는 신자들이 모이는 곳이므로 그리스도가 보낸 편지의 실체적 수신자는 신자들이다. 따라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편지에 쓰인 대로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재림과 관련하여 천년왕국의 백성이 되는 길과 둘째 부활 후에 새 창조되는 새 하늘과 새 땅의 새 예루살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잘 찾아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또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그것이 그리스도의 교회가 모든 민족에게 복음 전파를 제대로 수행하는 길이다.
② 그리스도는 그 편지들에서 교회가 복음 전파에 따르는 환난과 박해를 겪을 것이나, “이긴 자”들에게는 영생의 상급을 약속하셨고, 그 환난과 박해를 이겨내라고 격려하셨다. “근거 구절” 20:4절에 열거된 자들의 대부분이 바로 그런 환난과 박해를 “이긴 자”들이다.
③ 여기서 그리스도가 편지에서 “이긴 자”에게 약속하신 상급이 천년왕국의 백성이 되는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첫째 부활한 천년왕국의 백성들은 심판관이 되어 최후의 심판에서 둘째 부활한 자들의 심판에 쓰일 생명책을 만들면서 왕 노릇 한다. 그들은 심판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새 창조되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특권을 가진다.
④ 천년왕국의 백성들에 대한 특권을 사실로 인식한다면,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말씀과 그리스도의 증거로 인하여 목 베임을 당한 순교자들에게 첫째 부활과 영생의 상급을 주는 천년왕국을 세우시고, 그들에게만 최후의 심판을 준비하는 심판관의 자격을 주실 계획을 진작부터 가지셨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
(6) 왜(why): 천년왕국은 왜 세워져야 했는가?
이제까지 살펴본 바에 의하면, 계 6:9절의 제단 밑에서 목 베임을 당한 자들의 흘린 피에 신원을 약속하셨던 공의의 하나님과 아담의 후손들에게 구속자가 되신 그리스도가 천년왕국을 세우신 목적은 창조론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첫째 목적은 “근거 구절” 20:4절에서 열거된 첫째 부활한 자들이 심판의 권세를 받는 것이 그들의 흘린 피를 신원하고, 알파 창조인 처음 창조에서 아담이 사탄에게 미혹 당함으로써 악의 무리와 그들의 악행으로 더러워진 것들을 모두 불태워버리면서 오메가 창조인 새 창조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이해된다.
② 둘째 목적은 천년왕국에서 제사장을 두는 것이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천년왕국 백성들에게 완전한 흰옷을 입히기 위해서 그들에게 혹시 남아 있을 수 있는 생전의 죄악에 대해 완전한 속죄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이해된다.
③ 셋째는 그리스도가 최후의 심판에 앞서 천년왕국을 천상에서 끝내고 지상에 재림하시는 것은 창세 이후 땅에서 죽었다가 둘째 부활한 자 중에서 하나님 나라의 완전한 평화와 공의에 합당한 백성들을 선택하고, 악의 무리를 소멸하는 일을 “천 년 동안”에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④ 창조론적 관점에서 연구한 후천년설은 천년왕국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늘에서 이미 시작되었고, 땅에서는 복음 전파라는 사명을 수행하고 있는 교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실제적 진행을 발견한 것이다.
◆ 로마제국에서 박해받던 교회가 313년 콘스탄틴 황제(Constantinus the Great, 272-337)에 의하여 공인되고, 380년에는 데오도시우스 황제(Flavius Theodosius, 347-395)에 의하여 국교로 공포됨으로써 복음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전환점이 되었다. 이는 사탄이 결박된 이후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전파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교회사의 전환점이다.
◆ 마르틴 루터( Martin Luther, 1483-1546), 존 칼빈(John Calvin, 1509 -1564) 등 종교개혁자들은 로마가톨릭교회의 무천년설을 그대로 계승했지만, 짐승의 미혹에 빠진 로마가톨릭교회의 교황 체제에 뿌리내린 부패를 비판하고 핍박에 저항하면서 성경의 진리와 복음의 순수성을 회복하려 했다. 이는 천년왕국 백성으로서의 “이긴 자” 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종교개혁 이후 교회는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교회의 분열과 신학적 논쟁 등은 교회의 갈등을 노출하는 부정적 측면도 있지만,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하는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고 본다.
◆ 심판장이신 그리스도는 천년왕국 백성을 이끌고 재림하셔서 사탄의 무리를 먼저 심판하시고, 모든 죽은 자 중에서 나머지 둘째 부활한 자들에 대해서 믿었던 자는 믿었던 대로, 믿지 않았던 자는 믿지 않았던 대로 최후의 심판에서 심판하실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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