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비상대책위원장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갈등이 1년 5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사직 전공의를 대표해온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사퇴했다. 의료계는 이번 사퇴를 전환점으로 보고 전공의와 의대생 복귀 등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제시한 복귀 조건을 정부가 수용할지는 불확실해 여전히 갈등 해소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박단 위원장 사퇴 배경과 반응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24일 대전협 내부 대의원방에 "모든 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며, "지난 1년 반 동안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했으나 실망만 안겼다. 모든 것이 내 불찰"이라며 사퇴의 뜻을 전했다. 이어 "학생들을 끝까지 잘 챙겨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말을 덧붙이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기원했다.

박 전 위원장의 사퇴에는 대표성 논란과 투쟁 일변도의 기조에 대한 피로감, 그리고 점점 커져가는 전공의들의 조건부 복귀 요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3년 8월 대전협 회장으로 선출됐고, 2024년 2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 후 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했고, 올해 3월에는 "팔 한 짝 내놓을 각오도 없이 뭘 하겠다는 것이냐"며 의대생들에게 휴학 지속을 촉구하는 글을 올려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새 비대위 출범과 의료계 변화

최근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이 조건부 복귀 의사를 표명하면서 대전협 내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됐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의료원,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새로운 비대위 구성을 위한 임시 대의원 총회를 24일 공지했고, 이후 총회에서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를 새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박 전 위원장과 함께 활동해온 김민수 정책이사, 김유영·박명준 기획이사, 이혜주 국제이사 등 5명의 전공의 임원들도 함께 사퇴하면서 새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게 됐다. 이에 따라 새 지도부가 보다 실질적인 협상을 통해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지 주목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복귀를 원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그간 대전협은 정부와의 대화에도 소극적이었다"며 "이번이 의료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새 비대위는 이전보다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새 비대위의 요구안과 협상 전망

한성존 신임 비대위원장은 지난 27일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하며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며 앞으로는 협상력 강화와 내부 소통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새 비대위는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 ▲열악한 수련 환경 개선 ▲의료 거버넌스 내 의사 비율 확대와 제도화 등을 주요 요구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전공의 복귀를 추진하는 9월을 앞두고 전문의 시험을 연 2회 시행하는 방안, 수련특례 허용 등도 논의 중이다. 실제로 전공의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는 ▲9월 별도 복귀 채용 허용 ▲전문의 시험 8월 추가 시행 ▲전공의 3월·9월 양방향 모집 ▲전공의 군입대 시기 다양화 등 복귀 조건이 공유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장기화된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진료보조간호사(PA)를 중심으로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전공의들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내부 갈등과 제도적 과제

그러나 비대위 내 결속력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 병원 전공의 대표들은 대형 병원 전공의 대표들의 독단적인 복귀 선언에 반발하면서 내홍이 표면화됐다.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복귀할 수 있는 사람들만 돌아오고, 사태는 어정쩡하게 봉합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정부와 전공의 간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전공의들이 제시한 조건이 많고, 현재 의료 환경도 이전과는 달라져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사태 해결을 위해 의사 단체의 단결력과 협상력이 핵심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안나 대한의료정책학교 교장(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의협이 보다 명확한 해결 의지를 보여야 의정 갈등 해소도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한 수련병원 교수는 "그간 전공의들이 사태 해결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고민을 하지 못했다"며 "이제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공의 #전공의사태 #박단 #기독일보 #의정갈등 #의료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