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누아르 케네스(Anwar Kenneth)
아누아르 케네스(Anwar Kenneth, 가운데)의 모습.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Morning Star News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대법원이 신성모독 혐의로 23년간 사형수로 수감돼 있던 고령의 기독교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해당 기독교인 아누아르 케네스(Anwar Kenneth)에 대해 파키스탄 대법원 재판부는 아사르 미날라(Justice Athar Minallah), 샤자드 아흐메드 칸(Justice Shahzad Ahmed Khan), 이르판 사다트 칸(Justice Irfan Saadat Khan) 등 3인의 판사로 구성됐으며, 케네스의 정신 상태로 인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케네스의 변호를 맡은 무슬림 변호사 라나 압둘 하미드(Rana Abdul Hameed)는 "정신질환을 앓는 노인이 20년 넘게 수감되어 있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번 판결은 아직도 수년째 재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정신질환자 신성모독 수감자들의 실태를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미드는 또한, 극단주의 성향의 이슬람 단체인 '예언자 최종성 옹호 변호사 포럼(Khatm-e-Nabbuwat Lawyers Forum)' 등 일부 단체 소속 변호사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판결이 내려지자 법정에서는 이들 단체가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케네스는 2001년, 무슬림 종교지도자들과 외교관, 유엔 사무총장, 기독교 신학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예언자 무함마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혐의로, 2002년 라호르에서 신성모독죄(형법 295-C조항)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해당 조항은 이슬람 예언자를 모욕한 자에게 사형을 규정하고 있다.

그는 변호인의 도움을 거부하고 “하나님이 나의 변호인”이라며 단독으로 법정에 섰고, 2014년 라호르 고등법원은 사형 판결을 유지했다. 당시 정부가 구성한 의료위원회는 그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판결은 뒤집히지 않았다.

하미드는 대법원에서 “기독교인이나 유대인이 무함마드를 예언자로 믿지 않는다고 해서 신성모독이 될 수 없다”며 “케네스는 단지 자신의 신앙적 입장을 표현했을 뿐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변론했다.

2024년 3월, 대법원은 파키스탄 이슬람 이데올로기 위원회(CII)와 두 개의 기독교 단체에 해당 편지 내용이 신성모독에 해당하는지를 자문하도록 요청했다. 이와 함께 파키스탄 변호사 협회에 국선 변호인 선임을 요청했지만 다섯 명의 국선변호사가 사임하면서 사건은 장기간 지연되었다. 이후 하미드는 네덜란드 소재 인권단체인 주빌리 캠페인의 지원을 받아 케네스를 변호하게 됐다.

케네스의 가족에 따르면, 그는 펀자브 어업국의 부국장으로 재직 중 체포됐으며, 기독교 신앙에 깊은 열정을 가진 성경학자였다. 그의 누나 레슈마 비비(83)는 "내 동생은 무슬림 친구들과 종교 토론을 즐겼고, 편지를 통해 신앙을 나눴을 뿐 어느 누구도 모욕하지 않았다"며 해당 편지가 침묵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파키스탄에서는 최근 몇 년 간 신성모독 혐의자에 대한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만 344건의 신성모독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 중 70%는 무슬림, 6%는 기독교인, 9%는 힌두교도, 14%는 아마디야 교도였다고 사회정의센터(CSJ)가 발간한 연례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신성모독법의 노골적인 악용이 종교적 불관용과 인권 침해를 지속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7년부터 2024년까지 최소 2,793명이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신성모독 혐의를 받았으며, 이 중 104명은 법적 절차 없이 집단폭력 등으로 살해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도어선교회가 발표한 2025 세계 기독교 박해지수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이 살기 가장 어려운 나라 8위에 올랐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