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 등 11명이 지난달 30일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철회됐다. 법안 내용에 ‘성적 지향’이 들어있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우회 법안이란 비판이 제기되자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며 스스로 발의를 거둬들인 거다.

조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은 특정 집단이나 구성원에 대해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거나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내용의 정보 유통을 금지하는 걸 골자로 한다. 온라인상에서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타인을 차별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을 불법 정보로 규정하고, 이를 유통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거다.

언뜻 보면 온라인상의 무분별한 혐오 표현을 막는 긍정적인 취지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차별·폭력 금지 사유로 인종·국가·민족·지역·나이·장애·성별·종교·직업 등을 열거하고 그 안에 ‘성적 지향’을 끼워 넣은 점이다. ‘차별금지법’의 우회 법안이란 비판이 터져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 의원 측은 ‘성적 지향’이 포함된 것에 대해 유튜브 상에서 극단적인 혐오 표현이 난무하는 걸 막자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계는 교착 상태에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내용을 ‘정보통신망법’에 끼워 넣어, 반대 목소리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이토록 커다란 저항에 직면한 지점은 바로 ‘혐오 표현’의 모호함에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가 가장 큰 문제점이다. 동성애나 성전환 등에 대해 비판하거나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경우 ‘혐오 표현’으로 낙인찍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차별금지법’과 별 차이가 없다.

이 법안의 심각성이 본보 보도를 통해 제기되면서 반대 민원이 폭주했다.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이 막히자 우회 법안을 제정하려 한다는 주장이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국회 입법예고 홈페이지가 일시에 반대 글로 도배된 거다.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국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은 1만 7천여 건에 달한다. 그중 1만 건 이상이 “차별금지법 반대한다”, “사실상 차별금지법과 같은 내용의 법”,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 등등 비판 의견이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결국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발의 닷새 만인 지난 5일, 자진 철회됐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조 의원실은 “사회적 논란과 우려가 큰 사안에 대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다”고 철회 이유를 설명했으나 문제가 된 ‘성적 지향’ 부분을 삭제하고 다시 발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 발의자인 조 의원이 개정안 발의를 철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된 건 공동 발의한 다른 의원들에게 항의 전화가 쇄도하는 등의 상황적 판단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걸 모르고 덜컥 ‘차별금지법’ 유사법안을 발의한 자체가 잘못이다.

이 사안이 이토록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건 22대 국회 들어 ‘성적 지향’ 문구가 들어간 첫 법안 발의라는 점도 있다. ‘차별금지법’과는 다른 성격임에도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금지하는 내용을 넣어 똑같은 효과를 발휘하도록 한 게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6.3 대선 후보 시절 TV 토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동의하느냐”고 질문하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방향은 맞지만, 너무 복잡한 현안이 얽혀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신중해야 한다”는 발언의 진의가 무얼 말하는 것인지 몰라도 그리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반드시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던 과거 자신의 발언과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민주당 종교 담당 국회의원들이 한기총을 방문해 ‘차별금지법’에 대해 “당 차원에서 당장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자당 대선 후보가 TV 토론에서 언급한 발언에 의문을 품고 있는 교계를 안심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그래놓고 대선이 끝나기도 전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을 연상케 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일시에 원성이 들끓게 된 거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대선을 코앞에 두고 우회 법안으로 뒤통수를 친 게 아니냐는 불만이 교계에 확산한 배경이다.

민주당은 6.3 대선을 앞두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문제가 기독교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자 당 차원에서 "차별금지법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라는 문자를 당원들에게 보내 적극 무마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놓고 비슷한 성격의 우회 법안을 발의해 교계가 반발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거다.

문제가 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전통적인 가치관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애에 반대하는 의견을 온라인에 게시할 경우, 이것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및 혐오 표현’으로 간주돼 삭제되거나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는 게 핵심이다. 결국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역차별 법인 셈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해프닝 차원으로 볼 일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 과정도 없이 덜컥 법안부터 발의해 소모적 갈등을 야기한 해당 의원은 사과하고 자숙해야 할 것이다. 이제 민주당은 야당이 아니다. 여당으로 위치가 바뀐 만큼 무더기 법안 발의를 남발하던 과거의 속성을 탈피해고 국민을 위한 보다 책임 있는 입법 활동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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