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학교(총장 이정기) 바이오과학수사학과 박상현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법곤충학 연구가 국제 학술지 『Journal of Forensic and Legal Medicine』에 게재됐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논문은 「Diagnostic pitfalls in forensic pathology: Postmortem facial lesions mimicking trauma caused by pharaoh ants」라는 제목으로, 실내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얼굴 부위 손상이 실제 외상이 아닌 애집개미(Monomorium pharaonis)의 사후 활동에 의해 발생할 수 있음을 규명한 사례를 다뤘다.
연구팀에 따르면 부산의 한 실내 사망 현장에서 고인의 입 주변과 얼굴 부위에 나타난 얕은 미란성 병변은 초기에는 둔기 손상이나 사망 전후 외상으로 의심될 수 있었다. 그러나 법곤충학적 검토 결과 해당 병변은 애집개미의 사후 섭식 활동에 의해 발생한 손상으로 판단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는 혈흔 비산이나 외부 침입, 다툼의 흔적 등 폭력 사망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고인의 의복 주름 부위에서 애집개미 유충과 잔해가 발견되면서 얼굴 부위 병변이 외상이 아닌 곤충 활동에 의한 사후 변화일 가능성이 뒷받침됐다.
애집개미는 실내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개미로 주거 공간이나 건물 내부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특히 입술과 눈꺼풀, 점막 등 습하고 노출된 부위를 섭식하는 특성이 있어 그 흔적이 찰과상이나 외상처럼 보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법의학 현장에서 곤충에 의한 사후 손상과 실제 외상을 구별하는 전문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 애집개미에 의한 사후 손상이 외상으로 오인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문서화한 첫 사례로 학술적 의미를 갖는다. 또한 사망 현장에서 법곤충학적 판단이 사건의 성격을 해석하고 불필요한 법의학적 절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박상현 교수는 “법곤충학은 단순히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하는 분야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현장에서 발견되는 곤충의 흔적은 사망 원인과 사건 정황을 해석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작은 곤충의 흔적 하나가 폭력 사망으로 오인될 수 있는 사건의 방향을 바로잡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에는 부산경찰청 정재봉 경위와 고려대학교 법의학교실 박성환 교수, 고신대학교 박상현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팀은 이번 사례를 통해 현장 수사와 법의학, 법곤충학의 협력 체계가 실제 사망 사건의 해석 정확도를 높일 수 있음을 제시했다.
고신대학교는 이번 국제 학술지 게재를 통해 법과학 및 법곤충학 분야의 연구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밝혔다. 또한 바이오과학수사 분야가 실험실 연구를 넘어 실제 수사 현장과 법의학적 판단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교육적·사회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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