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처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낮아졌다. 채소와 과일, 석유류 가격이 일제히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친 가운데, 축산물과 가공식품, 외식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여전히 무겁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27로 나타나 전년 같은 달보다 1.9%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물가 상승률이 1%대로 진입한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연속 1%대였던 물가는 올해 들어 환율 상승과 미국의 관세 정책 등 외부 요인의 영향으로 2%대를 이어왔다. 1월부터 4월까지 각각 2.2%, 2.0%, 2.1%, 2.1%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5월 들어 다시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상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1.3% 오르는 데 그쳤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0.1% 상승했지만, 세부적으로는 농산물이 4.7% 하락했다. 채소류 가격은 무려 5.4% 급락하며 37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작황 호조와 지난해의 급등세로 인한 기저효과가 맞물린 결과다. 배추는 15.7%, 파는 33.4%, 사과는 11.6%, 배는 14.4% 각각 하락했다.

석유류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2.3% 내리며 공업제품 물가(1.4%) 안정에 기여했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물가 하락의 주된 원인은 국제유가 하락에 있다”며 “지난해 5월 84달러였던 국제유가가 올해 5월에는 63.7달러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과실 가격 하락은 지난해 높은 상승률의 기저효과 때문이고, 채소는 기상 여건이 좋아 출하량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채소와 과일을 제외한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축산물은 6.2%, 수산물은 6.0% 올랐다. 가공식품은 4.1% 상승했고, 외식비도 3.2% 증가했다. 고정 지출 비중이 큰 식료품 항목에서의 물가 압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전기, 가스, 수도 물가도 3.1% 상승했다. 이 가운데 도시가스는 6.9%, 지역난방비는 9.8%, 상수도료는 3.8% 각각 상승하며 에너지 비용 부담이 가계에 가중되고 있다. 서비스 물가는 전년 대비 2.3% 오르며, 공공서비스와 개인서비스 모두 각각 3.2%씩 상승해 생활 전반에 걸쳐 비용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처럼 계절과 외부 요인에 따라 민감하게 변동하는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산정되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0% 상승했다. 한국식 기준의 근원물가 지표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도 2.3% 오르며 안정세와는 거리가 있다.

서민 경제와 밀접한 생활물가지수는 2.3% 상승했다. 특히 식품 가격은 3.3% 오르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식품 외 품목은 1.8% 상승에 그쳤다. 밥상물가를 나타내는 신선식품지수는 전체적으로는 5.0% 하락했지만, 항목별로는 차이를 보였다. 신선어개는 5.4% 상승했지만, 신선채소와 신선과실은 각각 5.5%, 9.7%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1%대로 진입하면서 물가 압력이 다소 완화된 모습을 보였지만, 생활밀착형 품목에서는 여전히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특히 외식비와 가공식품, 에너지 요금 등 체감도가 높은 항목의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으면서,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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