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만일 낮고 작은 패랭이꽃이라면
도서 「그대가 만일 낮고 작은 패랭이꽃이라면」

“그대가 만일 숨은 들판 낮고 작은 패랭이꽃이라면…” 이 조용한 한 문장은 <그대가 만일 낮고 작은 패랭이꽃이라면>이 품고 있는 깊고도 다정한 세계를 향한 초대장이다. 이 책은 숲과 들, 하늘과 벌레, 새와 나무, 그리고 연약한 인간 존재를 통해 하나님과 삶을 바라보는 한 목회자의 시적 묵상이다. 신앙이라는 이름을 떠나,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향해 귀 기울이는 이 따뜻한 문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작은 생명에게 말을 건네는 시인의 시선

저자는 이름 없는 들꽃 하나에도, 발끝에 밟힐 법한 잎벌 애벌레에게도, 외롭게 노니는 부전나비에게도 깊은 시선을 멈춘다. <그대가 만일 낮고 작은 패랭이꽃이라면>은 화려함이나 위대함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낮고 가장 작으며 가장 숨겨진 존재들을 향한 연민과 다정함으로 가득한 책이다.

풀꽃과 나무, 계절의 흐름과 벌레의 생애 속에서 저자는 하나님을 만난다. 그리고 그렇게 만난 하나님은 결코 높은 곳에만 계신 분이 아니다. 시련을 견딘 풀처럼, 땅을 기어가는 짐승처럼, 먹을 것을 나누는 새들처럼, 예수처럼. 그분은 연약한 존재들 사이에 거하신다. 이 책은 그런 만남의 기록이다.

숲속에서 건져 올린 ‘시처럼 흐르는 기도’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모든 문장이 ‘시’이자 ‘기도’이자 ‘삶의 고백’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그 기도는 무릎 꿇고 울부짖는 간구가 아니다. 마치 숲길을 함께 걷는 친구가 들려주는 담백한 이야기 같다. 저자는 말한다.

“그대가 외로울 때 부전나비가 살며시 찾아와줄 겁니다. 그대가 두려울 때 벌개미취가 숨을 자리를 마련해줄 겁니다.”

기도는 말이 아니라 태도이며,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책은 조용히 알려준다. 그것은 고라니가 남기고 간 고구마 자리에 감사하고, 감나무에 까치밥이 남아 있어 다행이라고 여기는 마음이다. 인간의 손이 미치지 못한 자리까지 하나님의 손길이 미쳤음을 아는 이의 겸허한 고백이다.

계절 따라 흐르는 신앙의 숨결

책 속에서 독자는 계절을 따라 숲과 들을 걷는다. 봄에는 “숨바꼭질 좋아하는 어린아이 같은 하나님”을 찾고, 여름에는 비바람 속에서도 꽃을 피운 생명을 마주하며, 가을에는 “상처 입은 모든 존재의 고귀함”을 깨닫고, 겨울에는 다시 오실 그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대림절을 맞이한다.

자연은 단지 배경이 아니다. 저자에게 자연은 성경이요, 예배당이며, 신의 말씀이 스며든 살아 있는 성물이다. 그러기에 나무 하나, 새 한 마리, 풀 한 포기가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겹쳐진다.

종교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삶’을 위한 책

<그대가 만일 낮고 작은 패랭이꽃이라면>은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특정한 종교의 언어에 갇히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누구나 겪는 고단한 삶의 결에 닿아 있다. 외롭고 두렵고 아픈 이들에게 이 책은 말한다. “괜찮다. 너는 그렇게 있어도 된다.” 그 말이 얼마나 필요한지 우리는 안다.

저자는 말한다. 예수님의 삶이란 “죄인, 제자, 원수 가릴 것 없이 함께 밥 먹고 어울리는 일”이었다고. 신앙이란 결국 그런 예수의 삶을 따라 살아보려는 몸짓이라고.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세상의 경계도 넘는다. 사람과 짐승, 꽃과 나무, 의인과 죄인의 벽도 허물고, 오직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로서 서로를 바라보게 한다.

‘숨어 있는 하나님’을 찾는 술래의 여정

저자에게 하나님은 늘 ‘숨는 분’이다. 아지랑이 속에, 비바람 속에, 낙엽 속에 숨은 하나님. 그래서 우리는 ‘술래’다. 숲을 걷고, 들을 바라보고, 고요히 귀 기울일 때 그분을 만날 수 있다. 숨어 있는 하나님을 찾는 이 술래의 여정이 바로 이 책이 품은 전부다.

책장을 덮고 나면, 어쩌면 우리는 좀 더 다정해질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향해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예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편 가르지 않고 모두를 품으려 애쓸지도 모른다. 그렇게, 패랭이꽃처럼 낮고 작은 존재로 살아가는 법을 이 책은 조용히 가르쳐 준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서출판엘까미노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