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남북 간 9·19 군사 합의 이행 과정에서 우리 군이 북한 감시초소(GP) 철수에 대한 검증 결과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군은 북한 GP의 핵심 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음을 인지하고도 "불능화가 완료됐다"는 발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된 구체적 혐의를 포착하고,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국방부 및 합동참모본부 관계자 6명에 대해 수사를 대검찰청에 요청했으며, 사건은 서울서부지검에 배당됐다.
2018년 말까지 남북 GP 시범 철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일정에 맞추기 위해, 군은 실제 검증 결과와 다르게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 검증에 참여한 군인들은 허위 내용이 담긴 보고서에 서명하도록 강요받았으며, 군은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에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 유엔군사령부의 승인은 GP 철수에 있어 필수적인 절차였다.
합참은 군사 합의 체결 이전, 북한 GP 수가 남측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점과 동수 철수 시 발생할 수 있는 안보상 취약성에 대해 경고하는 보고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북한이 합의 후 입장을 번복할 경우, 남측만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포함돼 있었지만, 국방부는 이를 묵살하고 동수 철수 방식의 군사합의 초안을 합참에 하달했다.
유엔군사령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 합참은 기존 우려와 반대로 "남측 GP 11곳 철수가 가능하며, 경계 작전에 제한이 없다"는 문서를 작성해 보고했다. 이는 사실상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임하는 유엔군사령관을 상대로 한 기망 행위였다.
2018년 11월, 남북은 각각 GP 11곳과 10곳을 철거했다. 그러나 북한 GP는 지하 갱도와 지휘통제실, 탄약고 등이 지하에 위치해 지상 구조물만 폭파하는 것으로는 기능이 무력화됐다고 보기 어려웠다. 북한은 12월 12일 하루 동안 도보로 GP 철수 여부를 상호 검증하자고 제안했고, 합참은 이를 수용하면서 검증 기준을 '완전 파괴'에서 '불능화'로 완화했다.
검증 당일, 남측 검증반은 북한 GP 중 최소 한 곳에 무장 병력이 여전히 배치되어 있었고, 지하 갱도로 추정되는 공간도 3곳 발견했다. 총안구 72곳 중 31곳은 파괴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합참은 11개 팀의 검증 보고서 내용을 수정해 결론을 "불능화 달성"으로 바꾸었고, 팀장들에게 조작된 보고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감사원은 이 조치가 이후 진술 번복을 막기 위한 의도로 판단하고 있다.
군은 검증 전부터 "북한 GP의 병력과 장비가 완전 철수됐고, 지상 시설이 모두 파괴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미리 준비해 둔 상태였다. 이후 12월 17일, 국방부와 합참은 공식 발표를 통해 "북한 GP 불능화가 달성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당시 정부가 남북 군사 합의의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 실제와 다른 정보를 활용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감사원의 수사 요청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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