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국가는 어떤 관계인가?
도서 「교회와 국가는 어떤 관계인가?」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정치적 양극화, 사회적 갈등, 가치관의 충돌로 인해 거센 격랑 속을 지나고 있다. 그 한복판에 교회가 서 있다. 교회는 한때 사회의 외곽에서 시대의 변화를 관망하는 존재였지만, 이제는 때로는 분열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정치적 발언과 행동, 사회적 참여를 둘러싼 교회의 역할과 위치를 둘러싸고 크고 작은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때,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교회와 국가는 어떤 관계인가?”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해 신학적이면서도 실천적인 통찰을 제공하는 R. C. 스프로울(R. C. Sproul)의 깊이 있는 안내서이다.

교회의 정체성과 역할, 다시 묻기

스프로울은 이 책에서 교회가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국가와 정치라는 공적 영역 속에서 신앙은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살핀다. 먼저 국가 권력의 기원과 정부의 정당한 역할을 성경적 시각에서 짚으며,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권위란 무엇인가를 설명한다. 특히 교회와 국가는 하나님에 의해 세워진 두 개의 기관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른 사명과 권한을 지녔음을 강조하며, 교회에 주어지지 않은 ‘칼의 권력’이 국가에만 허락되었다는 통찰은 오늘날 종교와 정치의 혼동에 경각심을 일깨운다.

정교분리, 시민 불복종, 그리고 복음의 경계

책은 미국의 정교분리 역사와 그 법적·신학적 흐름을 짚으면서, 국가가 자신의 권한을 넘어설 때 나타나는 부패와 교회의 대응에 대해 깊이 있는 고찰을 시도한다.

특히 요셉과 다니엘, 초대교회의 순교자들을 예로 들어, “국가의 권력과 충돌할 때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라는 고전적 질문에 대해 성경과 역사 속 실제 사례들을 토대로 논의한다.

스프로울은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그 판단은 매우 신중하고 성경적 분별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행동이 아닌, 그리스도께 속한 시민으로서의 양심과 책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의 ‘충성’은 어디를 향하는가

스프로울은 오늘날 교회가 범하기 쉬운 함정에 대해서도 솔직히 경고한다. 때로 신앙과 애국심이 혼동되고, 복음의 기치가 국가적 이익에 의해 휘둘리는 현실 속에서 저자는 독자들이 “우리의 충성은 어디에 있는가?”를 되묻기를 바란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는 온 우주의 주권자이시며, 세상의 모든 왕과 국가 위에 계신 분”이라는 신앙 고백이야말로 우리가 공적 삶에서 갖춰야 할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교회가 권력을 통해가 아닌 십자가를 통해 세상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 그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날의 교회에 던지는 급진적이고도 정직한 질문

<교회와 국가는 어떤 관계인가?>는 신학서로서는 짧고 간결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치와 신앙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시대, 극단화된 세상 속에서 교회가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을 침묵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은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국적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를 기억하며, 강단보다 먼저 양심 앞에 서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다시금 신앙과 공적 삶의 바른 균형을 일깨워 줄 깊은 묵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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