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서공회가 지난 8일 영락교회에서 ‘새한글성경’ 봉헌예배를 드렸다. 봉헌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새로운 성경의 보급으로 더 많은 사람이 성경을 더욱 친숙하게 읽게 되기를 소망했다.

‘새한글성경’은 지난 12년간 각 교단의 성서학자 36명과 국어학자 3명이 여러 단계를 거쳐 지난해 12월 번역을 완료했다. 21세기, 현대 사회가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급속하게 변화함에 따라 젊은이들이 쉽게 읽고 이해하도록 원문에 충실하면서도 우리말 어법에 맞는 새로운 번역을 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새 성경의 번역은 2011년 9월 대한성서공회 이사회의 결정으로 시작됐다. 다음 세대를 위한 공인역 성경의 필요성 때문이다. 그해 12월에 ‘성경번역연구위원회’가 조직된 후 2012년 12월에 각 교단의 성서학자들과 국어학자들이 본격적인 번역작업에 착수했다. 새 성경은 지난 2021년 11월 30일 완역에 앞서 ‘신약과 시편’이 먼저 첫선을 보인 후 마침내 지난해 12월 10일에 완역본이 출간됐다.

이렇게 탄생한 ‘새한글성경’은 여러 가지 장점을 지녔다. 우선 한국교회가 사용하는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이나 다른 기존 역본들과 비교해 가며 읽을 때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 점이다. 구약의 히브리어 원문과 신약의 그리스어 원문의 풍부한 의미와 분위기를 좀 더 잘 이해하도록 번역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봉헌예배 후 이어진 학술심포지엄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김동혁 연세대 교수는 ‘문장 내 도치’를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으로 꼽았다. 우리 성경의 전통적 번역 방식은 자연스러운 한국어 문장을 만드는 데 치중해 왔다. 히브리어와 한국어가 어순과 사고 흐름이 전혀 다른 데서 오는 문제점을 해소하는데 번역의 초점을 맞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새한글성경’은 원문 어순을 최대한 유지함으로써 성서의 사유 흐름을 독자에게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잠언 10장 26절과 시편 23편 등을 예시로 “‘새한글성경’은 듣는 독자에게 문장의 긴장감과 의미의 반전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면서 “천천히, 곱씹으며 읽게 만드는 구조가 오히려 말씀의 깊이를 더해 준다”라고 평가했다.

박형대 총신대 교수는 신약 번역의 특징에 대해 ‘새한글성경’이 ‘저본, 문법, 표현’의 세 가지 영역에서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독자들을 고려한 방향으로 과감한 시도를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표현 방식의 경우, 다매체 시대에 적합한 짧고 명확한 문장 구성, 장애와 여성에 대한 포용적 언어 사용, 고유명사의 음역 원칙 개선 등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디지털 시대에 다음 세대를 위한 성경 활용의 구체적인 적용 사례도 제시됐다. ‘한국교회 다음 세대를 위한 ’새한글성경‘ 활용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이승문 명지전문대 교수는 “알파세대와 MZ세대는 디지털 감각이 지배하는 세대”라며, “기성세대의 성경 읽기 방식으로는 더 이상 이 세대와 소통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 속에서 ‘새한글성경’이 갖는 사역적 의의에 대해 “문장 부호와 리듬을 고려한 ‘새한글성경’은 청각적·낭독적 특성이 강화돼 공동체적 사용에 적합하다”라고 했다. 단순한 번역을 넘어서서 ‘듣는 성경’과 ‘함께 읽는 성경’의 실천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새한글성경’이 북한 동포 또는 아직 예수를 접하지 못한 넌 크리스천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게 되기를 기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구약 책임번역자로 참여한 박동현 교수(장신대 은퇴)는 “‘새한글성경’은 단지 남한이나 기독교인들만을 위한 번역이 아니다”라며 “북한 동포들, 해외 거주 한국인, 한국어를 읽는 외국인, 그리고 아직 그리스도인이 아닌 사람들도 하나님을 만나도록 돕기 위해 번역된 성경”이라고 했다.

성서공회 측은 ‘새한글성경’이 직역과 의역을 넘어서, 청소년들과 디지털 세대가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표현을 재구성하면서도 원어 성경에 가장 충실한 번역이 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유독 강조했다. 짧은 문장과 세련된 언어는 현대적 감각을 따르되, 전통적인 개역 성경의 깊이와 영성을 손상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특히 목회자들에게는 역본 비교용으로, 평신도들에게는 가정 예배용으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는 교육용으로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새한글성경’이 단지 ‘'젊은 세대를 위한 성경’으로만 소비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백석대 유선명 교수는 “‘새한글성경’은 디지털 세대의 언어 감각에 맞춰 설계된 동시에, 기존 세대와의 언어적 간극을 메우는 중간 다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특정 세대에 국한된 성경으로만 소비될 것이란 우려에 선을 그었다.

성서공회 측은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국교회 강단에서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번역의 전통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새한글 성경’은 ‘다음 세대를 위한 공인역 성경’이란 별칭이 붙은 대로 앞으로 교회학교와 청년 예배 등에서 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공예배에선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청년예배에선 따로 ‘새한글성경을 사용하는, 즉 두 가지 성경을 한 교회의 서로 다른 예배에 혼용하는 데서 오는 문제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장년 세대와 청년 세대 사이의 간극이 더 멀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에 세대 간의 통합 문제는 우리 사회의 커다란 과제다. 그렇지 않아도 세대 간의 소통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적된 한국교회에 성경 혼용으로 인해 만에 하나 세대 간의 단절이 심화한다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 ’개역성경‘과 ’새한글성경‘ 병행 사용으로 전 세대가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 수확 못지않게 그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중요한 과제가 한국교회에 주어졌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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