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경고음이 터져 나왔다. 프랑스 정부 산하 기관이 자국 내 확산하고 있는 이단 종교 중 하나로 신천지의 사례를 든 건데 거기 가입했다가 빠져나온 신도들의 증언이 충격적이다.
이 사실은 지난 7일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파리지앵이 정부 산하의 ‘이단 종교 퇴치 부처 간 합동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내용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2022년 이후 프랑스 내에서 1천550건 이상의 이단 종교 관련 신고가 있었는데 그중 프랑스 정부가 주목한 게 신천지의 포교 활동이다.
이 매체는 신천지가 한국에서 자칭 ‘메시아’라 불리는 이만희가 설립한 기독교 이단 종파로 전 세계적으로 40만 명의 신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이 9년 전 프랑스에 들어오면서 현재 프랑스 내 신도 수가 1천200명에 달한다는 것과 함께 최근 ‘이단 종교 퇴치 부처 간 합동위원회’에 접수된 신천지 관련 피해 사례 신고 건수만 약 50건에 이른다는 내용이다.
이 보도를 접한 프랑스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건 올해 26세인 한 프랑스 여성의 증언이다. 지난 2019년 신천지의 유혹에 넘어가 신도로 생활하다 올해 1월 탈퇴했다는 이 여성은 자신이 2019년 7월 파리의 전철 플랫폼에서 우연히 만난 두 여성으로부터 성경공부 모임에 초대받은 이후 5년 6개월간 신천지에서 겪은 실상을 공개했다,
그녀는 ‘ECA 아카데미’라는 곳에서 한국식 이름으로 불리며, 성경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곳이 이단 종교시설이란 것을 감추기 위해 일반 교육시설로 위장한 곳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곳에서 세상 종말에 대비해 ‘임무를 띤 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성경 공부를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회의감에 빠져들게 하는 일들이 일어났다는 거다.
그녀는 3개월간 30명이 한 방에서, 침대도 없이 바닥에서 자며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신천지 교육을 받는 가학적인 집단생활을 예로 들었다. 그건 그럭저럭 견딜만 했는데 간단한 규율만 어겨도 야외 체벌이 가해지고, 교육을 포기하려는 사람을 강제로 훈련 캠프로 보내는 등 통제와 폭력이 일상화된 생활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신도들의 정신을 통제하고 지배하는가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밖에서 신천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과, 신천지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것을 금지하고, 심지어 가족을 만나려고 해도 사전에 허락받아야 하는 등 마치 자신이 사육당하는 동물취급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프랑스 내 신천지 활동에 대한 다른 매체의 폭로도 있었다. 프랑스 대중문화 매체 ‘콘비니’는 지난달 16일 ‘프랑스에 상륙하는 한국 컬트의 숨겨진 얼굴’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공개하고 한국의 신천지가 프랑스 젊은이들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매체는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가 프랑스에서도 여러 차례 사이비 종교로 신고된 적이 있다며 그 예로 프랑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모략 포교’의 실체를 공개했다. 이 매체가 공개한 사례 또한 앞서 신천지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프랑스 여성의 증언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와 비슷한 폭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천지가 프랑스에서 젊은이들에게 은밀히 접근하는 방식으로 신도 수를 늘려온 사실이 언론 보도로 드러나자 신천지 측이 적극 해명에 나섰다. 자신들은 어떠한 형태의 신체적, 심리적 제재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문제가 된 훈련 캠프는 오로지 영적 훈련일 뿐이고, 인터넷 검색이 금지되지 않으며, 교회 탈퇴도 언제든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신천지에서 활동하다 탈퇴한 사람들의 일관된 증언과 완전히 배치된다. 정체를 숨기고 교회에 스며들어 포교 활동을 하는 사례는 이미 국내에서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에 프랑스 매체가 소개한 사례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다만 신천지가 왜 프랑스에서 포교 활동을 벌이다 문제를 일으키게 됐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천지는 지난해 6월 프랑스 파리에서 대대적인 집회를 가졌다. 신천지 '대륙별 말씀대성회'란 이름의 집회에 유럽의 기독교 목회자 등 7천여 명이 참가했다고 신천지 측이 이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한국교회 거의 모든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신천지는 교주인 이만희의 횡령 비리 혐의 등 드러난 실체와 부정적인 이미지로 국내에서 포교 활동이 차츰 좁아지는 추세다. 그런 여러 가지 사유로 시야를 밖으로 돌려 해외 확장을 꾀했을 거란 추론이 가능하다. 프랑스의 경우 한국에서 문제가 된 포교 방법을 그대로 답습해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런 사례가 유럽 나라에서도 사회 이슈화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유럽 각국이 정부 차원에서 실태를 파악하고 언론이 문제를 보도하는 것만으론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이단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고 드러난 폐해의 경험치도 적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에서 파송한 선교사들과 선교단체들이 협력해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의 목표가 프랑스 한 나라는 아닐 것이다. 과거 기독교 국가였던 유럽 각국이 이슬람과 동성애로 쇠락의 길을 걷자 그 자리를 이단 세력이 파고드는 것이란 점에서 앞으로 여러 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가 부상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과 전 세계에 선교사를 파송한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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